대한배드민턴협회가 지난 2년간 국가대표팀을 이끈 김학균(53) 감독을 포함한 5명의 코치진 중 성지현 코치를 제외한 전원의 재임용을 거부하면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협회는 최근 경기력향상위원회를 통해 김학균 감독을 비롯해 정훈민(남자단식), 성지현(여자단식), 한동성(남자복식), 이경원(여자복식) 코치에 대한 성과 평가를 진행했다. 평가 결과 성지현 코치 1명만 유일하게 재임용이 결정됐다.
이번 결정은 네 차례의 회의 끝에 1표 차이로 이뤄졌다. 협회 관계자는 “문체부 사무 검사로 협회가 뒤집어진 상황에서 감독을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과 올림픽 성과를 고려해 재임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고 내부 상황을 설명했다.
특히 이번 코치진 재임용 불발의 배경에는 스타 선수 안세영과의 불화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안세영은 지난 8월 2024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직후 “제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고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한테 조금 많이 실망했었다”면서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이랑은 조금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는 폭탄 발언을 해 충격을 안겼다. 이후 대표팀과 안세영의 갈등이 본격화됐고, 지난 10월 덴마크오픈 기간 중에는 안세영이 김학균 감독을 포함한 코치진과 대화조차 나누지 않는 모습이 포착돼 불화설에 기름을 부었다.
2년간 대표팀을 이끌며 9개의 메달을 수확한 김 감독은 협회의 이번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그는 “협회가 덴마크오픈 후 귀국한 공항에서 갑자기 임시 2개월 계약 연장서에 서명하게 했다”며 “이후 재임용이 미뤄지는 동안 선수들을 통해 지도자들의 결격 사유를 찾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감독은 해고 통보 시점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11일 뉴스1 보도에 따르면 김 감독은 “나 외에 다른 코치들도 해고됐다. 미리 협회의 입장과 상황을 알려줬으면 계약 만료 전 다른 일을 알아보기라도 했을 텐데 지금 시점에선 동종 직업을 알아볼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분노했다.
김 감독은 평가 과정의 투명성도 요구하며 “재임용을 위한 심사위원은 어떻게 선정됐으며 평가 항목은 어떤 것이었는지, 내 점수는 몇 점이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협회는 ‘해고’가 아니라 계약 만료 후 절차에 따라 연장하지 않은 것일 뿐, 문제 될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김 감독은 이번 재임용 탈락 건과 관련해 스포츠윤리센터와 고용노동부에 신고를 접수했으며, 상급 기관의 민원 처리 결과에 따라 법적 대응도 검토 중이다.
한편 김 감독 체제에서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를 획득했고, 2024 파리올림픽에서도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라는 성과를 거뒀다.
협회는 일주일간의 이의신청 기간이 지난 후 차기 감독 선임을 위한 공개 채용을 진행할 예정이며, 김 감독의 재지원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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