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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체육계는 왜 조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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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들이 야구장에 모여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초기였던 2017년 8월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유혈사태가 발생해 미국 사회에 큰 혼란을 안겼다. 당시 남부연합군의 상징적 영웅인 로버트 리 장군 동상 철거에 반대하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집회를 열었고 시위는 곧 폭력 사태로 변질됐다. 한 남성이 차량을 몰고 백인 우월주의 반대 시위대를 향해 돌진해 주변을 지나던 30대 여성이 사망했고 수십 명이 부상한 사건이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 우월주의를 옹호하자 스포츠 스타들은 앞장서 목소리를 냈다. 북미프로농구(NBA) 대표스타 르브론 제임스는 그해 팀의 프리시즌 미디어데이에서 “트럼프가 우리를 분열시키는 데 스포츠를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좌절감을 느끼고 화가 난다”고 공개적으로 대통령을 비판했다. 북미미식축구(NFL)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전 쿼터백 콜린 캐퍼닉은 소수 인종을 향한 폭력에 항의하는 의미로 국가연주 때 일어서지 않았다.

2020년 흑인 청년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하면서 촉발된 이른바 ‘블랙 라이브스 매터(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 시위 때는 세계 스포츠스타들이 힘을 모았다. 당시 정치적 표현을 금지해 온 FIFA(국제축구연맹)조차 입장을 바꿔 유연한 적용을 허락했을 정도다. 리오넬 메시와 네이마르 등은 화요일 하루 모든 일을 중단하자는 블랙아웃 화요일 운동에 SNS(사회관계망서비스)로 적극 동참했다.

정치적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하루 빨리 안정을 찾아야 한다. 이에 대해 정치·경제 등 주요 분야를 넘어 종교계와 연예계에서도 입장 표명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 체육계만은 조용하다.

체육이야말로 정치와는 무관한 분야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해외와는 다른 한국 체육계만의 특수성이 반영된 결과로 보는 것이 옳다. 구조적으로 한국 체육계는 어떤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정재호 명함
정재호 명함

대한체육회 및 산하 단체장들은 한해 예산을 쥔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누구 하나 섣불리 나설 수 없는 구조다. 문체부 예산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프로 종목 단체들도 마찬가지다. 각 구단들이 대기업과 연관돼 있어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 기업 홍보 수단으로 프로구단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정부 혹은 정치권과 대립각을 세울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들에게 팬들은 모두가 하나일 뿐이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누군가는 스타선수에게, 누군가는 체육 단체에 어떤 목소리를 기대할 수도 있다. 아무 입장이 나오지 않는 체육계를 두고 실망했다는 반응들이 있지만 그렇다고 침묵하는 체육계에 무언가를 강요하거나 돌을 던지는 행위도 바람직하지 않다. 스포츠는 스포츠 그대로 놔두고 보면 된다. 그 자체로 국민 누구나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분야가 하나쯤은 있어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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