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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기자의 스포츠人] 라오스에 축구 한류를 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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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혁준 라오스 대표팀 감독/ 사진제공=라오스 축구협회

물건만이 아니라 노하우도 파는 나라가 선진국이다. 한국 축구도 노하우를 수출한다. 동남아시아 11개국 중 3개국에서 한국인이 감독을 맡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신태용, 베트남의 김상식 그리고 라오스의 하혁준(54) 감독이다. 8일 개막하는 동남아시아 선수권대회 AFF 아세안 미쓰비시 일렉트릭컵을 앞두고 전화 인터뷰를 청했다.

– 축구를 언제부터 시작했나.

“초등학교 때다. 부산 연산초등학교, 동아고, 동아대를 나왔다.”

– 프로에는 못 갔다.

“당시 실업팀이었던 주택은행에 입단해 2년을 뛰었다. 대학 때부터 안 좋았던 왼쪽 무릎 연골이 파열되면서 미련없이 은퇴했다.”

– 재활은 안 했나.

“수술했는데 회복이 되지 않았다. 만 25살 때다.”

– 은퇴 이후의 삶은.

“3년 정도 최민수 님 로드 매니저를 했다. 아무래도 축구에 미련이 남아 일본으로 갔다.”

– 입단 테스트였나.

“아니다. 어학당에서 일본어를 배우고 주변의 도움으로 지도자 생활했다. 중학교 취미, 클럽, 선수반부터 프로 유스팀까지 코치로 활동했다.”

– 일본 생활을 통해 얻은 소득은.

“축구를 디테일하게 많이 배웠다. 코치란 누구이며 코칭이란 어떤 것인지를 매일 묻고 배웠다. 자문자답도 많이 했다.”

– 귀국 후 한 일은.

“포천 김희태 축구 센터, 동의대학교 김종부 감독님 밑에서 코치로 일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대한축구협회 전임강사를 했다. D급부터 C급, B급까지 가르쳤다.”

– 2012년 미얀마 국가대표팀 코치로 갔다.

“B급 교육과정 하며 알게 된 인연으로 박성화 감독님이 불러주셨다. 수석 코치 겸 피지컬 코치로 2년 동안 일했다.”

– 2015년엔 중국으로 갔다.

“중국 2부 리그 베이징 쿵구에서 피지컬 코치 겸 전술 코치로 2017년까지 있었다. 장쑤 쑤닝에도 잠깐 있다가 귀국했다.”

– 귀국 후 직장은 수원 삼성이다.

“6개월 정도 쉬었는데 서정원 감독님이 불러줬다.”

– 직책은 뭐였나.

“피지컬 코치였다. 2018년 퇴단했다.”

– 대학 무대도 다시 경험했다.

“대구대학교에서 2년 반 수석코치로 일했다.”

– 홍콩에서 감독도 했다.

“홍콩 RC FC(리소시스 캐피털 FC) 라는 팀에 가서 생애 처음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그런데 1년을 못 채웠다.”

– 왜 그랬나.

“너무 힘이 들어서 제가 스스로 나왔다.”

– 라오스 대표팀 감독으로 온 사연은.

“고맙게도, 디제이 엔터테인먼트 이동준 대표가 제안했다. 지도자 경력 뿐 아니라, 제 강사로서의 경험이 꼭 필요한 나라라는 말에 망설이지 않고 계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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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혁준 감독은 2024년 8월 라오스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했다. 계약기간은 2년이다./ 사진제공=라오스 축구협회

– 이번에 AFF 미쓰비시컵을 참여가하는 각오는.

“라오스 최초의 한국인 감독이라는 사실에 무한한 채임감을 느낀다. 부담감도 상당하다. 그래도 도전하는 정신, 새로운 마음으로 경기에 나서려고 한다.”

– 라오스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미얀마, 필리핀과 한 조다. 객관적으로 예선 통과가 매우 어렵다고 본다.

“맞다. 부인하지 않겠다. 하지만 저는 지역 내 강국들과 경기하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고, 기쁜 마음으로 대회를 준비하겠다.”

– 라오스 선수들의 특징이 있다면.

“선수들이 모두 순하고 착하다. 다르게 해석하면, 근성이 좀 부족한 면도 있다. 그래서, 지금 심리적인 부분을 조금 컨트롤하는 중이다. 가지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 끌어내려고 한다.”

– 성과가 있나.

“다행히 선수들이 지금 잘 따라와 주고 있다. 근성있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상당히 긍정적이다.”

– 라오스 축구의 경기력은 어느 정도인가.

“그 나라 대표팀 수준은 그 나라의 리그 수준이 기준이라고 본다. 라오리그를 기준한다면 아마 한국의 K4 정도 수준이 아닐까 한다. 지금 대표팀 수준은 리그 평균 수준보다는 조금 높다. 경기력이 많이 올라왔으니 K3 수준 정도는 되지 않겠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 최근에 놀라운 사건이 있었다. 동남아 최강 태국 대표팀과 친선 경기에서 1-1로 비겼다.

“A매치 데이에 2차례 친선 경기가 잡혔다. 태국으로 가서 말레이시아, 태국과 2연전을 치렀다.”

– 지난 11월 14일 말레이시아와의 첫 경기는 어땠나.

“말레이시아 대표팀 경기를 분석하니 4-4-2로는 안 될 것 같아서 ‘선수비 후 역습’으로 3-5-2를 준비했다. 막상 붙어보니 경기 내용이 나쁘진 않은데 우리 선수층이 엷다 보니 측면 윙백들이 너무 지쳐버렸다.”

– 경기 결과는.

“1-3으로 패했다. 필드골로 한 골, 페널티킥 2개를 줘서 두 골 실점했다. 졌지만, 선수들이 상당히 좋은 분위기에서 경기를 마쳤다.”

– 11월 17일 방콕에서 태국과 맞대결했다.

“태국은 워낙 동남아시아 강국이자 미쓰비시컵 지난 대회 우승팀이다. 일본인 사령탑인 이시이 마시타다 감독의 성향을 제가 어느 정도 알기게 거기에 맞춰서 또 작전을 바꿨다.”

– 어떻게 바꿨나.

“5-4-1로 변경했다. 변경한 이유는 체력 안배를 위해서다. 65분 지나면 우리 선수들 체력이 떨어진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 시간 이후 태국이 공세를 강화할 것을 예측하고 대비한 거다.”

– 결과는 1-1 무승부였다.

“운 좋게 제 작전이 잘 맞아떨어졌다. 버티면서 2번 역습했는데, 그중 한 번 골을 넣었다. 태국이 60분 선제 득점하고 9분 후 우리가 동점골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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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4일 방콕에서 벌어진 태국과 라오스의 친선 경기. 태국의 돌파를 라오스 수비진이 저지하고 있다./ 사진제공=라오스 축구협회

– 경기 내용은 어땠나.

“태국의 일방통행이었다. 점유율은 78%-22%, 슈팅 수는 20-6이었다. 패스 성공 횟수도 699-206이었지만 결과는 무승부였다. 작전 수행 능력이 이정도라면, 그리고 이렇게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으니 저는 라오스가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한다.”

– 라오스 현지에서의 열기랄까, 귀국 후 달라진 점은.

“경기 당일 많은 팬들이 열광하셨다는데, 제 피부에 와닿지는 못했다. 태국현지에선 협회 관계자분들이 상당히 기뻐하며 저와 선수들을 축하해줬다. 라오스로 돌아오니 카페에 가면 가끔 알아보는 분이 계시더라. 당신 한국 감독 아니냐, 태국 경기 정말 수고했다고 하더라.”

– 라오스 감독으로서 목표가 있다면.

“좋은 나무에서 좋은 열매가 열리듯이 라오스 축구계에 좋은 나무를 심으려고 한다. 일단 라오스 축구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목표다.”

– 축구인 하혁준 감독의 최종적인 꿈은.

“라오스에 있는 동안 온 몸을 불살라 라오스 축구를 발전시키고, 그 후에 한국의 프로팀 감독을 맡아 K리그에서 우승하고 싶다. 아니면 동남아 축구 강국인 태국이나 베트남 프로 리그 팀을 맡아서 우승을 한번 해보는 것이 꿈이자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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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4일 태국과의 친선 경기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하혁준 라오스 대표팀 감독./ 사진제공=라오스 축구협회

▲ 하혁준 라오스 대표팀 감독은 동아대를 나와 주택은행(1994~1995)에서 선수로 활약했다. 부상으로 20대 중반에 은퇴한 뒤 일본 유학 후 김희태 축구센터, 동의대 코치를 거쳐 대한축구협회 기술교육부 전임강사(2009~2011)로 활동했다. 이후 미얀마 대표팀 수석코치(2012~2013), 베이징 쿵구 코치(2015~2017), 잔쑤 쑤닝 피지컬 코치(2017)를 겨쳐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피지컬 코치(2017~2018), 대구대 수석코치(2019~2021)로 일했다. 감독으로는 홍콩리그 리소시스 캐피털 FC(2023~2024)에서 처음 지휘봉을 잡았고, 2024년부터는 라온스 대표팀, 라오스 U-23 대표팀 겸임 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아시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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