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최병진 기자] 책임지겠다는 최순호 수원FC 단장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수원FC는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손준호를 품었다. ‘비(非)국가공작인원 수뢰죄’ 혐의로 붙잡혀 10개월가량 구금됐다 한국에 돌아온 손준호는 K리그 복귀를 추진했다. 친정팀인 전북 현대를 비롯해 여러 팀이 관심을 보였으나 쉽사리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당시 손준호의 혐의가 완전하게 벗겨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력은 확실하지만 ‘중국리스크’의 부담은 쉽게 덜어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수원FC가 손준호와 손을 잡았다.
최 단장은 “준호의 결백하다는 이야기를 믿는다”라며 “축구인의 마음으로 품기로 했다. 내가 책임을 지겠다”고 당당하게 밝혔다.
그러던 지난 9월, 기어코 문제가 발생했다. 손준호는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영구 제명 처분을 받았다. 손준호 측은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으나 팀 동료 진징다오로부터 받은 20만 위안(약 3880만원)에 대한 내용을 온전하게 해명하지 못하며 의심만 키웠다. 결국 수원FC는 손준호와 계약을 해지했고 팀 분위기는 최악으로 흘러갔다.
이후 행보도 약속과는 전혀 다르다. 손준호 사태와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던 최 단장은 2일 열린 수원시의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 참석했다.
그는 “도덕적인 인식이 뒤떨어졌던 건 사과를 드린다. 앞으로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념하겠다. 손준호의 혐의를 금품수수 정도로 인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과로 갈음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영입 당시에 보여준 모습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최 단장이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지금의 태도는 일반적으로 “책임을 지겠다”는 말의 의미를 전혀 내포하지 못하고 있다. 손준호와 계약 해지 이후에도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수원FC는 시즌 초 김은중 감독을 중심으로 짜임새 있는 축구를 보여주며 상위권에 위치했다. 하지만 손준호 리스크가 터진 이후로 추락했다. 전반기 성적으로 파이널A에 진입했으나 시즌 막바지는 분위기를 추스르는데 급급했다.
또한 선수 보강이 이루어져야 하는 여름 이적시장에 주축 선수들이 줄줄이 이탈했다. 팀의 에이스인 이승우가 전북 현대로 떠났고 이영준과 박민규도 이적을 했다. 반면 제대로 된 영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졸속 행정의 여파는 고스란히 김 감독과 선수단, 팬들에게 전해졌다. 김 감독은 “힘든 시기인데 선수들에게 미안하다”라는 말을 여러 차례 남겼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과로 갈음한다”는 뻔뻔한 연임 의지를 나타냈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어떤 식으로든 사태를 해결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전혀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단장의 자격이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수원시의회 문체위는 최 단장의 연임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를 채택했고 재적인원 9명 중 무려 6명이 적격 의견을 제시했다. 부적격은 단 1명이었다. 이 마저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최 단장은 ‘리더의 확실한 책임’이 무엇인지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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