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부천 김건호 기자] “농구를 많이 사랑한 것 같아요.”
김정은(부천 하나은행)은 2일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3라운드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와의 맞대결에서 WKBL 통산 최다 득점 신기록을 달성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김정은은 통산 8139득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정선민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보유하고 있던 8140득점까지 단 1점을 남겨둔 상황이었다.
김정은은 이날 경기 첫 득점으로 신기록을 작성하는 데 성공했다. 김단비가 던진 첫 번째 슛이 그대로 림을 통과했다. 정선민 감독을 넘어 WKBL 통산 최다 득점 1위 자리에 오른 순간이었다. 김정은은 이후 6점을 더 추가했다. 통산 8147점.
김정은은 2006 WKBL 신입선수선발회(현 신인선수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신세계에 지명됐다. 데뷔전이었던 2005년 12월 21일 삼성생명전에서 첫 득점을 기록했다. 2007년 12월 2일 개인 통산 1000득점을 달성했던 김정은은 꾸준하게 득점을 올렸다. 2000득점부터 8000득점 기록 모두 최연소 기록을 갖고 있다. 이어 2024년 12월 2일 WKBL 최다 득점 신기록을 쓰며 역사를 새롭게 만들었다.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정은은 최다 득점 신기록에 앞서 미안한 마음을 표했다. 이날 경기 하나은행이 삼성생명에 48-67로 패배했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대기록 소감에 앞서) 기뻐할 자격이 있나 싶다. 소감을 말하기 전에 프로 20년 차지만, 지고 이기는 것을 떠나 이렇게 경기하면 아직도 괴롭다. 축하해주기 위해 많은 분이 오셨는데, 경기력이 엉망이어서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신기록을 작성한 소감에 대해 “참 오래 걸렸다. 제 스스로에게 엄격한 편이다. 만족도 잘 못하는 스타일이다. 그냥 저 스스로에게 ‘고생했다’는 생각이 씻으면서 들더라. 많은 분이 축하해줘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김정은은 지난 2020년 1월 19일 7000득점 고지를 밟았다. 그리고 4년 뒤인 2024년 1월 28일 8000득점에 성공했다. 김정은은 “7000점에서 8000점으로 오는 사이가 모든 것을 걸어서 한 느낌이다. 영혼까지 짜낸 느낌이었다”며 “몸도 너무 안 좋았다. 병원에서도 못할 것 같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그래서 좌절도 많이 했다. ‘이것만 하면 은퇴해야지 은퇴해야지’ 생각했는데, 이렇게 기록을 세우게 돼 스스로 칭찬해 주고 싶다”고 전했다.
힘든 시기를 버티며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김정은은 “겸손한 척도 아니고 주변 분들에게 ‘나는 내가 농구를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른 것은 몰라도 힘든 시기를 잘 견뎌왔다고 생각한다. 버텨온 시간을 잘 버틴 것 같다”며 “농구 인생을 돌아보면 파란만장했다고 생각한다. 농구 때문에 괴로우면서도 농구를 많이 사랑한 것 같다. 좋았던 순간보다 괴로웠던 순간이 많은 거 같은데, 그럼에도 이렇게 한 것은 저도 모르게 농구에 진심이고 사랑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프로 20년 차다. 김정은은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에 대해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과 부딪히며 농구한 것이 제 자부심이었다. 대표팀에 뽑히면 언니들의 모든 것을 닮고 싶었고 배우고 싶었다. 정말 좋은 영향을 준 언니들이다. 저 또한 ‘후배들에게 그런 영향을 주는 선배였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라며 “여자 농구가 선수풀도 적고 위기지만, 선배 언니들이 잘 닦아놨다. 저도 좋은 대우를 받고 있다. 선배들 덕분이다. 밑에 선수들도 책임감을 갖고 했으면 좋겠다. 열심히 하고 치열하게 했으면 좋겠다. 저도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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