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여왕’ 안세영(22·삼성생명)이 대한배드민턴협회가 주최하는 국가대표 포상식에 불참한다. 안세영의 불참은 지난 8월 파리올림픽 금메달 이후 공론화된 대한배드민턴협회와의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안세영 측 관계자는 27일 CBS노컷뉴스에 안세영이 대한배드민턴협회 포상식에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오전에 부상 재활 치료 프로그램 일정이 이미 잡혀 있었고, 오후에는 예정된 가족 모임이 있어 아쉽게도 참석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오는 30일 경남 밀양시 아리나 호텔에서 국가대표 선수단 포상식을 개최한다. 이 포상식은 밀양시에서 열리고 있는 ‘원천 요넥스 코리아주니어대회’와 선수단의 강화 훈련 종료 일정에 맞춰 마련됐다. 안세영은 이번 포상식의 중심 인물이다.
안세영은 지난 8월 파리올림픽에서 한국 배드민턴 역사상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방수현 이후 처음으로 단식 금메달을 목에 걸며 전 국민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금메달 획득 직후 안세영은 대한배드민턴협회와 대표팀 운영 방식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안세영의 발언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에 나서게 하는 계기가 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협회에 국가대표팀의 부조리한 운영을 철폐하고 개인 후원을 허용하라는 권고안을 전달했다.
대한배드민턴협회 이에 따라 일부 운영 지침을 개정하고 선수 의견을 반영해 후원 계약 조항을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대한배드민턴협회의 발표와는 달리 안세영을 비롯한 일부 선수와의 불신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대한배드민턴협회가 문화체육관광부의 시정안에 이의를 제기하기로 한 점도 양측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았음을 드러낸다.
안세영과 배드민턴 국가대표팀 코칭스태프의 관계도 냉랭하다. 안세영은 지난달 덴마크 오픈에서 김학균 감독, 성지현 코치에게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대한배드민턴협회 내부 갈등과 개인 후원 문제, 감독진과의 마찰이 얽히며 안세영과 대한배드민턴협회의 관계는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이번 포상식에서 또 다른 주인공으로 기대됐던 김원호(25·삼성생명)도 불참한다. 김원호는 파리올림픽 혼합복식에서 정나은(24·화순군청)과 함께 은메달을 따냈지만 현재 병역 특례에 따른 군사 훈련 중이라 포상식에 참석할 수 없게 됐다.
결국 주인공 격인 안세영과 김원호가 모두 빠지면서 이번 포상식은 빛이 바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신 안세영의 소속팀 감독인 길영아 감독이 대리 수상한다. 길영아 감독은 김원호의 어머니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혼합복식 금메달과 여자복식 은메달을 딴 배드민턴 전설이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끝까지 안세영의 참석을 조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배드민턴협회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에 안세영 같은 스타 선수가 포상식에 참석하면 의미가 큰다면서 끝까지 참석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포상식은 안세영과 대한배드민턴협회의 갈등을 봉합할 기회로 주목받았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안세영에게 1억 원, 김원호와 정나은에게 각각 500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할 예정이었다. 총 3억 원에 이르는 포상금과 함께 대한배드민턴협회의 화해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을 거란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안세영과 김원호 모두 불가피한 이유로 불참하면서 이번 포상식이 갈등을 푸는 계기가 되기 어려워졌다.
일각에선 대한배드민턴협회가 안세영과의 앙금을 풀지 못한 상황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포상금을 올린 뒤 화해를 억지 연출하는 자리를 섣불리 마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세영과 대한배드민턴협회의 간극은 개인 후원 문제, 국가대표 운영 방식, 코칭스태프와의 마찰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인해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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