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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기자의 스포츠人] 김상식 감독 “박항서가 만든 길, 제가 넓힐 것”

아시아투데이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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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서 전지훈련 중인 베트남 축구대표팀과 김상식 감독./ 사진제공=디제이매니지먼트

김상식 감독이 베트남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한국에 왔다. 오는 12월 킥 오프하는 동남아시아 축구선수권대회 AFF 미쓰비시 일렉트릭컵 대비 전지훈련이다. 24일 입국해서 경주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12월 초까지 K3리그 울산시민, 대구 FC B, 전북 현대 모터스 B 와 연습 경기를 치른다.

– 더운 나라에서 추운 곳으로 왔다.

“경주 실내 돔에서 주로 훈련한다. 그래서 날씨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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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돔은 365일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 사진제공=디제이매니지먼트

– 한국을 전지 훈련지로 택한 이유는.

“보안 때문이다. 동남아 어디서 훈련하든, 팬들이나 언론에 많은 것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왔다. 수준급 연습 상대를 수월하게 구할 수 있다는 것도 최고의 매력이다.”

– 이번 전지훈련의 목표는.

“선수들의 신체 능력을 끌어올리고 세 차례 평가전을 통해 전력을 점검하는 것이다. ‘신체 능력 끌어올리기’에는 훈련과 재활이 다 포함된다.”

– 이번 AFF 챔피언십에는 흥미있는 대결이 많다.

“우리가 속한 B그룹에는 신태용 감독이 지휘하는 인도네시아, 하혁준 감독이 지휘하는 라오스가 있다. 1차 목표는 상위 2위 안에 들어 준결승에 나가는 것, 최종 목표는 결승 진출 그리고 우승이다.”

– 이운재 골키퍼 코치도 팀 베트남에 합류했다.

“경주 훈련부터 합류했다. 선수 시절 2002 한일 월드컵 주전으로 4강 신화를 쓴 아시아의 전설 아닌가. 월드컵도 4번이나 나갔다. 이운재 코치의 합류만으로도 베트남 골키퍼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된다. 이코치가 제 부탁을 흔쾌히 들어줬다.”

– 이운재 코치와는 개인적인 인연이 있나.

“제 전북 감독 시절에 골키퍼 코치로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 9월 러시아, 태국과의 친선경기에서 베트남 국가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불렀다. 감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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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0일 태국과의 친선 경기에서 베트남 국가를 부르는 김상식 감독./ 사진제공=전형찬

“처음 베트남에 부임하고 나서 바로 연습을 시작했다. 박항서 감독님이 성공한 이유 중 축구 외적인 부분도 많은 작용을 했다고 본다. 베트남 국민과 선수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셨는데, 박감독님이 베트남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이 큰 울림을 줬다고 생각한다.”

– 그래서 국가 가사를 외웠나.

“베트남 국민과 팬들에게 좀 더 다가가고 싶었다. 그래서 국가를 따라 부르는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했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다. 그래도 따라 부를 정도는 된다.”

– 어떻게 연습했나.

“유튜브 보면서 계속 따라 불렀다. 독학했다.”

– 발음 교정은 받았나.

“일단 베트남어 가사를 한글로 받아 썼다. 성조도 나름대로 표기하고 음정도 표시해놓고 매일 부르니까 주변에서 도와주더라.”

– 누구의 도움을 받았나.

“선수들이 도와줬다. 선수들 이름 부를 때 성조를 안 넣으면 못 알아듣는다. 이름을 성조 넣어서 정확하게 발음하는 걸 배우면서 국가 가사 발음도 배웠다.”

– 성조는 생각보다 어렵다.

“그래서 나름대로 표시해 놨다. 화살표로 어디를 올리고 내릴지, 아니면 쭉 갈지, 이런 것만 써놓아도 큰 도움이 된다.”

– 선수들이 좋아하나.

“발음 좋다고 칭찬한다. 하하. 발음이 베트남 사람 같다고 그러기에 ‘야, 나는 베트남하고 잘 맞는 사람이야’라고 했다. 그러면서 코칭스테프 및 선수들과 많이 친해졌다.”

– 통역은 안 도와줬나.

“국가 부를 때 발음 최종 교정을 해줬다. 제 베트남어보다 우리 통역 한국어가 훨씬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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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식 감독의 베트남 국가 독학 노트./ 사진제공=김상식

– 베트남어는 따로 공부하나.

“따로 배우는 건 없다. 필요하면 유튜브를 찾아본다. 선수들한테 지시할 말, 예를 들면 ‘올라가! 내려가! 기다려! 압박해!’ 뭐 이런 정도는 바로 외웠고, 생존에 필요한 베트남어도 열심히 연습했다.”

– 어떤 말인가.

“감사 인사, 식당에서 주문하는 말 등이다. 베트남어로 식당에서 맥주 주문 가능하다.”

– 김상식 감독이 베트남 국가를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부르는 걸 베트남 스태프들도 아나.

“아마 알지 않을까. 이슈도 됐고, 또 베트남 언론에도 많이 나왔다.”

– 왜 그렇게 베트남 문화에 적응하려고 하나.

“프로니까.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내는 사람이 프로페셔널이다. 또 제가 잘해야 다음 세대 지도자가 베트남에서 기회를 받을 수 있다. 박항서 감독님이 제게 길을 만들어 주셨으니 저도 후배들에게 길을 넓혀주고 싶다.”

– ‘영웅 박항서’의 인기를 실감하나.

“물론이다. 박감독님은 베트남의 국민 스승이다. 길이 없는 곳에서 길을 내셨기에 박항서 감독님을 정말 존경한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많은 가르침을 받으려고 한다.”

– 김상식은 선수 때나 지도자 때나 새로운 걸 즐겨 시도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저는 그렇게 뛰어난 선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항상 일류 선수들을 따라가려고 많이 노력했다. 하지만, 남들과 똑같이 하면 일류들에게 계속 밀릴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 그래서 나만의 특기, 특징이 있어야 오래 간다고 생각해 저만의 무기를 만들려고 했다.”

– 감독으로서도 새로운 시도를 했나.

“물론이다. 예전에는 스파르타식 감독이 대세였지만 요즘은 특징 있는 감독들도 많지 않나. 저 또한 그런 쪽으로 준비를 많이 하려고 한다.”

– 베트남 축구가 중점적으로 개발해야 할 장점이라면.

“재능있는 선수들은 많은데 경기 운영방식이나 밸런스 같은 부분은 조금 부족하다. 축구를 잘하는 선수들은 많지만, 팀으로서는 못 이기는 경우가 있다. 경기 운영, 공수 밸런스 등을 보완해야 한다.”

– 피지컬은 어떤가.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세계적인 국제대회에 나오는 팀들은 체격적으로 뛰어난 팀이 많다. 그런 신체적인, 피지컬적인 부분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가 고민이다.”

– 농구나 배구만큼은 아니어도 축구에서도 피지컬이 중요한가.

“중요하다. 헤딩 싸움이라든지 세트피스 등에서 피지컬이 밀리면 불리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 불가항력이다.”

– 메시는 피지컬이 뛰어나지 않아도 세계 최고다.

“맞다. 하지만 메시 같은 선수가 11명이 뛴다면 그 팀은 월드컵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크다. 작은 선수 한 명이 있고, 다른 큰 선수가 있어야 팀으로서 보완이 되는 거다.”

– 이 문제는 어떻게 감독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듯 하다.

“베트남에도 좋은 선수가 많다. 주어진 여건 속에서 차근차근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다. 저한테 얼마나 시간이 주어질지 모르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은 그 선수들 개개인의 역량, 팀으로서의 역량을 최대치로 뽑아내는 것이다.”

– 우승하면 ‘김상식 댄스’를 볼 수 있나.

“결승에 오른다면 경기 전 비장한 각오로 베트남 국가를 힘차게 부르고, 만약 우승하면 흥겨운 마음으로 승리를 축하하는 춤을 추겠다. 최선을 다하겠다. 팀 베트남의 선전을 기대하셔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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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연습 경기를 준비하는 팀 베트남과 김상식 감독./ 사진제공=디제이매니지먼트

아시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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