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최고 권위 대회인 코리아컵이 결승 일정 문제로 도마에 올랐다. 결승에 진출한 포항 스틸러스와 울산 현대의 감독이 대한축구협회(KFA)에 불만을 드러냈다.
21일 열린 2024 하나은행 코리아컵 결승전 미디어데이에서 박태하 포항 감독과 김판곤 울산 감독은 우승을 향한 의지를 밝히는 한편 빡빡한 일정 속에 결승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숨기지 않았다.
포항과 울산은 오는 30일 오후 3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중립 지역 단판 승부로 코리아컵 우승을 가린다. 올해부터 FA컵 명칭을 코리아컵으로 바꾼 KFA는 결승전을 홈 앤드 어웨이 방식이 아닌 중립지 단판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울산은 이번 결승에서 2017년 이후 7년 만에 코리아컵 정상에 도전하며 시즌 2관왕을 노린다. 이미 K리그1에서 3연패를 달성한 울산은 트로피를 추가하며 위상을 굳히겠다는 각오다. 반면 디펜딩 챔피언 포항은 올해 우승으로 코리아컵 최다 우승 기록(6회)을 단독으로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른바 ‘동해안 더비’라는 상징성을 가진 라이벌 간의 대결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양 팀 감독과 선수들은 일정 문제를 놓고 격한 불만을 표출했다.
기자회견에서 박태하 감독은 “선수들의 땀과 노력이 헛되지 않게 반드시 트로피를 들어 올리겠다”고 각오를 다지면서도 “울산은 노쇠화와 기동력 저하가 문제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부분을 우리에게 유리하게 끌어올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에 김판곤 감독은 웃으며 “노쇠화라는 지적은 틀렸다. 오히려 노련미가 돋보이는 팀이라 걱정할 필요 없다”고 반박하며 신경전을 이어갔다.
이렇게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며 약간의 신경전을 벌인 감독들은 무엇보다 일정 문제를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포항은 23일 K리그1 최종전(강원FC)을 치른 뒤 27일 일본 요코하마 마리노스와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원정 경기를 가진다. 이후 30일 코리아컵 결승전을 치르고 다음달 3일 일본 비셀 고베와 다시 경기를 해야 한다.
울산도 상황은 비슷하다. 23일 K리그1 최종전(수원FC)을 마치고, 26일 중국 상하이 상강과 홈 경기를 치른 뒤 결승전에 나선다. 이후 다음달 4일 중국 상하이 선화 원정을 소화해야 한다.
박태하 감독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결승전을 치르는 건 큰 의미가 있다”며 중립지 단판 승부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올 시즌뿐 아니라 앞으로 K리그, ACLE, 코리아컵을 병행해야 하는 팀들을 위한 일정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판곤 감독도 “이번 기자회견조차도 결승전과 너무 먼 일정에 잡혔다. K리그1 최종전을 이틀 앞둔 중요한 시점인데 감독이 훈련 대신 기자회견에 나와야 했다”며 KFA의 일정 관리 문제를 꼬집었다. 그는 “흥행과 팀을 위한 더 나은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포항의 한찬희와 울산의 김민우도 일정 문제를 지적했다. 한찬희는 “선수는 주어진 일정 속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일정이 어떻게 잡히느냐에 따라 경기력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우 역시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일정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코리아컵은 울산과 포항이라는 라이벌 매치, 그리고 단판 승부라는 긴장감으로 축구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과도하게 빡빡한 일정은 감독과 선수들의 불만을 살 뿐 아니라 경기력 저하와 흥행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결승전 흥행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시즌 전체 일정 관리와 참가 팀들에 대한 배려를 통해 코리아컵이 명실상부한 최고의 대회로 자리 잡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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