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것이 메이저리그 90승 관록인가.
미국 프리미어12대표팀에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낯익은 노장 투수 한 명이 있다. 주인공은 리치 힐(44). 힐은 2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4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일본과의 첫 경기에 선발 등판, 4이닝 1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했다.
이날 미국은 구원투수들이 줄줄이 무너지며 일본에 1-9로 완패했다. 그러나 힐의 역투는 야구는 나이로만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1980년생, 만 44세의 힐은 2005년 시카고 컵스를 시작으로 볼티모어 오리올스, 보스턴 레드삭스,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LA 에인절스, 뉴욕 양키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를 거쳐 2016시즌 도중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다.
힐은 2019년까지 다저스에 몸 담으며 류현진(한화 이글스)와 한솥밥을 먹었다. 전성기를 달리던 류현진이 1~2선발이었고, 힐이 선발진 후미를 뒷받침했다. 2017년과 2018년이 힐에게도 최고의 시기였다. 당시 12승, 11승을 각각 따냈다.
2020년에는 미네소타 트윈스로 옮겼다. 이후 탬파베이 레이스, 뉴욕 메츠,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샌디에이고 파드레스까지 무려 13개 팀의 유니폼을 입었다. 김하성(FA)과도 2023시즌에 잠시 함께 뛰었다. 올 시즌에 뛴 보스턴에는 네 번이나 입단과 재입단을 반복했다. 올 시즌 성적은 4경기서 1패 평균자책점 4.91.
전성기에서 확실히 내려간 건 맞다. 올 시즌 보스턴에서 9월초에 지명할당 됐고, 이후 그대로 시즌을 마쳤다. 소속이 없으니 프리미어12에도 나설 수 있었다. 힐로선 이번 대회가 일종의 쇼케이스다. 은퇴할 생각이라면 이 대회에 나왔을까.
통상적으로 메이저리그에 소속된 선수들은 프리미어12에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구단들도 당연히 미온적이다. FA 역시 휴식을 취하고 에이전시에 협상을 일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힐은 목 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는 심정으로 이번 대회에 출전, 제대로 기량을 발휘해낸다.
아무래도 이 대회가 메이저리그보다 수준은 떨어진다. 그래도 건재함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힐은 12일 푸에르토리코와의 오프닝라운드 A조서 3이닝 2피안타 3탈삼진 2볼넷 무실점, 15일 멕시코전서 3.1이닝 2피안타 6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잘 던졌다.
그리고 이날 일본을 상대로 단 1개의 안타만 맞는 눈부신 역투를 했다. 실제적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한 가장 수준 높은 팀이라는 걸 감안하면 힐의 역투는 더더욱 의미 있었다. 1회 리드오프 구와하라 마사유키를 2루수 실책으로 내보낸 뒤 1사 1루서 타스미 료스케에게 내준 중전안타가 이날 유일한 피안타였다. 1사 1,2루 위기서 모리시타 쇼타를 3루수 파울플라이, 구리하라 료야를 3루수 땅볼로 잡고 이닝을 마쳤다. 2~4회는 퍼펙트였다.
힐의 이번 대회 성적은 3경기서 10⅓이닝 5피안타 14탈삼진 2볼넷 1실점(비자책) 평균자책점 제로. 매우 좋은 성적으로 이번 대회를 마무리했다. 24일에 끝나는 일정이어서, 잔여경기 등판은 하지 못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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