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선수협) 공동 회장인 지소연(시애틀 레인)은 여자축구 선수들이 고연봉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여건이 갖춰진 리그 환경을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소연은 14일 서울 서초구 더 리버사이드 호텔에서 열린 2024시즌 WK리그 시상식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지소연은 “우리 선수들이 돈을 많이 달라는 게 아니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가야 한다는 것”이라며, WK리그가 2009년에 출범했지만 여전히 최고 연봉이 5천만원으로 동결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녀는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선수들의 동기부여가 떨어지고, 축구를 하려는 부모들도 다른 스포츠로 눈을 돌릴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WK리그는 단년 계약이 일반적이며, 기존 5천만원에 30%까지 줄 수 있는 계약금을 고려할 때 실질적인 연봉 상한선은 6천500만원에 불과하다. 가끔씩 승리 수당 등이 추가되어 억대 연봉을 받는 선수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에 해당한다. 실제로 지난해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은 선수들 중 절반이 넘는 14명이 2천만원에 불과한 연봉을 받는 4차 이하 지명으로 선발됐다.
지소연은 자신의 ‘작심 발언’이 일부 비인기 종목 선수들의 불만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미국과 영국에서 뛰어보니 이런 불만이 당연히 갖춰야 할 여건들이었다”며 WK리그의 경기 시간과 운영 방식이 더욱 고도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녀가 강조한 ‘기본 여건’에는 스폰서 유치, TV 중계, 주요 시간대 경기 배정 등이 포함된다.
지소연은 “처음에는 TV 중계와 스폰서가 있었지만, 점점 열악해져서 스폰서도 없어지고 중계도 하지 않는다”며 현재 WK리그의 상황을 비판했다. 그녀는 “경기가 주말에 열리지 않고 평일 낮이나 오후 6시에 진행되어 직장인들이 볼 수 없는 시간대에 배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소연이 경험한 잉글랜드 여자 슈퍼리그(WSL)와 미국여자프로축구(NWSL)는 WK리그와 달리 상업화 흐름에 편승해 규모를 키우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가 지난해 8월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WK리그는 상업화 전략이 없는 곳으로 분류되며, 조사된 34개 리그 중 TV 중계 수익을 내지 못하는 리그 중 하나로 나타났다.
지소연은 남자축구를 담당하는 이근호와 함께 선수협을 공동 이끌며 이날 자체 시상식을 열고 2024시즌 WK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들을 격려했다. 그녀는 “한국여자축구연맹에서 여는 시상식은 우리가 기대했던 것과 다른 점이 있었다. 베스트11 선정도 없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선수협 차원에서 진행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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