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축구의 간판 스타 지소연(시애틀 레인)이 한국 여자 축구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하며 선수들의 처우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소연은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 회장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며, 선수들이 마땅한 탈의 공간 없이 화장실이나 천막 아래에서 옷을 갈아입는 상황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11일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지소연은 “우리 선수들은 라커룸이 없는데도 당연하게 화장실이나 천막 아래에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는다. 미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큰일 나는 일”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녀는 이러한 환경이 선수들에게 얼마나 부당한지를 강조하며, “이제는 바뀔 때”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지소연은 지난 8월 전국여자축구선수권대회에서 열악한 시설과 운영 문제로 선수들의 불만이 폭로된 사건을 언급하며, “선수들이 천막 아래에서 가림막도 없이 옷을 갈아입는 상황이 연출됐다”고 전했다. 그녀는 이 대회에서 화장실이 탈의실로 사용되다가 줄이 길어지자 선수들이 천막으로 향하는 모습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은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에서도 다뤄지며, 한국 여자축구의 열악한 현실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 여자축구의 문제가 이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로 머리 아프다”고 말한 지소연은 남자축구를 책임지는 이근호 회장과 함께 선수협을 이끌고 있다. 일본 고베 아이낙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지소연은 영국 첼시 위민, 국내 WK리그 수원FC 위민을 거쳐 현재는 미국 NWSL의 시애틀 레인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녀는 일본, 영국, 미국 등 여자축구가 발전한 지역에서의 경험을 통해 한국 여자축구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지소연은 “다른 나라들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우리만 정체되어 있는 것이 안타깝다”며 “WK리그와 잉글랜드 여자 슈퍼리그(WSL)가 비슷한 시기에 출범했지만 지금은 천양지차”라고 말했다. WK리그는 2009년에 출범했으며, WSL은 2010년에 시작되었다. WSL은 FA가 직접 책임을 지고 성장시킨 반면, WK리그는 대한축구협회 산하 기관인 여자축구연맹이 운영하고 있어 발전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지소연은 “남녀 선수 동일 임금”을 원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하면서도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틀은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WK리그의 평균 관중 수가 261명에 불과하고, 최저 관중을 기록한 팀이 146명에 그쳤다는 점을 지적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여자축구가 ‘안 될 사업’이라고 여겨지지만 ‘해볼 만한 사업’으로 인식을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지소연은 선수협이 주관하는 시상식에 대해 언급하며,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녀는 14일 강남구에서 열리는 2024시즌 여자 실업축구 WK리그 시상식을 통해 선수들의 노력을 격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소연은 “우리가 노력해야 할 부분은 인식 자체를 바꾸는 것”이라며,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의지를 다졌다.
사진 = 국제축구선수협회 홈페이지 캡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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