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다른 팀? 쳐다볼 이유도 없었어요”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10일 “구승민과 계약기간 2+2년 최대 21억원(계약금 3억원, 연봉 12억원, 인센티브 6억원)으로 계약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3년 신인드래프트 6라운드 전체 52순위로 롯데의 선택을 받은 구승민은 2018년 64경기에 등판해 7승 4패 14홀드 평균자책점 3.67로 활약하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사실상 2년차에 가까웠던 2019년 어려움을 겪었으나, 2020년 5승 2패 20홀드 평균자책점 3.58을 기록하더니, 2022년 2승 26홀드 평균자책점 2.90으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며 정점을 찍었다.
특히 지난해 구승민은 롯데 프랜차이즈 최다 홀드의 새역사를 작성하는 등 KBO 역대 두 번째 4년 연속 20홀드의 고지를 밟았고, 올해 가장 중요한 시기가 찾아왔다. KBO리그 최고의 역사와 FA(자유계약선수) 대박 계약까지 노려볼 수 있었던 까닭이다. 하지만 올 시즌은 구승민에게 너무나도 가혹했다. 하필 여러 가지가 걸려 있었던 시즌에 5승 3패 13홀드 평균자책점 4.84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그나마 5년 연속 두 자릿수 홀드를 수확한 것이 위안거리였다.
이에 주변에선 FA 신청을 만류했다. 부진했던 올 시즌의 성적으로 인해 제대로 된 가치를 평가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구승민은 후회하지 않기 위해 FA를 선언했고, 2+2년 총액 21억원의 계약을 통해 롯데에 잔류하게 됐다. FA 계약을 맺은 뒤 ‘마이데일리’와 연락이 닿은 구승민의 목소리는 여느 때처럼 밝았다. 그는 “홀가분하고, 후련하기도 한 것 같다”는 첫 FA 계약 소감을 밝혔다.
구승민은 오롯이 롯데 잔류만 바라보고 FA를 선언했다고. 그는 “FA를 신청하기 전 주위에서 10명 중에서 9명은 ‘나가지 않아야 하지 않나’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었다. 하지만 FA를 신청하지 않으면 후회가 될 것 같았다”며 “이적을 생각했다면, 올해 FA 시장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내년에 더 좋은 등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팀보다는 롯데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싶었다. 단장님께서도 빠르게 계약을 제시해 주시면서 ‘진짜 함께 하고 싶구나’라는 마음을 많이 느꼈다. 다른 팀은 쳐다볼 이유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구승민은 계약에 +2년의 선수 옵션을 포함시켰다. 스스로를 더 채찍질하기 위함이었다. 그는 “구단에서도 안전장치를 걸어둔 것이고, 내게는 동기부여가 된다. 일시적으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지만, 새로운 계약을 토대로 ‘원래 이렇게 믿을만했지’라는 평가를 듣고 싶은데, 이 옵션이 더 잘 준비하고, 나태해지지 않게 해주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구단도 ‘일시적인 부진일 것이다’라고 생각했기에 계약을 맺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2년 내로 나에 대한 평가가 바뀌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구승민은 지난 10월 말부터 2025시즌 준비에 돌입했다. 올해의 부진을 반드시 만회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주변에서는 ‘그동안 많이 던졌으니, 부침이 올 때가 됐다’고 하지만, 반대로 대학교 때 투수로 전향했다. 전혀 아프지 않을 순 없지만, 아직 신체적으로 다른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내년에는 팬분들이 조금 더 편하게 야구를 볼 수 있게 해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구승민은 “롯데에 1차 또는 1라운드 지명을 통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입단했던 것은 아니지만 아무것도 없는, 투수로 전향한지 얼마 되지 않은 투수를 뽑아주신 덕분에 FA라는 것을 할 수 있어 감사하다. 그리고 팬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많은 응원을 보내주신 것도 잘 안다. 올해 부침이 있었지만, 다시 잘 준비해서 원래의 모습대로 돌아올 것이다. 그러니 자리에서 한결같이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공교롭게 롯데는 9일 구승민과 ‘마무리’ 김원중까지 집토끼를 모두 사수했다. 지난해 함께 구단 최다 홀드와 세이브를 달성한 것은 물론 야구장 안팎에서도 늘 붙어 다닐 정도로 구승민과 김원중은 이미 너무나도 잘 알려진 ‘절친’. 그는 “주변에서 ‘낭만’이라고 하시는데, 기분이 좋다. 같은 날 계약을 맺은 것에서 구단에도 감사하다”며 “(김)원중이가 오전에 먼저 계약을 맺고 나를 기다리고 있더라. 그리고 함께 퇴근했다. 서로 ‘축하한다.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시절부터 상동에서 함께 했는데,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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