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이 쏘아 올린 공이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을 정면으로 강타했다. 이 회장이 채용 비리 의혹에 휩싸였다.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채용 과정에서 자녀 친구를 뽑으려고 자격요건 완화를 부당하게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은 10일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대한체육회 점검 결과를 발표하며 이 회장과 관련자 8명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수사 의뢰할 것이라고 밝혔다.
점검단은 대한체육회 관련 비리 첩보를 입수해 지난달 8일부터 약 한 달간 조사관 6명을 투입해 현장 점검을 진행했으며, 체육회 임직원 70여 명을 상대로 대면 조사를 벌였다. 이번 점검에서 체육회는 △부정 채용 △후원물품 사적 사용 △물품 후원 요구 △예산 낭비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점검단에 따르면 이 회장은 2022년 국가대표선수촌 직원 채용 시 자신의 자녀와 대학 친구 사이인 A 씨를 채용하기 위해 부당한 지시를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 회장은 이 과정에서 A 씨가 자격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선수촌 고위 간부 B 씨에게 A 씨 이력서를 전달하며 자격 요건을 완화할 것을 여러 차례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래 해당 직위에는 국가대표 경력과 2급 전문스포츠지도자 자격이 필요했으나 이 회장 지시로 이러한 자격이 완화됐다.
점검단의 서영석 공직복무관리관은 “이 회장은 자격 요건 완화를 지시하면서 연봉 하향 조정이 필요하다는 내부 보고를 묵살했다”며 “채용 요건 완화를 반대한 채용 부서장까지 교체하는 등 압박을 가했다”고 밝혔다. 또한 직원들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에 대한 시정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심한 욕설과 폭언을 일삼았다. 한 직원은 1시간 가까이 이 회장 폭언에 시달려 공포를 느꼈다고 진술했다.
결국 국가대표 경력과 지도자 자격 요건이 모두 삭제된 채 2022년 8월 9일 채용 공고가 게시됐고, A 씨는 32:1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 채용됐다. 채용 과정에서 B 씨는 면접위원으로 참여해 A 씨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점검단은 대한체육회가 후원 물품을 사적으로 유용한 정황을 포착하고 횡령 의혹도 제기했다. 체육회는 2018년 평창올림픽 마케팅 수익 물품 중 약 6300만 원 상당의 휴대전화 20대를 포함한 물품을 회장실로 배정받았으나, 휴대전화 14대는 회계 처리 없이 지인들에게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장은 국제 스포츠 관계자에게 준다고 주장했으나, 실제 수령자는 확인되지 않았다.
더불어 체육회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회장실로 배정된 신발과 선글라스 등 후원 물품 중 일부를 무단 사용하거나 방문객에게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약 1600만 원 상당의 물품이 사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점검단은 대한체육회가 파리올림픽 참관단 운영 과정에서 총 1억 8700만 원 상당 입장권을 절차 위반으로 미리 구매한 뒤 필요 없어진 입장권 3215만 원 상당을 환불하지 않아 배임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국가대표선수촌 고위 간부 C 씨가 이 회장 승인하에 특정 단체 회장인 D 씨에게 선수제공용 보양식과 경기복 구입비용 대납을 요구한 정황도 드러났다. D 씨는 이 회장과 오랜 친분이 있으며, 올해 초 파리올림픽 대표단에서 특정 직위를 맡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한 뒤 희망 직위를 맡았고, 같은 해 약 8000만 원 상당 물품 비용을 대납했다.
이 밖에도 점검단은 이 회장의 직원 상대 욕설과 업무추진비 부적정 사용 등 기타 규정 위반 사항을 확인했으며, 수사 의뢰 대상자 7명을 포함한 총 11명을 문화체육관광부에 통보할 예정이다.
안세영은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직후 대한배드민턴협회의 부상 관리 등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후 논란이 배드민턴협회뿐만 아니라 체육단체 전반으로 확산했고, 문체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배드민턴협회와 체육단체가 도마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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