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20세 이하 대표팀 10번 잘 보세요. 긴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물건입니다.”
지난해 4월쯤 한 원로 축구인을 만났다. 여러 축구 이야기를 하다가 국내 유망주들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그는 배준호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면서 “무조건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청난 재능을 갖추고 있고, 성실하기까지 해 대성할 선수라고 재차 힘줬다.
약 한 달 반 후 아르헨티나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이 열렸다. 김은중 감독이 이끈 한국은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정정용 감독이 지휘한 2019년 대회 준우승 후 또 다른 신화를 만들었다. 그 중심에 ‘천재’ 배준호(21·스토크 시티)가 있었다.
배준호는 당시 에콰도르와 16강전에서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김은중호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두 번의 공격포인트만으로 그의 존재감을 설명하기엔 한참 모자랄 정도로 펄펄 날았다. 놀라운 기술과 드리블, 패스, 그리고 득점까지. 개인기가 좋은 에콰도르 선수들을 농락하며 한국에 승리를 안겼다.
1-0으로 앞선 전반 19분 추가골 장면이 압권이었다. 배준호가 개인기로 에콰도르 수비수들을 무너뜨리며 득점에 성공했다. 영리한 움직임으로 페널티박스 중앙을 선점하며 상대 수비수들 사이를 파고들었고, 절묘한 터치로 기회를 열었다. 오른쪽에서 날아온 패스를 방향을 바꾸는 트래핑으로 잡아 수비수의 중심을 무너뜨렸다. 방어를 위해 나온 골키퍼까지 슈팅 페이크로 제쳤고, 정확한 오른발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물 흐르는 듯한 부드럽고 치명적인 플레이에 해외 중계진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K리그 대전하나시티즌을 거쳐 지난 시즌 잉글리시 챔피언십 스토크 시티에 새 둥지를 튼 배준호가 7일(이하 한국 시각) 멋진 플레이로 소속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블랙번 로버스와 원정 경기에서 경기 막판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스토크 시티가 1-0으로 앞선 후반 39분 상대 수비수가 잘못 건넨 백패스를 가로채 추가골 징검다리를 놓았다. 중앙 쪽으로 빠르게 쇄도해 공을 왼발로 밟아 정지하면서 방향을 전환했다. 상대 수비수의 푸시 파울을 유도해 페널티킥을 만들었다. 톰 캐넌의 추가골에 결정적인 지분을 보탰다.
1년 5개월여 전 20세 이하 월드컵 에콰도르와 16강전에서 보여준 득점과 비슷한 장면을 연출했다. 특히, 부드럽고 치명적인 발 기술을 다시 한번 발휘해 눈길을 끌었다. 공을 받을 때 상대 움직임을 반대로 이용해 공간을 열고 기회를 열었다. 부드러운 터치와 탁월한 공간 감각으로 상대에게 치명타를 꽂았다. 안정환이 전성기에 보여줬던 일명 ‘안느 턴’처럼 부드럽고 치명적인 턴 기술로 팀 승리에 디딤돌을 놓았다.
2003년생, 이제 스물한 살이다. 국내에서 ‘천재’로 불렸고, 잉글랜드 무대에서도 곧바로 두각을 나타내며 팀 중심으로 떠올랐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대표팀에도 뽑혀 주가를 드높였다. 1년여 전 앳된 외모의 다소 여리여리해 보였던 배준호가 ‘진짜’ 물건임을 계속 증명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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