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고척 김진성 기자] “워낙 잘 치는 타자니까.”
따지고 보면 KIA 타이거즈 김도영의 ‘가을’ 방망이는 썩 신통치 않다. 한국시리즈 5경기서 17타수 4안타 타율 0.235 1홈런 5타점 5볼넷 1도루에 그쳤다. 2차전 홈런을 제외하면, 날카로운 타구가 많지는 않았다.
한국시리즈가 끝나자마자 국가대표팀에 합류, 프리미어12를 준비하고 있다. 안 좋은 흐름은 계속된다. 1~2일 쿠바와의 평가전, 6일 상무와의 평가전 합계 8타수 1안타 2볼넷 2삼진 2도루다. 안타 하나도 단타였다.
기본적으로 컨디션이 완전할 리 없다. 정규시즌 이후 충분히 쉬면서 한국시리즈를 준비했다. 정규시즌을 마치고 5경기 더 치렀다고 ‘별로 안 피곤하다’라고 하긴 어렵다. 이범호 감독은 와일드카드결정전보다 준플레이오프, 준플레이오프보다 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보다 한국시리즈 1경기의 에너지 소모가 점점 커진다고 강조했다.
그 한 경기의 무게감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최후의 무대, 최후의 경기로 갈수록 점점 커진다. 매 순간 집중력이 남다르기 때문에, 피로도가 높다. 더구나 김도영은 지난 2년간 풀타임을 해보지 못했다. 지금까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한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류중일 감독은 6일 상무전 후반부터 송성문을 3루수로 기용하면서 김도영을 지명타자로 돌렸다. 수비를 하지 말고 타격에만 집중하며 컨디션을 올려달라는 배려이자 주문이었다. 그러나 구위 좋은 대표팀 불펜투수들을 끝내 공략하지 못했다. 평소 같으면 충분히 칠 텐데, 아무래도 안 좋은 사이클이다.
류중일 감독은 “휴식 차원이었다. 5이닝만 소화하게 하고 지명타자로 바꿔줬다. 아직 타이밍을 조금 못 잡는 것 같다. 지명타자를 하면서 2~3번 더 치라고 했다. 그런데 마지막 타석에서 타이밍은 좋았다. 워낙 잘 치는 친구니까. (좋았던 리듬, 감각을)빨리 찾아낼 것이다”라고 했다.
실제 김도영은 8회말 마지막 타석에서 3유간 깊숙한 타구를 날렸다. 힘차게 잡아당겼으나 상무 유격수 박정현의 호수비에 걸렸다. 타이밍이 늦었다면 좌측에 그 정도의 깊숙한 타구를 치기 어렵다. 그 타석은 범타였지만 의미 있었다.
대표팀은 마땅한 4번 타자가 없다. 류중일 감독은 고심 끝에 쿠바전에 한 차례 4번 타자를 맡던 포수 박동원을 다시 기용했다. 그러나 국제대회서 수비 비중이 높은 포지션이라서, 대회 내내 4번을 치기 어렵다. 류중일 감독은 전통적으로 고정 타순을 선호한다. 그러나 4번만큼은 프리미어12 예선라운드 내내 바뀔 수도 있다.
이런 상황서 3번 김도영만큼은 안정적인 흐름을 탈 필요가 있다. 최악의 경우, 대표팀 3~4번 라인의 무게감이 살짝 떨어질 수도 있다. 출루왕 홍창기와 윤동희가 구성하는 테이블세터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우선 김도영이 대만에 가서 타격감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
어떻게 보면 이런 어려움도 이겨내는 경험이 필요하다. 김도영은 앞으로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이 생기기 전까지 대표팀 붙박이 3번 3루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국제대회는 대부분 시즌 전과 후에 열린다. 정상 컨디션이 아니어도 좋은 결과를 내야 하는 무대다. 그 압박감, 무게감을 극복해야 국대 간판타자가 된다. 누구보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선수다.
김도영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류중일 감독은 특유의 신뢰로 김도영에게 힘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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