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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기자의 스포츠人] 1983년 세계청소년축구 4강 신화 주역

아시아투데이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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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축구부 신연호 감독.. 사진=장원재 전문기자

신화의 서막은 장엄하다. 아련하다. 한국 축구도 신화의 서막이 있다. 1983년 세계 청소년 축구 4강 신화다. 그래서 신연호(60)다. 올드팬에게 그 이름은 어릴 때 떠나온 옛 고향이다. 두고두고 그립고 생각만으로도 피가 끓기 때문이다.

– 축구는 어떻게 시작했나.

“1970년대 초반, 어렸을 때 시작했다. 이회택, 김재한, 차범근 이런 기라성같은선수들의 활약상을 보면서 축구를 하게 됐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다.”

– 바로 축구부에 들어갔나.

“당시에는 워낙 축구의 인기가 좋았다. 그때는 또 초등학생들도 많았던 때 아닌가.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매일 공을 차다가 김성 선생님이 여수 서국민학교 선수들을 모을 때 자연스럽게 축구부에 들어갔다.”

– 여수에서 좋은 선수가 많이 나왔다. 83년 청소년 4강 주역으로 함께 대활약한 노인우도 여수 출신이다.

“맞다. 같은 동네에 살았다. 대학교까지 같이 다녔다.”

– 같은 동네 출신이 대표 선수까지 같이 한 건 굉장히 특별한 인연이다.

“그렇다. 저보다 1년 선배시다. 여수에서 서울을 거쳐 멕시코까지 동행했다. 국민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동문에 세계 청소년대회도 같이 다녀왔다.”

– 노인우의 패스를 신연호가 받아서 득점한 경우가 많았다.

“맞다. 제가 큰 도움을 받았다.”

– 고등학교는 광주 금호고로 진학했다.

“막강한 팀이었다. 지금 모교 감독을 하고있는 최수용 감독, 그리고 김판근, 김상호 등 우리 또래에서 좋은 선수가 많이 나왔다.”

– 1980년대 초반 금호고는 전국대회 결승에서도 3-0, 4-0으로 이겨서 초고교급 팀이라고 했다.

“제 모교지만, 그 말씀이 맞다. 당시엔 부산 동래고, 서울에는 영등포공고, 호남의 금호고, 영남의 청구고등학교가 축구를 아주 잘했다.”

– 당시는 제도상 한 학교가 전국대회 3개 대회 이상 출전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시즌 끝나고 영등포공고와 금호고의 특별 최강자전을 붙여야 한다는 축구계 일각의 여론이 있었다.

“기억력이 좋으시다. 시즌 마치고 고등학교 최강자를 가리자는 얘기가 진지하게 나왔다. 결국 그 경기는 열리지 않았지만, 고교 축구가 그런 정도까지 상당히 인기가 있었고 잘하기도 했던 시절이다.”

– 1983년 청소년 대회는 우리가 못 나갈 뻔했다. 아시아 예선에서 북한에게 5-3으로 졌다.

“북한과의 준결승 연장전까지 뛰었다. 반칙이 난무하는 경기였다. 우리고 그쪽이고, 다들 죽을힘을 다해서 뛰었다. 심지어는 경기 중에 제 옆으로 지나가는 북한 선수가 말 그대로 진짜 토하면서 뛰는 것도 직접 목격했다.”

– 욕도 했다고 들었다.

“처음에는 외국 말인 줄 알았더니 우리나라 말이더라. 쌍시옷 받침도 들어가고 간나 00들 어쩌고 연장전까지 그러고 나왔다.”

–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에서 북한 대표팀과 임원진이 태국 심판을 집단 구타하는 바람에 우리가 대타로 83년 청소년 대회에 출전했다.

“북한이 경기 후 난동을 피우면서 FIFA로부터 국제대회 2년간 출전 금지 징계받았다. 그래서 아시아 3위였던 우리가 대타로 나가게 됐다.”

– 대타로 출전하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은 어땠나.

“정말 기분 좋았다. 포기했었던 부분이 다시 살아났기 때문이다.”

– 멕시코 고산지대 적응 훈련한다고 태릉에서 마스크 끼고 훈련한 일도 화제였다. 효과가 있었나.

“글쎄. 신체적 효과는 데이터가 없으니 알 수 없지만, 심리적 효과는 있었다고 본다. 미리 준비하고 대비했다는 느낌 같은 것이다.”

– 멕시코 가서 첫 경기 스코틀랜드전은 2-0으로 졌다. 골키퍼 겨드랑이 사이로 골이 들어가고, 선수들의 움직임도 정상이 아니었다.

“당시에는 워낙 세계 무대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전지훈련은 꿈도 못 꾸던 시절이다. 한국 축구가 변방이던 시절이었다고 할까? 현지 적응도 어려웠고, 유럽 축구 스타일을 처음 접하다 보니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우리 실력을 거의 발휘하지 못한 경기다.”

– 멕시코와의 두 번째 경기는 정말 짜릿했다.

“홈팀과의 경기는 늘 어렵다. 멕시코시티 아즈테카 경기장에 9만 관중이 꽉 차더라. 낮 12시 경기여서 모든 것이 우리에게 불리한 여건이었지만 2-1로 역전승했다.”

– 1-1로 맞서던 후반 막판, 신연호의 원바운드 헤딩슛은 오른쪽 골포스트 맞고 나왔고, 멕시코의 헤딩슛은 원바운드로 크게 튕긴 뒤 크로스바 상단을 때리고 밖으로 나갔다. 결정적 찬스를 한 번씩 주고받았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웃는 자는 우리였다. 결승골을 넣고 돌아서서 전광판 시계를 봤더니 45초 남았더라.”

– 그 골의 득점 과정도 극적이었다.

“이태형 선수가 오른쪽 측면에서 땅볼 패스 준 것을 슛했는데 골키퍼 몸에 맞았다. 그 공이 튕겨서 바로 제 머리 위로 올라오기에 헤더 슛으로 밀어넣었다.”

– 조별리그 최종전은 호주에게 2-1로 이겼다. 김종건의 중거리 슛이 빛났던 경기다.

“그렇다. 멕시코를 이기고 선수단 분위기가 최고였다. 사고 한번 쳐보자는 말을 서로 많이 했다.”

– 우루과이와의 8강전도 2-1로 이겼다.

“페널티킥 얻었을 때 제가 차려고 했는데 노인우 선배에게 양보했다. 골포스트 맞고 나와서 선취골 득점에 실패했는데 잠시 후 노인우 선배가 저에게 아주 결정적인 패스를 찔러줘서 제가 골을 넣었다. 1-0으로 앞서다 우루과이가 1-1로 따라왔고, 연장전에서 김종부 선수의 크로스를 제가 슈팅한 것이 수비 맞고 들어갔다. 연장전 가기 전 우르과이의 슛이 두 번이나 크로스바를 맞고 튕겨 나왔으니 하늘이 우리를 도왔다고 생각한다.”

– 첫 골 단독찬스 상황에서 그렇게 침착할 수 있었던 비결은.

“제 역할은 전방에서 골 넣는 것이었다. 전방 공격수는 침착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평소부터 훈련했다.”

– 그 대회 마치고 FIFA 선정 ‘세계 축구를 빛낼 미래 스타 7명’에 선정되었다.

“지금 와서 얘기지만 그 이후로 부상이 심했다. 발목 관절염이었다. 재활로 완치가 가능한 부상이 아니었다. 관절염은 평생을 계속 갖고 가는 지병이다. 무리하면 아프고 또 쉬면 좀 좋아지는 그런 고질적인 병이 그 이후로 계속 저를 괴롭혔다. 프로 선수 때도 그랬고 결국은 은퇴도 관절염 때문에 했다. 많은 분이 기대해 주셨는데 부상 때문에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 국가대표 시절은 어땠나.

“1984년 LA 올림픽 예선 등 10개월 동안이 전부다. 역시 관절염으로 고생하던 시절이다. 20대 초반이었지만 몸 상태는 제대로 뛰기 어려운 정도였다. 다른 곳은 다 멀쩡한데 타이어가 닳아버린 자동차 같았다.”

–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라면.

“역시 멕시코 대회다. 고려대학교 입학 3일 만에 치른 첫 경기도 기억한다. 연세대학교와의 라이벌전이었는데 신입생인 제가 한 골을 넣어서 1대 0으로 승리했다.”

– 지도자로서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은.

“물론 많은 대회가 있었지만, 모교 감독을 맡으면서 10년 만에 전국대회 우승한2024년 3월 제60회 춘게대학축구연맹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 호남대, 단국대, 고려대 등 팀을 맡은 곳에선 다 우승했다. 비결은 뭔가.

“열심히 선수들과 소통하려고 했다. 먼저 왜 이 훈련을 하는지 선수들을 이해시키고, 운동장에서 그 이해력을 바탕으로 움직임을 만든다. 이것이 나름대로의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 좋은 감독이란 어떤 감독인가.

“결과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이 인정해 주는 지도자가 좋은 감독이 아닐까 생각한다.”

▲ 신연호

여수 서초등학교, 여수 구봉중, 금호고, 고려대학교에서 선수로 뛰었다. 1983년 세계청소년대회 멕시코와의 경기 결승골, 우르과이와의 8강전 두 골을 득점하며 국내외로부터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프로팀은 울산 현대(1987~94) 원클럽맨이다. 대표팀 출전 기록은 12경기 출전 5득점. 은퇴 후 전북 현대 코치(1995~2001)를 거쳐 호남대 감독(2002~2006), 대구FC 코치(2007~2008), 단국대 감독(2009~2020)을 역임했고, 2021년부터 모교인 고려대학교에서 지휘봉을 잡고 있다. 2005년엔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표팀 감독을 지냈다. 1980년대 대한민국 여자농구 대표팀 가드였던 신기화와 결혼했다. 대표적인 태릉선수촌 커플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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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호 감독(오른쪽)과 장원재 전문기자

아시아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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