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어떻게 보면 삼성처럼 해야 돼요.”
NC 다이노스 이호준 감독은 NC가 나아가야 할 일종의 롤모델이 삼성 라이온즈라고 했다. 삼성은 국내에서 가장 홈런이 잘 나오는 홈구장을 보유했지만, 수년간 그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마침내 장타력을 갖춘 신예들이 포텐셜을 터트리면서 예상을 뒤엎고 정규시즌 2위 및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성공했다.
삼성은 올해 팀 타율 0.269로 9위였다. 그러나 팀 홈런은 185개로 당당히 리그 1위였다. 팀 장타율도 0.428로 리그 3위였다. 베테랑 구자욱(33홈런)부터 김영웅(28홈런), 박병호(23홈런), 이성규(22홈런) 등 20홈런타자를 4명이나 배출했다.
박병호야 선수생활 황혼기에 접어든 베테랑이다. 그러나 김영웅과 이성규, 유격수로 14홈런을 때린 이재현의 발견은 단연 2024시즌 최고 수확이다. 이들이 힘을 내면서 신구조화를 이룬 덕분에, 삼성 타선은 상당한 위력을 갖췄다.
이호준 감독도 NC가 좀 더 장타력을 갖춘 팀으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전임감독부터 한 방을 갖춘 선수들을 적극 중용했다. 센터라인의 핵심 김주원과 김형준이 대표적이다. 트레이드로 영입한 김휘집도 홈런타자다. 이들 3인방과 홈런왕 맷 데이비슨(46홈런)의 위력을 더해 172홈런으로 리그 2위에 올랐다.
이호준 감독은 24일 창원NC파크에서 “난 빅볼을 선호한다. 할 수만 있다면 1번부터 9번까지 사인을 한번도 안 내고 싶다. 왜냐하면 가장 쉽게 점수를 뺄 수 있는 게 홈런이다. 삼성이 올해 2위까지 올라가는데 가장 결정적인 게 홈런이다. 사실 경기를 하다 보면 홈런을 많이 치는 팀이 제일 무섭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호준 감독은 “3점을 이기고 있어도 홈런을 칠 수 있는 팀을 상대하면 불안해진다. 팬들도 홈런이 많이 나오는 야구를 봐야 재밌다. 정말 화끈하게 야구를 하고 싶다. 안타 3개가 나와도 점수가 안 나올 수 있다”라고 했다.
이를 위해 이호준 감독은 NC 타자들을 LG 트윈스 타자들처럼 더 공격적으로 바꾸고 싶다고 했다. 올 시즌 LG 염경엽 감독은 공 3개로 한 이닝이 끝나도 된다고 강조했다. 초구 스트라이크를 치는 게 가장 안타 확률이 높다는 통계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 야수정면으로 가면 할 수 없고, 대신 초구가 변화구가 들어오면 기다릴 수도 있다는 전제조건을 깔았다.
이호준 감독도 이를 그대로 적용하려고 한다. “LG도 예전엔 3B1S서 웨이팅 사인이 있었다고 하더라. 그만큼 선수들이 소극적이었다. 그러다 보니 공을 오래 보기 시작했다. 그러면 타격 포인트도 뒤로 오고, 타격 수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초구 스트라이크가 직구로 들어오는 건 놓치지 말자고 만 번은 넘게 얘기했다”라고 했다.
그렇게 공격적으로 타격을 하면, 투수들이 쉽게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넣지 못해 자연스럽게 볼카운트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고, 출루율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호준 감독은 “볼넷 고르려고 하다 보면 출루율이 떨어지게 돼 있다. 공격적으로 치는 팀이 출루율도 높다. 정말 공 3개로 이닝이 끝나도 상관없다. 계속 점수 주고 3시간 반~4시간씩 야구 하면 얼마나 힘들어요. 초구부터 빨리 치고 해야 2시간 반만에 끝나도 다음 게임 또 준비하죠”라고 했다.
NC 야수진 구성을 보면 이호준 감독의 말대로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단, 성향 자체를 바꾸는데 시간이 필요하고, 근본적으로 디펜스가 받쳐줘야 한다. 올해 삼성이 팀 홈런 1위의 힘으로만 2위를 한 게 아니다. 팀 최소실책 1위에 원태인, 데니 레예스, 코너 시볼드로 구성된 1~3 선발진이 꽤 탄탄했다. 안정된 수비와 선발진을 바탕으로 빅볼이 빛을 발했다.
이호준 감독의 구상이 현실화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구단이 충분히 기다려줄 필요가 있다. 이호준 감독은 31일 취임식을 갖고 다시 한번 NC 사령탑으로서 포부를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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