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안산 유진형 기자] 지난 24일 경기도 안산 상록수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도드람 V리그’ 남자부, OK저축은행과 현대캐피탈의 경기는 ‘레오 매치’로 불리며 배구 팬들의 관심을 끈 경기였다.
레오는 지난 3시즌 동안 명실상부 OK저축은행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하지만 오기노 감독는 한 선수에게 의존하는 배구를 지양했고, 결국 레오와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이렇게 팀을 떠난 레오는 현대캐피탈 유니폼으로 바꿔입고 안산을 다시 찾았다.
경기 시작 전 다른 선수들보다 일찍 코트로 나온 레오는 스트레칭하며 몸을 풀고 있었다. 친정팀 상대로 더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의지가 표정에서 느껴졌다.
그때 OK저축은행 선수들이 코트로 나오기 시작했고 가장 먼저 레오와 반갑게 인사했다. OK저축은행 선수들과 레오는 손가락 약속까지 하며 장난스럽게 인사했다. 비록 이제 팀은 달라도 여전한 우정이었다. 레오도 OK저축은행 신호진에게 공격 노하우를 알려주며 옛 동료를 아끼는 모습이었다.
OK저축은행은 경기 시작 전 그동안 팀을 위해 헌신한 레오에게 꽃다발과 액자를 선물하며 예우했고 안산 팬들도 박수를 보내며 응원했다.
하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하니 손가락까지 걸며 살살하겠다는 약속은 온데간데없었다. 이적 후 처음으로 안산상록수체육관을 찾은 레오는 홈 경기처럼 편하게 경기하며 15득점 1서브에이스 공격 성공률 42.42% 기록, OK저축은행 옛 동료 코트를 폭격했다. 허수봉과 함께 32득점을 합작한 레오는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고 친정팀 OK저축은행에 세트 스코어 3-0(25-21 25-19 25-19) 완승했다.
하지만 레오는 승리의 기쁨보다 친정팀에 대한 예우를 먼저였다. 다른 경기와 다를 것 없이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이었지만 세레머니는 자제했다. 3시즌 동안 같이 뛰었던 동료들이 반대쪽 코트에 있어 세레머니를 자제하며 경기에 임하는 모습이었다. OK저축은행 선수들을 존중한 것이다.
반면 오기노 감독이 레오 대신 선택한 루코니는 팀 내 최다인 11득점 했지만, 공격 성공률 32.14%에 그치며 부진했다. 리그 최고의 공격수 레오를 포기한 오기노 감독은 반대쪽 코트에서 OK저축은행 코트를 폭격한 레오를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경기 전 OK저축은행 옛 동료들과 반갑게 인사한 현대캐피탈 레오 / KOVO(한국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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