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인판티노는 KFA의 자율성을 강조했다. 그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을 방문하여 정 회장과 면담했다. 이후 천안 축구종합센터 건립 진행 상황에 대한 브리핑도 받았다. 또 내년 클럽 월드컵에 참가할 울산 김광국 단장과도 인사를 나눴다.
인판티노는 29일 저녁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리는 AFC 어워즈 참석을 위해 한국에 도착했다. 그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축구협회를 먼저 찾았다. 그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KFA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그는 “대한축구협회는 매우 잘 운영되고 있다. FIFA는 스포츠의 자율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KFA는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도 모범적으로 운영되는 기관”이라고 말하며 정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이번 발언은 FIFA의 전략적 목표와 관련이 있다. FIFA는 클럽 월드컵 등 주요 대회의 확대와 글로벌 축구 시장의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정몽규 회장과의 협력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현대차는 FIFA의 오랜 후원자이다. 인판티노 회장은 현대차와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결국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 뒤에는 KFA가 있고, 그 뒤에는 정몽규 회장이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FIFA와 현대차의 파트너십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FIFA는 월드컵 마케팅 권리를 여러 기업에 개방하는 새로운 전략을 채택했다. 현대차는 FIFA와 파트너 관계를 맺고 2002년 한일 월드컵을 포함한 13개 FIFA 대회를 후원했다. 2002년부터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 총 6회의 월드컵을 지원하며, 최소 1조 원 이상의 자금을 투자한 것으로 추정된다.
FIFA는 2025년 미국에서 열리는 클럽 월드컵의 참가 팀 수를 7개에서 32개로 대폭 늘릴 계획이다. 이는 국가 대항전인 월드컵에 버금가는 대회로 만들기 위한 목표다. 그러나 대회 규모가 커지면 운영 비용도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현대차와 같은 글로벌 기업의 지속적인 후원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이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FIFA와의 파트너십을 연장하고 클럽 월드컵과 여자 월드컵 등을 후원할 예정이다.
정 회장은 범현대가의 일원으로, FIFA 입장에서는 현대차와의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홍명보 남자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 회장은 4연임 포기 의사를 끝까지 밝히지 않았다. 이는 그가 축협 운영을 범현대가의 중요한 과업으로 여기고 있어 쉽게 포기할 수 없다는 시각으로 해석된다.
아시아 시장 확대의 전초 기지로서 한국은 FIFA에게 매력적인 시장이다. 중국이 막대한 투자를 했지만 승부 조작과 국제대회에서의 부진으로 인기가 꺾였다. 반면 한국은 2002년 월드컵 성공 개최 경험과 탄탄한 축구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정 회장은 AFC 부회장으로서 쌓은 경험과 네트워크를 통해 FIFA의 아시아 시장 공략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물이다.
한편, FIFA는 지난달 30일 KFA에 행정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FIFA 정관에 따르면 각국 축구협회는 제3자의 간섭을 받아서는 안 되며 정치적 간섭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 공문을 의례적인 절차로 보고 감사 절차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축구협회는 지난 7월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 특혜 논란이 발생했다. 울산을 이끌던 홍 감독은 대표팀 감독직에 뜻이 없다고 밝혔지만, 축구협회는 그를 1순위 후보로 올리고 설득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홍 감독이 공식적인 선임 절차가 아닌 이임생 기술총괄이사의 읍소로 지휘봉을 잡았다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또한, 이임생 이사는 홍 감독과 독대했다는 주장을 했으나, 최영일 부회장이 동행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위증 논란에 휘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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