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축구연맹이 정관상 결격 사유가 있는 인사들을 수년간 임원으로 선임해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연맹의 행정 체계에 대한 체계적인 쇄신이 요구되고 있다. 28일 국세청의 공익 법인 공시에 따르면, 여자축구연맹의 임원 중 최소 4명이 규정상 부적격자로 확인됐다. 이는 연맹의 위상이 낮은 현실 속에서 고육책으로 인한 결과라는 입장이지만, 이제는 행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자축구연맹의 정관에 따르면, 경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현직 지도자는 임원에 오를 수 없다. 그러나 여자축구 실업팀과 고등부 팀의 감독이 이사로 등재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한축구협회의 ‘전국연맹표준규정’에 따르면 시도축구협회 임원은 연맹 임원을 겸직할 수 없지만, 울산광역시와 제주특별자치도 협회 소속 임원이 연맹 임원으로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연맹의 임원 선임은 대한축구협회의 인준을 받아야 하지만 협회는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협회 관계자는 “연맹이 이사회를 하고 나서 우리에게 제출한 자료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연맹은 이사회 명단을 제출해왔으며, 협회는 이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규상 연맹 회장은 “임원 자리를 맡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어서 현직 지도자를 이사로 임명할 수밖에 없었다”며, 조직의 사유화 등 부적절한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전지훈련 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인사 배치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운영 방식은 행정 고도화 측면에서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 축구협회는 각 인사의 전문성을 살려 임원진을 구성하고 있으며, 여자축구연맹은 마케팅, 홍보, 재무 등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정부의 보조금에 의존하는 연맹은 사무국 인원도 4명에 불과해 조직 구성에 힘을 쏟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자축구의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이사회가 경기인 위주의 인적 구성을 탈피하고, 행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TV 예능 프로그램 ‘골때리는 그녀들’의 성공, 국제축구연맹(FIFA)의 여자축구 장려 방침 등은 여자축구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현실은 아쉬움을 남긴다.
축구협회는 여자축구연맹과의 관계 설정 및 계도 방안에 대해 심도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여자축구의 발전은 연맹뿐만 아니라 축구협회의 당면 과제이기도 하며, 이중 행정 구조는 여자축구 발전에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정몽규 축구협회장은 취임사에서 여자축구 발전을 약속했지만, 최근 대표팀이 A매치 기간 동안 경기 없이 ‘휴업’하는 등 아쉬움을 남겼다. 원영신 연세대 명예교수가 여자축구를 책임지는 부회장으로 선임된 이후 뚜렷한 대외 행보가 없었던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원 부회장은 선임 이후 열린 9차례 이사회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으며, 최근 신임 여자축구대표팀 선임 관련 이사회에도 이름이 없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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