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축구는 저출생 여파와 낮은 사회적 위상으로 인해 각급 대표팀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여자축구가 주요 인기 종목에 비해 저출생 추세의 직격탄을 맞은 이유는 여러 분석에서 나타나고 있다. 남자축구나 야구와 같은 종목은 저출생 흐름 속에서도 유소년 선수 규모가 유지되거나 증가하고 있는 반면, 여자축구는 심각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 4월 대한축구협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여자 전문 선수 수는 처음으로 1,300명대로 떨어졌으며, 2014년과 비교해 23% 감소했다. 특히 12세 이하(U-12) 선수층은 40% 가까이 줄어들어 200명대에 접어들었다. 이는 축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저조하고, 부모들이 자녀에게 여자축구를 선택하도록 유도하지 않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조성식 한양대 교수는 “저출생 사회에서 가구당 자녀 수가 줄어드는데, 여아가 여자축구를 선택하게 할 이유가 없다”며 “여자축구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부족해 부모들이 우선순위를 낮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박소정(21) 씨는 부모의 반대 속에서도 남자축구부에서 훈련하며 흥미를 느꼈지만, 결국 여자축구부로 진학할 기회를 놓쳤다. 그녀는 “여자축구로 성공했다는 말은 전무하다시피 했다”며 부모의 반대가 큰 장벽이 되었다고 말했다.
대학 선수 출신인 김민(46) 씨는 “아이들은 여자축구에 관심이 없지 않지만, 부모들이 관심이 없어서 운동을 시키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는 “여자축구처럼 힘든 운동보다는 덜 고생하면서 기대수익이 높은 종목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A(21) 씨는 경제적 보상의 기대가 낮고 회비 등 비용이 부담스러워 축구를 그만두었다고 말했다.
여자축구의 선수 비율은 남자 선수 대비 약 4%에 불과하며, 이는 골프(88%), 배구(70%), 테니스(68%), 농구(43%) 등 다른 종목에 비해 턱없이 낮다. 조 교수는 “여자축구가 남성적 이미지만 강조되고, 여성의 건강한 스포츠 활동으로서의 인식이 부족하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여성이 과격한 스포츠를 건강하게 즐길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여아들에게 열악하고 거친 종목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이는 여자축구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와 한국여자축구연맹은 여자축구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이를 통해 스포츠로서의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기존의 하드웨어 중심의 접근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적 측면, 즉 여자축구의 사회적 의미와 이미지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남자축구에서는 손흥민이나 이강인과 같은 국민적인 스타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여자축구에서는 그러한 롤모델이 부족하다. 여자 U-12 전문선수 수는 급감하고 있는 반면, 남자 U-12 전문선수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현실은 더욱 대조적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여자축구의 저변 확대와 인식 개선은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제공, Imagn Images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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