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만루 상황에 언제든 나한테 걸리면 좋겠다.”
지난 19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 한국시리즈 대비 마지막 연습경기를 앞두고 KIA 타이거즈 ‘상남자포수’ 김태군(35)을 만났다. 김태군과 여러 얘기를 나눴는데, 사실 타격에 대한 얘기는 거의 하지 않았다. 포수로서 기본기, 수비, 정규시즌과 달라야 하는 볼배합, 투수들의 컨디션 등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그런데 김태군은 당시 취재진에 위와 같이 말했다. 올 시즌 타격 성적에 만족하는지 묻자 돌아온 답이었다. 그는 “어떤 선수든 그 시즌에 만족하는 건 없는 것 같다. 시즌 초반보다 타격감이 많이 올라왔기 때문에 굉장히 편하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뜸 “특히 만루 상황서는 뭐 저한테 언제든지 걸리면 좋겠네요. 만루 상황은 저한테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라고 했다. 만루 상황서 타석에 들어설 일이 있으면 자신 있다는 얘기였다. 올 시즌 105경기서 타율 0.264 7홈런 34타점 24득점 OPS 0.711 득점권타율 0.211.
크게 눈에 띄는 성적은 아니다. 그러나 김태군이 만루에 나름대로 자신감이 있는 이유는 있었다. 올해 만루서 11타수 4안타 2사구 타율 0.364 10타점을 수확했다. 득점권서 강한 건 아니었지만, 의외로 만루서 강했다. 심지어 삼성 라이온즈와 KIA에 모두 몸 담은 작년에도 만루에 강했다. 12타수 8안타 19타점.
만루홈런은 없었지만, 만루서 적시타를 곧잘 쳤다. 때문에 김태군은 은근히 만루 찬스가 자신에게 걸리길 바랐던 듯하다. 그리고 정확히 1주일만에 꿈이 현실이 됐다. 김태군은 26일 한국시리즈 4차전서 3-0으로 앞선 3회초 2사 만루서 삼성 우완 송은범에게 볼카운트 1B서 2구 슬라이더가 몸쪽 높게 들어오자 잡아당겨 비거리 120m 좌월 만루포를 터트렸다.
이 한 방은 김태군의 생애 첫 만루홈런이었다. KIA의 한국시리즈 만루홈런이 2017년 이범호 감독에 이어 7년만에 나온 것도 눈에 띄지만, 김태군이 생애 첫 만루포를 정규시즌도 아니고 한국시리즈서 친 게 더욱 눈에 띈다.
3루 주자 나성범은 “처음엔 홈런이 아니라 파울인 줄 알았다”라고 했다. 실제 바람이 좀 더 좌측으로 불었다면 파울이 될 뻔할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날아갔다. 그러나 홈런이 됐다. 이 한 방으로 KIA가 4차전 승부를 일찌감치 갈랐다. 아울러 한국시리즈 전체 주도권을 완전히 가져왔다.
아울러 김태군이 한국시리즈 MVP 후보로 등극한 순간이었다. 김태군은 이번 한국시리즈서 13타수 5안타 타율 0.385 1홈런 6타점 1득점으로 타격에서도 맹활약 중이다. 안정적인 수비와 투수리드, 볼배합도 여전하다. 23일 서스펜디드 재개 당시 KIA가 6회초 무사 1,2루 위기를 최종적으로 벗어났던 건 김태군이 전상현을 안정적으로 리드한 것도 컸다.
김태군은 2020년 NC 다이노스 통합우승 멤버다. 그러나 4년 전엔 단 1경기에도 나가지 못했다. 심지어 본인은 “재미가 없었다”라고 했다. 4년 뒤, 다시 한번 한국시리즈 우승반지를 얻기까지 1승 남았다. 이번엔 김태군에게도 참 ‘재미있는’ 한국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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