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가을, 김헌곤(35·삼성 라이온즈)은 자신만의 ‘영광의 순간’을 만끽하고 있다. 한때 방출의 위기를 겪었던 그는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삼성의 공수의 핵으로 자리 잡으며 팀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PO)에서 11타수 4안타(타율 0.364), 2홈런, 4타점을 기록한 김헌곤은 KIA 타이거즈와의 한국시리즈(KS)에서도 12타수 3안타(타율 0.250), 2홈런, 2타점을 기록하며 맹활약 중이다.
2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S 3차전에서 김헌곤의 공수 활약은 이번 가을 ‘김헌곤 스토리’의 축약본과 같았다. 5번 타자이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한 그는 2회말 첫 타석에서 KIA 유격수 박찬호의 글러브를 맞고 튀는 ‘강습 내야 안타’를 기록하며 삼성 타선의 첫 안타를 만들어냈다. 이후 5회초에는 최원준의 날카로운 타구를 앞으로 달려들어 넘어지며 잡아내는 결정적인 호수비를 선보였다. 이 장면에서 삼성의 선발 투수 대니 레예스는 팔을 번쩍 들어 고마움을 표했다.
경기 후 김헌곤은 “사실 공이 라이트에 살짝 들어갔다. 잠시 눈에서 공을 놓쳤지만, 감을 믿고 앞으로 뛰어들었다”며 “다행히 공이 글러브 안에 들어와 있었다. 운이 따랐다”고 웃었다. 그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약간의 행운을 더해 호수비로 변신했다.
2-1로 근소하게 앞선 7회말, 김헌곤은 KIA의 핵심 불펜 전상현의 초구 시속 143㎞ 직구를 받아쳐 좌중간을 넘어가는 솔로 홈런을 기록했다. 이는 KS 1차전에서 삼성 타선을 제압한 전상현을 공략한 의미 있는 홈런이었다. 김헌곤은 “전상현이 워낙 좋은 공을 던지는 투수라, 볼 카운트 싸움에서 밀리기 전에 공략하려고 했다”며 “초구에 원하는 코스에 공이 들어와 실투가 들어와서 운 좋게 홈런을 쳤다”고 말했다.
또한 김헌곤의 다음 타석에서 박병호가 홈런을 쳐 두 선수는 KS 역대 9번째 연속 타자 홈런의 주인공이 되었다. 김헌곤은 “(홈런을 치기 전까지 KS에서 11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던) 박병호 선배가 너무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그가 모든 짐을 자신이 짊어지려는 느낌이었다”며 “그런 부담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이 컸는데, 중요할 때 홈런을 쳐서 나도 기뻤다”고 설명했다.
이번 가을 삼성 팬들은 김헌곤이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기대에 찬 함성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이날 삼성 팬들은 2016년 라이온즈파크 개장 이후 처음으로 KS 홈 경기를 지켜보았다. 김헌곤은 “팬들께서 엄청난 에너지를 주신다. 좋은 활약으로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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