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LG에선 고참들이 10점차로 이기거나 지면, 절대 ‘쉬게 해주세요’ 이런 말 안 한다.”
NC 다이노스 이호준 감독은 현역 고참 시절부터 강력한 카리스마로 유명했다. 친정에 감독으로 돌아와 박민우, 박건우, 손아섭, 박세혁 등 고참들에게 “야구장에 나와라”고 했다. 그러자 이들이 내심 화들짝 놀랐나 보다.
이호준 감독은 24일 창원NC파크에서 웃더니 “고참들에게 전화해서 11월 1일에 야구장에 나오라고 했는데 스케줄 어쩌고 하더라. 박민우는 외국에 있는데 비행기표를 끊어서 들어온다고 하고, 박세혁이는 ‘운동 하고 있습니다’ 그러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운동 시키려고 오라는 게 아니다. 시간이 없잖아요 (내년 스프링)캠프에 가면. 대화할 시간이 없다. 고참들이 팀의 방향을 잘 잡고 끌고 가야 한다. 그래서 밥 먹고 얘기하자고 오라고 한 것이다. 오해하지 말고 밥 먹자고 그랬다”라고 했다.
이호준 감독의 생각은 확고하다. 팀이 잘 돌아가려면 고참들이 솔선수범해 좋은 문화를 만드는 게 밑바탕에 깔려야 한다. 실제 최근 우승한 대부분 팀의 덕아웃 문화가 남달랐다. 2년 전 SSG 랜더스도, 작년 LG 트윈스도 고참들이 솔선수범해 좋은 문화를 잘 만들었다.
이호준 감독도 SK 와이번스와 NC에서 직접 앞장섰다. 그 과정에서 후배들에게 쓴소리도 하며 ‘무서운 선배’로 군림했던 건 맞다. 그러나 좋은 팀 문화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었지, 그 자체를 목표로 삼은 건 아니었다.
이호준 감독은 LG에서 3년을 보내며 놀라웠던 점을 언급했다. “고참들이 보통, 10점 정도 이기거나 지면 바꿔주길 바라잖아요. LG는 절대 그러지 않는다”라고 했다. 잠시 말을 멈추더니 그 이유에 대해 “자리 뺏길까봐”라고 했다. 그러면서 “혹시 자기가 빠지고 남이 기회를 얻어서 홈런 치고 자리 잡고 그러는 게 싫어서. ‘쉬게 해주세요’ 이런 말 절대 안 한다”라고 했다.
LG에선 점수 차가 벌어지고 일방적인 흐름이 돼도 주전들, 고참들을 중, 후반에 교체하려면 코치들이 통사정해야 했다는 게 이호준 감독 회상이다. 그는 “겨우 한 타석 들어가는 걸로 사정해야 했다.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그게 프로다. 프로라면 그런 생각을 늘 갖고 있어야 한다. 내가 빠지거나 못하면, 자리를 뺏길 수 있다. 프로는 절대 그냥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라고 했다.
야구를 팀에서 가장 잘 하는 주전들부터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악착같이 야구를 하면, 백업들, 젊은 선수들은 자동으로 따라간다는 게 이호준 감독의 얘기다. 비슷한 의미로 이호준 감독은 선수들에게 점수차를 떠나 타격 후 느슨하게 1루로 뛰어가는 걸 싫어한다고 했다. 예외를 두다 보면 팀 분위기가 느슨해진다. 주전들의 그런 모습을 감독이 눈 감으면, 백업들이 동기부여가 안 된다고 했다.
고참들이 좋은 문화, 경쟁체제를 갖춘 건전한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11월에 밥부터 먹고 얘기부터 하자는 생각이다. 이호준 감독은 “내가 대한민국에서 타격 1~3위를 하는 친구들에게 기술적으로 얘기할 게 있겠나. 루틴대로 훈련하게 해줄 것이다. 고참들은 돈 많이 받으면 야구를 잘 하는 건 당연하다. 제일 멋있는 건 은퇴하기 전에 좋은 문화를 만들고 떠나는 것이다. 고참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디. 선배들이 좋은 걸 하면 후배들은 따라간다”라고 했다.
이호준 감독의 팀 체질개선은, 어쩌면 고참들과의 식사로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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