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신뢰의 75경기.
만약, KIA 타이거즈 마당쇠 우완 장현식(29)이 23일 재개된 한국시리즈 1차전서 그대로 마운드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일어나지 않은 일의 결말을 알 수는 없다. 분명한 건 이범호 감독의 신뢰는 꺾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곽도규와 함께 1~2차전에 모두 등판한 ‘유이’한 KIA 투수다. 3~4차전 모두 등판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장현식은 21일 1차전서 0-1로 뒤진 6회초 무사 1루서 제임스 네일을 구원했다. 분위기 전환의 목적이 강했다. 네일이 선두타자 김헌곤에게 우월 솔로포를 맞은 뒤 르윈 디아즈에게 볼넷을 내줬기 때문. 그러나 장현식도 강민호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위기가 고조됐다. 급기야 좌타 거포 김영웅에게도 초구 볼.
여기서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되지 않았더라도 장현식이 마운드에서 내려갈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하물며 한국시리즈다. 이범호 감독은 좌완 이준영을 맞춤형으로 넣고 ‘불펜 에이스’ 전상현으로 가려도 하다, 곧바로 전상현을 투입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전상현이 23일 재개된 1차전서 2사 만루 위기를 극복했다. 이범호 감독의 디시전은 대성공했다.
다시 말해 이범호 감독은 애당초 장현식을 내려 분위기를 바꾸는 게 낫다는 걸 밑바탕에 깔고 고민을 시작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장현식에 대한 믿음이 꺾인 게 아니다. 이범호 감독은 23일 2차전서 7-2로 앞선 6회초 2사 1,3루 위기에 다시 장현식을 투입했다.
5점 리드였지만, 누상의 주자 2명을 모두 홈으로 보내줄 경우 순식간에 흐름이 삼성으로 넘어가는 상황. 가장 타이트한 상황은 아니어도 너무나도 중요한 순간. 더구나 타석에는 KIA와 광주에서 강한 우타자 김헌곤.
장현식은 149km 포심만 네 차례 연속 뿌리며 2루수 땅볼로 처리했다. 7회에 다시 만난 강민호와 김영웅을 3루 땅볼과 헛스윙 삼진으로 복수했다. 포심과 슬라이더로 단순하게 승부했으나 통했다. 8회 박병호마저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낚았다. 현재 삼성 타선에서 가장 감이 좋은 류지혁을 어렵게 승부하다 볼넷으로 내주고 곽도규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1⅔이닝 1피안타 2탈삼진 1사사구 무실점. 1차전의 아쉬움을 곧바로 풀어냈다. 1~2점을 리드해도, 1~2점을 지고 있어도, 심지어 스코어가 벌어져도 마운드에 오르기만 하면 묵묵히 던진다. 집중력이 떨어져도 프로는 언제든 해내야 한다는 마인드를 갖고 있다. 한 마디로 전천후다.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 여파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진 2024시즌. 75경기서 75⅓이닝을 소화했다. 팀 불펜투수들 중 가장 많은 이닝을 던졌다. 심지어 시즌 중반 이후 선발로 뛴 김도현(75이닝)보다도 ⅓이닝 많이 던졌다. 등판횟수도 단연 1위.
이범호 감독이 가장 신뢰하는 우완. KIA는 대구에서도 그가 필요하다. 올 시즌 대구에서 3경기에 등판, 1승 평균자책점 2.25로 잘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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