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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꼴불견이 된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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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 증인선서<YONHAP NO-2558><div  class=“>
김택규(맨 오른쪽) 배드민턴협회장이 지난달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 협회장이 스타를 인격적으로 저격하고 왕따시키고선 잘한다는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좋았냐.”

“제가 뭘 왕따시켰습니까.” “요번 덴마크에 가서도 선배들이나 코치진한테 인사 안 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체육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한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과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간에 오간 대화 중 일부다. 이날 양 의원과 다른 의원들의 추궁에 김 회장이 내놓는 답변은 꼴불견을 방불케 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대한배드민턴협회가 또 한 번 국민들의 조롱을 받고 있다. 이번에는 인사를 놓고 안세영(23)에 대한 인격 매도 논란과 불화설이 추가됐다. 안세영은 지난 21일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 투어 덴마크 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서 왕즈이(중국)에게 패해 준우승했다. 이 경기에서 한국 코치진이 안세영에게 적극적으로 작전을 지시하지 않는 모습이 포착됐다. 안세영은 홀로 경기장을 떠났고 불화설이 나왔다. 덴마크 오픈 종료 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안세영은 관련 질문에 “딱히 할 말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가뜩이나 민감한 시기인데 국감장에 나온 김 회장의 발언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김 회장의 답변들은 듣기에 따라 이런 상황이 마치 안세영 선수의 인성 때문이라고 들릴 소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가 김 회장의 후원 물품 횡령 의혹을 직권 조사하기로 해 그는 사면초가에 놓인 상태다. 문체부에 따르면 협회는 지난해 정부 지원 사업으로 셔틀콕 등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구두 계약을 통해 약 1억5000만원 규모의 후원 물품을 페이백으로 받았다.

주역(周易·서주 시대의 점에 대해 서술한 책)에 좋은 임금은 화합과 관용의 덕으로써 백성들을 다스려야 한다고 했다. 협회장은 한 집안의 최고 어른이다. 존경 받는 어른의 덕목 중 하나는 아랫사람의 허물도 품는 큰 그릇이다. 하물며 없는 허물도 만들어내 갈등을 조장하고 스스로도 청렴하지 못한 어른은 어른이라고 할 수 없다. 리더십은 이미 땅에 떨어졌다.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면 조속한 사태 해결이 필요하다. 2024 파리올림픽 폭로 이후 두 달 이상이 지났는데도 안세영과 협회는 여전히 불편한 동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 하루빨리 끝내주는 것이 체육계가 짊어진 과제다. 가장 좋은 매듭은 김 회장이 스스로 물러나는 일이다. 김 회장은 사퇴에 대해 “신중하게 심사숙고 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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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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