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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의 스포츠人] ‘축구판의 신사’ 한문배 전 한양대 감독

아시아투데이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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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배 전 한양대 감독/ 사진=전형찬 제공

한문배(70)는 ‘축구판의 신사’다. 온화하고 유머감각이 뛰어나다. 한종원 현 전주대 수석코치가 아들이다. 아버지는 럭키금성(현 FC 서울), 아들은 부천SK(현 제주 윤아이티드)에 뛴 부자 프로축구선수다. 안양LG(현 FC 서울), 성남 일화, 대구에서 활약했던 조카 한동원은 최연소 K리그 데뷔 기록 보유자로, 축구인 집안의 가장이기도 하다.

– 언제 축구를 시작했나.

“초등학교 4학년 때다. 그때 우리 집에 하숙하던 분이 재즈 음악의 선구자 드러머 유복성 선생이다. 그분 음악을 듣고 한때 음악을 하려고 했다.”

– 고향은 수원인데 학교는 서울에서 다녔다.

“수원중, 수원고 창단 멤버다. 고1 때 전국대회 나가서 0-6으로 지고 ‘서울로 가자’라고 마음 먹었다. 중동고에서 한 달간 테스트 보고 합격했는데, 유판순 감독님이 영공으로 옮기면서 같이 따라갔다. 그때 동료가 허정무다.”

– 한양대 시절의 동료는 누군가.

“대표선수로는 박용주, 김희천이 있다.”

– 실업팀 서울신탁은행에 입단했다.

“차범근 선배가 막 퇴단하고 서독으로 간 무렵이다. 해병대에서 선수 생활하고 다시 은행으로 복귀해서 1983년 말까지 뛰었다. 해병대 선임으로 허정무를 또 만났다.”

– 1983년 K리그 출범 때는 스카우트 제의가 없었나.

“있었다. 그런데 은퇴 후 안정적인 은행원 생활을 하겠다고 제가 거절했다.”

– 하지만 1984년에 럭키금성 창단 멤버로 들어갔다.

“1983년 말에 종합선수권대회 결승이 서울신탁은행과 한양대였다. 한양대가 우승했다. 한양대 박세학 감독님이 오시더니 럭키금성 창단 감독으로 가시게 되었다며 도와달라고 부탁하셨다. 거절할 수가 없었다.”

– 1985년 우승 때 MVP로 뽑혔다.

“1984년에 우리가 꼴찌를 했다. 1985년 동계 훈련 때 체육대학 교수님을 초빙해 서킷 훈련 등 체력훈련을 과학적으로 했다. 시즌 시작하니 힘이 안 들더라. 경기 후반에 가면 우리가 늘 주도권을 쥐고 우세한 경기를 펼쳤다. 히딩크 감독식으로 말하자면, 경기를 지배했다. 8월 말까지 선두권을 질주하니 라커룸 분위기도 최고였고, 선수단 전체가 한번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 전설의 골잡이 피아퐁도 맹활약했다.

“슈팅 타이밍이 빨라서 골키퍼가 서서 먹는 골이 많았다. 강득수라는 탁월한 조력자가 있었기에 피아퐁의 장점이 최대치로 발휘됐다고 본다.”

– 국가대표 경력은 단 1경기다. 1983년 3월 한일정기전 도쿄에서 1-1로 비긴 경기다.

“국가대표 2진인 충무로는 많이 뛰었다. 킹스컵에 출전했는데 5경기 내내 미드필더로 세우시더라. 감독님 방을 찾아가 단 한 경기라도 좋으니 본래 포지션인 수비수로 기용해달라고 했다. 다음 경기에 센터포워드로 내보내기에 마음을 접었다. 물론 제 실력이 모자라서 안 뽑힌 것이다. 능력이 출중했다면 계속 대표팀에 뽑혔을 것이다.”

– 1986년에 은퇴하고 한양대 코치로 갔다.

“1985년 시즌 중반 강릉 경기 때 한양대 관계자가 찾아와 코치 자리를 제의했다. 20년 동안 코치, 감독으로 있으면서 이관우, 김남일 등을 지도했다.”

– 여자 축구단 감독도 했다.

“한양대 퇴직 후 김용서 시장님이 도민체전용 팀을 맡아달라고 했다. 실업팀을 만들면 가겠다고 했더니 수원시설관리공단 여자축구단을 창단해 주셨다.”

– 여자 축구단 지도자로서의 애로사항은.

“당시만 해도, 여자 선수들은 남자 선수들처럼 어려서부터 체계적으로 훈련한 선수가 많지 않았다. 당연히 축구에 대한 이해력에 차이가 있어 그 점이 힘들었다.”

– 축구인으로서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은.

“수원고 시절 제자인 김문환, 류승우 등이 좋은 활약을 펼쳤을 때다. 중 3때 직접 스카우트해 소년 시절 내내 가르쳤기에 더 각별하다.”

– 그렇다면 가장 후회가 남는 일은.

“고집을 피운 것이다. 좀 더 유연하게, 굽힐 때는 굽히고 때로는 직진이 아니라 돌아가기도 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 아들이 축구를 하겠다고 했을 때 든 생각은.

“하고 싶은 일 하라고 했다. 엄마가 반대한다고 하길래 그건 네 일이니 소신껏 엄마를 설득해보라고 했다. 종원이가 중2 때 축구를 시작했는데, 시작이 빨랐다면 더 좋은 선수가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한다.”

– 좋은 지도자는 어떤 지도자인가.

“선수들과 소통하는 지도자다. 예전 스타일은 통하지 않는다. 선수들의 마음을 얻어야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플레이가 나온다. ‘대화’를 하면 답이 보일 것이다.”

–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죽을 때까지 축구를 보는 것이다. 운동장에 나오면 언제나 즐겁다. 선수로, 지도자로 있을 때 보이지 않던 것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경기가 있으면 전국 어디든 간다.”

▲ 한문배는
1954년 수원생으로 수원중, 영등포공고, 한양대를 졸업했다. 서울신탁은행(1978/1981~1983), 해병대 축구단(1979~1980)을 거쳐 럭키금성(1984~1986)에서 뛰었다. 1985년 K리그 MVP다. 지도자로는 한양대 코치(1987~1992), 감독(1992~2006)을 지냈고 수원시시설관리공단 여자 축구단(2008~2009), 수원고등학교(2010~2018) 감독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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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배 전 한양대 감독(위)과 장원재 전문기자

아시아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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