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내가 이겨주지 못했다. 내가 비판을 받겠다”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21일(이하 한국시각) 일본 도쿄 분쿄구의 도쿄돔구장에서 열린 2024 일본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와 센트럴리그 클라이맥스시리즈 파이널스테이지 6차전 홈 맞대결에서 2-3으로 무릎을 꿇으며 일본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요미우리는 올 시즌 77승 7무 59패 승률 0.566의 성적을 바탕으로 ‘디펜딩 챔피언’ 한신 타이거즈를 3.5경기차로 따돌리고 센트럴리그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가을무대에서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일본의 경우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팀은 가을야구 내내 홈에서만 경기를 치를 수 있는 것은 물론 1승을 손에 쥔 채 포스트시즌을 치를 수 있다.
그런데 지난 16일 1차전에서 0-2로 무릎을 꿇었더니, 2차전에서도 타선이 침묵하면서 1-2로 석패, 3차전 또한 1-2로 패하면서 벼랑 끝에 몰렸다. 이후 요미우리는 4차전에서 천신만고 끝에 4-1로 요코하마 DeNA를 격파하며 분위기 반전의 계기를 마련, 5차전 또한 1-0으로 신승을 거두면서, 시리즈를 3승 3패까지 끌고가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더이상의 기적은 없었다.
1승이면 일본시리즈 진출, 1패면 가을야구 일정이 종료되는 상황에서 요미우리는 다시 요코하마 DeNA를 넘지 못했다. 경기 초반의 주도권을 손에 쥔 것은 요미우리였다. 요미우리는 1회 선두타자 쵸노 히사요시의 볼넷과 후속타자의 희생번트, 사카모토 하야토의 자동 고의4구로 만들어진 득점권 찬스에서 엘리어 에르난데스의 땅볼 타구에 요코하마 DeNA의 실책에 힘입어 선취점을 손에 넣었다.
그리고 늦지 않게 추가점까지 보탰다. 요미우리는 4회말 선두타자 사카모토가 중견수 방면에 2루타를 폭발시킨 뒤 나카야마 라이토가 진루타를 뽑아냈다. 이후 키시다 유키노리의 볼넷까지 더해지면서 찾아온 1, 3루 찬스에서 선발 토고 쇼세이가 스퀴즈 번트를 성공시켜 2-0까지 간격을 벌렸다.
하지만 좋은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본 대표팀의 부름을 받아 ‘전승 우승’에 큰 힘을 보탠 것은 물론 올해 11월 열리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표팀에도 승선한 선발 토고가 5회초 수비에서 일격을 당했다.
선두타자 카지와라 코우키에게 안타를 맞은 토고는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하더니, 후속타자 모리 케이타에게 우익수 방면에 1타점 3루타를 허용하면서 턱 밑까지 추격을 당했다. 그리고 이어 나온 마이크 포드에게 동점타를 내주면서 순식간에 경기는 2-2로 균형이 맞춰졌다. 이후 요미우리는 곧바로 불펜을 가동했고, 8회까지 실점 없이 요코하마 DeNA의 공격을 막아내며 팽팽한 흐름을 유지했는데, 9회 경기 흐름의 뒤집어졌다.
요미우리는 올 시즌이 끝난 뒤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낸 ‘선발’ 스가노 토모유키를 불펜으로 활용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8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스가노는 삼자범퇴로 이닝을 매듭짓고 9회에도 마운드에 섰는데, 모리에게 안타를 맞으면서 선두타자를 내보냈다. 이후 희생번트와 땅볼로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쌓았는데, 2사 3루에서 WBC와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 이어 프리미어12 대표팀에도 승선한 마키 슈고에게 결정적인 한 방을 허용하면서 결국 주도권을 빼앗겼다.
요미우리는 9회말 공격에서 어떻게든 동점을 만들어내기 위해 애썼으나, 카도와키 마코토-마루 요시히로-오카모토 카즈마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이 모두 범타로 물러나면서 일본시리즈 진출이 좌절, 요코하마 DeNA는 7년 만에 재팬시리즈를 밟게 됐다.
충격적인 결말 속 현역 시절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과 한솥밥을 먹었던 아베 신노스케 감독은 선수들을 감쌌다. 요미우리는 이번 파이널스테이지 내내 타선이 힘도 쓰지 못했다. 6경기를 치르는 동안 요미우리의 득점은 단 8점에 불과했다. 정규시즌 팀 타율 2위가 무색했다. 이로 인해 타자들을 향한 비난,비판은 쏟아졌는데, 이를 의식한 듯했다.
일본 ‘데일리 스포츠’에 따르면 아베 감독은 “이겨주지 못했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아베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과 나눈 대화를 묻자 “선수들이 (정규시즌) 우승을 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으면 좋겠다. 어려운 경기를 이기지 못한 것은 내년에 해달라고 했다”며 “프로야구는 결과다. 하지만 수확도 많았다. 선수들을 비판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내가 이겨주지 못했다. 내가 비판을 받겠다”고 말했다.
팬들도 아베 감독의 진심을 느낀 모양새다. 모든 여론을 대표할 순 없지만 아베 감독의 인터뷰를 전한 ‘데일리 스포츠’ 기사에 달린 댓글에는 비판 여론도 있었지만, 신임 감독으로서 첫 시즌에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는 등 큰 성과를 이룬 아베 감독을 응원하는 댓글이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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