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야구계를 쑥대밭으로 만든 오재원. 그 여파는 너무나도 컸지만, 결국 책임은 현장이 지게 됐다.
두산 베어스는 2023시즌이 끝난 뒤 KBO리그 역대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던 ‘명장’ 김태형 감독의 계약 기간이 만료되자, ‘국민타자’로 불리던 이승엽 감독에게 새롭게 지휘봉을 안기는 큰 결단을 내렸다. 코칭스태프 쪽에는 당연히 엄청난 변화가 찾아왔고, 외국인 선수들까지 모조리 교체하며 리빌딩과 함께 성적까지 두 마리 토끼 사냥에 나섰다.
일단 첫 시즌의 결과물은 나쁘지 않았다. 두산은 지난해 무려 11연승을 질주하며, 구단 최다 연승 신기록을 작성하는 등 74승 2무 68패 승률 0.521을 기록했다. 2022시즌 창단 최초로 9위까지 추락하는 수모를 겪었던 상황에서 단 1년 만에 가을무대로 복귀하는데 성공했다. 옥에 티가 있었다면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NC 다이노스에게 무릎을 꿇으며, 포스트시즌 일정을 단 1경기 만에 마치게 됐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두산은 올 시즌에 앞서 다시 한번 팀을 다졌다. 이승엽 감독이 현역 시절 ‘스승’으로 모셨던 박흥식 코치를 영입하는 등 2023시즌보다는 더 높은 곳을 바라봤다. 하지만 두산은 시즌 초반부터 여러 난관에 봉착했는데, 그중 가장 치명적이었던 것은 단연 ‘전 국가대표’ 오재원 쇼크였다. 현역 시절 두산에서 세 번의 우승 반지를 끼는 것은 물론 주장까지 역임했던 오재원이 두산 현역 후배들로부터 수면제를 대리 처방받은 사실이 드러난 것.
오재원의 대리 처방 사태에는 무려 8명의 선수가 연루됐다. 이 선수들 모두 오재원의 후배들로 협박과 폭력 등 위협을 느껴 수면제 대리 처방이 잘못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동으로 옮겼다. 이 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2024시즌이 갓 시작한 4월. 당시 두산은 오재원의 각종 범죄 행위에 대한 보도가 쏟아지던 상황에서 자체 전수조사에 돌입했고, 이 과정에서 8명의 선수가 엮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두산은 곧바로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해당 사실을 신고했는데, 이들은 끝내 올 시즌 1군 그라운드로 돌아오지 못했다. 약물 대리 처방 자체가 범죄 행위인 것은 물론, 경찰 조사 등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선수들을 기용할 수 없었던 까닭이다. KBO 또한 경찰의 조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징계를 부과하는 등 움직임을 가져갈 수 없었고, 이 피해는 고스란히 두산이 감당하게 됐다.
두산은 1.5군급 선수들이 대거 이탈한 상황에서 믿었던 외국인 선수들까지 크고 작은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하는 등 각종 어려운 상황을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산은 지난해와 같은 74승 2무 68패 승률 0.521의 성적으로 정규시즌 일정을 마무리했고, 중위권 싸움이 워낙 치열하게 벌어지면서 지난해보다는 한 계단 상승한 4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와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분명 최악의 상황에서 두산은 4위로 와일드카드 무대를 밟았으나, KT 위즈를 상대로 이렇다 할 힘도 써보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2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1점도 뽑아내지 못하면서 불명예 기록을 작성하게 됐고, 2015년 와일드카드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4위 팀이 준플레이오프(준PO) 무대를 밟지 못하는 굴욕까지 겪었다. 이에 뿔난 팬들은 와일드카드 2차전이 끝난 뒤 잠실구장에 남아 “이승엽 나가”를 외치며 분노를 표출했다.
이승엽 감독은 와일드카드 시리즈가 끝난 뒤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못했으나, 오재원 쇼크로 인한 영향이 없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사령탑은 “2패로 시즌을 시즌을 마감한다는 것에 마음이 아프다”며 “(김)재호, (김)재환이, (정)수빈이, (허)경민이 등 베테랑 선수 위주이다 보니 어린 선수들이 경쟁이 되지 않는다. 젊은 선수들은 올라오지 않고, 베테랑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면서 백업들과의 실력 차이가 벌어졌다”고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기존의 1.5군급 선수들이 오재원 쇼크로 인해 이탈한 가운데 그 자리에 많은 선수들이 1군 무대를 밟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 가지 예로 이승엽 감독은 시즌 초반부터 유격수 자리를 놓고, 여러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뜻을 밝혔으나, 결국 그 누구도 자리를 꿰차지 못했고, ‘베테랑’ 김재호가 정규시즌 막판 주전으로 뛰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최근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김보성 부장검사)는 지난 15일 오재원을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오재원과 연루된 두산 소속 8명의 선수 중 1명을 약식기소, 7명에 대해서는 기소유예 처분을 내리면서, 상황에 따라 2025시즌에는 백업 자원들이 그라운드로 돌아올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으나, 오재원의 여파는 고스란히 현장으로 향했다. 두산은 지난 19일 박흥식 수석코치, 김한수 코치 등 6명의 코치와 재계약을 맺지 않기로 결정했다.
올해도 와일드카드 이상 올라가지 못했던 것이 오롯이 오재원 쇼크로 빠진 선수들의 여파라고만 볼 순 없다. 하지만 144경기의 페넌트레이스를 치르는 내내 8명의 선수를 기용조차 하지 못했던 것은 분명 치명적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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