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의 외야수 김헌곤(35)이 2024년 포스트시즌에서 ‘조커’ 역할을 넘어 주역으로 우뚝 섰다. 올 시즌 포스트시즌에서 김헌곤은 상대 팀의 왼손 투수가 선발로 나올 때나 좌완 불펜이 등판할 경우 대비해 대기하고 있었으나,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PO)에서 그의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특히 15일 열린 PO 2차전에서 김헌곤은 연타석 홈런을 터뜨리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그의 두 번째 홈런은 우완 불펜 유영찬을 상대로 나온 것이었고, 이를 통해 그는 반쪽짜리 타자가 아님을 입증했다. 삼성은 PO 2차전에서 주장인 주전 외야수 구자욱이 무릎 인대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김헌곤을 주전으로 활용하게 되었다.
김헌곤은 21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1차전에서 2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상대 팀의 선발 투수는 정규시즌 평균자책점 1위(2.53)를 기록한 오른손 투수 제임스 네일이었다. 지난 8월 24일 NC 다이노스전에서 타구에 턱을 맞아 관절 수술을 받은 네일은 부상을 극복하고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와 강력한 투구를 이어갔다. 그의 주무기인 ‘스위퍼’는 여전히 날카로웠고, 삼성 타자들은 5회까지 네일을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했다.
특히 4회에는 강민호, 김영웅, 박병호가 연속으로 삼진에 물러나며 네일을 벽처럼 느끼게 했다. 그러나 김헌곤이 그 벽을 허물었다. 0-0으로 맞선 6회초, 그는 선두 타자로 나서 균형을 깨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가운데 몰린 시속 134㎞의 스위퍼를 밀어쳐 우측 폴 왼쪽으로 떨어지는 아치를 그린 것이다. 김헌곤의 홈런 한 방으로 난공불락이던 네일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평정심을 잃은 네일은 후속 타자 르윈 디아즈에게 볼넷을 내준 뒤 교체되었다.
이날 경기는 6회초 삼성 공격 중 무사 1, 2루에서 쏟아진 비로 서스펜디드 게임(일시정지 경기)으로 중단되었지만, 김헌곤의 한방은 삼성의 기세를 더욱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011년 삼성에 입단한 김헌곤은 개인 통산 포스트시즌에서 총 3개의 홈런을 터뜨렸으며, 이 3개 모두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기록한 성과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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