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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요르단에게 졌으면 좋겠어요.”
한국과 요르단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3차전을 앞두고 만난 지인이 한 말이다. 비단 이 지인뿐 아니라 주변에서 혹은 온라인 축구 커뮤니티를 통해 심심찮게 볼 수 있던 반응이 대표팀이 지길 바란다는 얘기였다.
다행히(?)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은 분수령이던 요르단 원정을 2-0으로 이겼고 15일에는 이라크와 홈경기도 3-2로 승리하며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을 향한 7부 능선을 넘었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 선임을 두고 공정성 논란이 정점에 달했던 지난 2일 국회 현안 질의 이후 10월 A매치를 최상의 결과로 마무리한 것이다. 이로써 한국은 추후 대단한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선두를 질주하며 본선에 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중요한 시점에 괜히 선장을 흔들다가 월드컵 못 나갈 수도 있다는 우려는 일단 가라앉았다. 하지만 불씨가 사그라진 것은 아니다. 공정성 논란의 핵심인 대한축구협회를 바라보는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제발 대표팀 선수들에게만은 야유를 보내지 말아 달라는 김민재(28·바이에른 뮌헨)의 바람대로 15일 이라크전에서 관중들은 별다른 제스처를 취하지 않았다. 지난달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팔레스타인전 당시 공식 서포터스 붉은악마가 응원 걸개를 거꾸로 매달고 ‘피노키홍’ 등의 걸개를 걸었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다만 야유는 없었지만 박수도 없었다. 현재 대표팀의 성과는 좋은 선수들이 힘을 합쳐 잘해준 결과물이지, 협회와 감독의 공이 크다고 보는 국민들은 거의 없다.
경기 결과와 별개로 공정성 시비는 계속 이어진다. 당장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다시 한 번 국회로 불려나간다. 정 회장은 협회 운영 및 4선 연임 논란과 관련해 22일 대한체육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됐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천안축구종합센터 건립, 지도자 자격관리 등 타 사업에 대해서도 감사 결과를 종합해 10월 말 전체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축구협회는 오죽했으면 많은 국민들이 자기 대표팀이 지길 원했는지 근본적인 원인을 숙고하고 반성해야 한다. 그들의 궁극적인 바람은 변화다. 아무리 해도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는 협회가 변하려면 월드컵 탈락 정도의 격랑이 없으면 안 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눈높이는 과거와 달라져 있다. 무조건 이기는 게 능사가 아닌 세상이다. 월드컵 진출은 모든 국민의 경사스러운 일이어야 하는데 지금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다시 국민적 경사로 만들어야 한다면 협회부터 달라져야 한다. 그럴 수만 있다면 월드컵 한 번쯤 못 나가도 상관없다는 게 팬들의 단호한 반응이었다. 변화의 시발점은 간단명료하다. 바로 정몽규 회장의 사퇴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등장했던 ‘선수는 1류, 협회장은?’이라는 문구에 국민들의 뜻이 담겨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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