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캐디’와 호흡 맞추며 데뷔 첫 우승 도전
▲ 박예지(사진: KLPGT) |
[스포츠W 임재훈 기자] 국가대표 출신의 루키 박예지(KB금융그룹)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유일의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 대회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총상금 10억 원, 우승상금 1억 8천만 원) 첫 날 선두권에 이름을 올리며 대뷔 첫 우승을 향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박예지는 10일 전라북도 익산에 위치한 익산 컨트리클럽(파72/6,663야드)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 경기에서 버디 7개(+14) 보기 1개(-1)를 묶어 +13점으로 경기를 마쳐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렸다. 공동 선두 방신실(KB금융그룹), 이가영(NH투자증권, 이상 +18)과는 5점 차다.
지난해 9월 점프투어(3부투어)에서 한 차례 우승을 차지한 박예지는 2개월 뒤인 11월 열린 2024시즌 KLPGA투어 시드순위전 본선에서 34위에 오르며 올 시즌 정규투어와 드림투어(2부투어) 출전을 병행해 왔다.
올 시즌 정규투어 18개 대회에 출전해 11차례 컷을 통과, 지난 8월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서 공동 8위에 오르며 데뷔 첫 정규투어 톱10을 기록한 박예지는 현재 상금 순위 86위, 신인상 포인트 8위에 올라 있다.
지난 7월 드림투어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지만 추천선수 자격으로 출전한 탓에 우승 상금이 시즌 상금에 포함되지 않는 바람에 드림투어에서도 상금 순위가 64위에 머물고 있다.
자신의 루키 시즌 19번째 대회에 출전중인 박예지는 이번 대회에 캐디를 맡아준 어머니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어머니와 함께 필드를 누비며 리더보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가운데 경기를 마친 박예지는 “엄마도 캐디 해주시고 하니까 그냥 마음 편하게 재밌게 좀 편하게 치고 가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또 좀 좋은 성적까지 나게 돼서 조금 얼떨떨하기도 하면서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8일까지 드림투어 대회에 출전한 박예지는 이번 대회 출전을 위해 대기 순번에 이름을 올렸지만 시드 순위에 밀려 출전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가 대회 개막 직전 출전 가능 통보를 받고 부랴부랴 대회 장소로 이동한 탓에 전문 캐디가 아닌 어머니의 도움을 받게 됐다.
박예지는 어머니가 평소 라운드에서 70타대 스코어를 치기도 하는 실력파 아마추어 골퍼라고 소개했다.
‘캐디 엄마’의 장점에 대한 질문에 박예지는 “엄마가 아무래도 전문 캐디분이 아니다 보니까 크게 상의를 할 수 있었던 거는 아니었는데 드림 투어도 사실 전문 캐디랑 호흡을 맞춰서 하는 시합은 아니고 4명이 한 조로 나가서 캐디 한 분이랑 하다 보니까 그냥 혼자 그냥 클럽 빼서 하는 상황들이 많다. 오늘도 엄마랑 하게 된 거 그냥 내가 계산할 수 있는 거 하고 정말 헷갈릴 때만 엄마한테 좀 물어보고 걱정되는 거 있으면 엄마한테 얘기하자는 마음으로 했다. 그렇게 엄마가 걱정되는 거 물어봤을 때 편하게 해줬던 것도 있다.”고 말했다.
아마추어 시절 두 차례 정도 어머니가 캐디를 맡은 적이 있지만 프로 전향 이후에는 처음 캐디로 나선 어머니와 호흡을 맞췄다는 박예지는 ‘앞으로도 어머님이 계속 같이 해야 되겠다’는 말에 “엄마가 너무 힘들어하면 안 될 것 같아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이날 경기에 대해 박예지는 “그다지 버디를 하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여기가 그린이 조금 딱딱하다고 느껴서 100m 안쪽의 샷이 남을 때만 버디를 잡으려고 노력했고 그 외에는 파로 플레이를 이어가려고 했다. 그 플렌이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엄마랑 같이 둘이 상의를 했던 게 여기가 (아이언 샷이) 핀보다 길면은 무조건 내리막( 퍼트) 상황이다. 그래서 핀보다 무조건 짧게만 치자 그래서 오늘 앞 핀도 그냥 안 올라가더라도 조금 타이트하게 계산을 해서 짧게만 치자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그 생각대로 잘 됐고 오늘 제 기억으로는 핀보다 길었던 샷은 하나도 없었는데 그게 좀 오늘 라운딩 때 잘 됐던 포인트인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튿날 있을 2라운드에서 1라운드에서 따낸 점수의 반만이라도 땄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을 밝힌 박예지는 “사실 뭐 우승하면 진짜 너무 좋겠지만 3등 안에만 들면 정말 만족하면서 집에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박예지(사진: KLPGT) |
이번 대회 우승 상금은 1억8천만 원, 2위 상금은 1억1천만 원, 3위 상금은 8천만 원이다.
박예지가 이번 대회에서 목표 달성에 성공하면 정규투어 상금순위로 내년 투어 풀시드를 따낼 수 있다.
박예지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국내 주요 대회를 석권하며 잠재력을 드러냈고, 2021년과 2022년 국가대표 상비군, 지난해 국가대표로 활약하다 8월 태극마크를 반납하고 프로로 전향했다.
그의 아버지는 ‘국내 샤프트의 에르메스’로 불리는 토중브랜드 ‘몬스타 샤프트’를 생산, 유통하는 몬스타앤싸이코골프 박종태 대표다.
몬스타라는 브랜드에는 딸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이 깃들어 있다. ‘몬스타(Monstar)는 ‘먼데이 스타(Monday Star)’의 줄임말로, 딸이 일요일 우승해 월요일엔 스타가 돼 있을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딸의 골프를 위해 샤프트 사업에 뛰어든 아버지 덕분에 박예지는 경기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샤프트에 관한한 최고의 지원 속에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다.
박예지는 “아빠 샤프트로만 거의 한 4~5년 썼으니까 계속 하나로 느낌을 좀 맞추고 한 게 장점이었다”고 밝혔다.
박예지는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으로 진행되는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의 초대 대회였던 지난 2021년 아마추어 추천 선수 자격으로 출전해 컷을 통과하는 데 실패했다.
박예지가 프로 데뷔 후 처음이자 생애 두 번째 출전한 이 대회에 캐디로 나서준 어머니와 함께 ‘몬스타’의 꿈을 이뤄낼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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