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이재성(32·마인츠05)이 강렬한 선제 헤더골을 터뜨리며 홍명보호를 끌어올렸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0일(한국시각) 요르단 암만 국제경기장에서 킥오프 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3차전에서 전반 이재성 헤더골, 후반 오현규 골로 요르단(피파랭킹 68위)을 2-0 완파했다.
주민규 대신 들어와 A매치 데뷔골을 넣은 오현규도 눈길을 모았지만, 심리적으로 쫓기는 상황에서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은 선수는 손흥민 절친이자 대표팀 내 최다 A매치 출전(91경기) 경험을 보유한 베테랑 이재성이다.
‘캡틴’ 손흥민이 부상으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한 가운데 믿었던 황희찬마저 경기 중 요르단 선수들의 거친 플레이에 부상을 입고 전반 23분 만에 엄지성과 교체 아웃됐다.
부축을 받으면서 빠져나가는 황희찬을 지켜보는 홍명보 감독이나 요르단까지 전세기를 타고 날아간 축구팬들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점유율은 높았지만 이렇다 할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지 못해 답답했던 한국은 이재성의 머리로 자신감을 되찾았다. 전반 38분 설영우가 오른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박스 정면에 있던 이재성이 뛰어 올라 골문 구석을 찔렀다. 골키퍼가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빠르면서도 깔끔한 헤더골이다. 신장이 큰 선수가 아님에도 영리한 위치 선정으로 많은 헤더골을 만들어왔던 이재성의 장점이 제대로 드러난 순간이다. 91번째 A매치에서 터진 12번째 골.
8개월 전 아시안컵 4강에서의 아쉬움도 지웠다. 클린스만호는 요르단에 0-2 완패했다. 당시 이재성은 선제골 기회를 잡았는데 골대를 강타했다. 경기 후에도 이재성은 “너무나도 힘들고 아프다”라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그때의 패배는 돌릴 수 없지만, 이날의 결정적 한 방은 가슴 한 구석에 남았던 골대 강타의 아쉬움을 털어내기에 충분했다.
개인의 아쉬움을 털어낸 것을 넘어 홍명보호의 귀중한 승점3을 지켜냈다.
주장 완장을 ‘수비수’ 김민재가 차고 있었지만, 그라운드 중앙에 있는 부주장 이재성은 공격과 수비를 모두 신경 써야 하는 위치에 있었다. 어떤 경기보다도 부담이 큰 상황에서도 이재성은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그라운드 곳곳을 누비며 궂은일을 맡아 처리했고, 거칠게 달려드는 요르단 선수들을 피해 공수 조율도 해냈다. 역습이 나올 때는 하프라인 아래까지 뛰어내려와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했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장기인 선제 헤더로 결승골까지 터뜨렸다. 오현규의 추가골도 빠른 속공 과정에서 이재성의 감각적인 패스가 있어 가능했다.
이강인 포함 공격진 모두가 교체 아웃됐는데 이재성은 풀타임을 소화하며 끝까지 팀 승리를 지켜냈다. 손흥민이 없었던 이날 가장 빛난 선수는 이재성이다. 그럼에도 이재성은 경기 후 중계방송사 인터뷰에서 “선수들의 의지가 승리를 불러왔다”며 자신보다 후배들을 먼저 칭찬했다. 역시 캡틴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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