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전 클린스만호의 굴욕적 패배를 홍명보호가 설욕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0일(한국시각) 요르단 암만 국제경기장에서 킥오프 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3차전에서 요르단(피파랭킹 68위)을 2-0 제압했다. 이로써 한국은 2승1패를 기록, B조 선두로 올라섰다.
피파랭킹은 60위권에 있지만, 한국축구에는 너무나 껄끄러운 상대다.
지난 2월 ‘2023 카타르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E조 조별리그에서는 2-2 무승부를, 다시 만난 4강에서는 0-2 완패했다. 결승을 앞두고 단 1개(요르단 7개)의 유효슈팅도 기록하지 못하고 굴욕적 패배를 당했다. 요르단전 패배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대표적인 ‘무능’ 사례로 남았고, 경질을 초래한 결정적 요인 중 하나가 됐다.
이날 역시 쉽지 않았다. 무사 알타마리가 부상으로 빠졌지만, 요르단은 초반부터 거세게 밀어 붙였다. 파울과 골라인 아웃이 있었지만 두 차례나 가슴을 쓸어내리게 할 만큼 날카로웠다.
손흥민이 빠진 가운데 큰 기대를 모으고 날개로 출격한 황희찬은 전반 10분 만에 상대 태클에 걸려 발목이 꺾였다. 그라운드 밖으로 나갔던 황희찬은 가까스로 돌아와 두 차례 날카로운 돌파도 선보였지만, 다시 한 번 수비수와의 충돌 과정에서 발목을 다쳐 전반 23분 만에 엄지성과 교체 아웃됐다. 손흥민이 없는 상태에서 가장 믿었던 황희찬마저 요르단전에서 이탈했다.
7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면서도 이렇다 할 위협적인 공격 없이 시간은 흘렀고, 전반 36분 황인범도 상대 태클에 의해 쓰러졌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다. 키커로 나선 이강인이 전반 37분에야 한국의 첫 유효슈팅을 기록했다.
답답했던 흐름은 이재성 머리로 깨졌다. 전반 38분 설영우가 오른쪽 박스 바깥에서 올린 크로스를 박스 가운데 있던 이재성이 뛰어 올라 헤더로 골망을 흔들었다. 상대 골키퍼가 꼼짝도 할 수 없을 만큼 날카롭고 빠르게 골문 구석을 찔렀다. 이재성 특유의 영리한 위치선정 능력이 빛난 순간이다. 91번째 A매치 출전에서 터진 12호골.
이재성 골로 1-0 리드를 잡고 후반을 맞이한 한국은 전반 3분 이강인이 박스 아크에서 파울을 유도하고 키커로 나섰지만 골은 넣지 못했다. 아시안컵 한국전에서 골을 터뜨렸던 알나이마트가 가세한 요르단 역습에 몇 차례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후반 초반 배준호와 함께 투입된 오현규가 간절했던 추가골을 터뜨렸다. 후반 23분 박스 왼쪽에서 자신감 있는 발놀림으로 수비수를 흔든 뒤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문을 열었다. 오현규의 A매치 데뷔골.
후반 추가시간 7분까지 더 이상의 득점과 실점이 없었던 홍명보호는 이재성·오현규 골을 묶어 2-0 승리를 확정했다.
감독 선정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을 초래한 장본인으로 지목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절차적 하자를 안고 감독이 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홍명보 감독으로 인해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대표팀 선수들은 귀중한 승리를 선사했다. 오는 15일에는 홈(용인 미르스타디움)으로 들어와 이라크(피파랭킹 55위)를 상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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