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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의 스포츠人] “아직도 기억해주는 팬들 만나면 책임감 느껴”

아시아투데이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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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일/ 장원재 전문기자

장대일(49)은 추억이다. 바람이다. 축구팬들의 아련한 첫사랑이다. 1998 프랑스월드컵에도 출전한 유명 선수지만 홀연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던 것일까.

-1998 프랑스 월드컵 때 대한민국은 브라질 한 언론의 인터넷 투표에서 ‘월드컵 출전 선수 중 미남 3위’를 배출했다. 추남 3위 안에도 1명이 들었다. 미남과 추남 선수를 모두 배출한 나라는 아시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축구보다 그 일로 기억해주시는 팬들이 많다. 이모 선수가 추남에 뽑힌 건 2006년이다.”

– 아버지가 영국 사람이다. 어려서 영국에 살았나.

“6살 때부터 2년 동안 런던 근교에 살며 학교도 다녔다. 그리고 어머니와 한국에 들어왔다.”

– 축구는 언제부터 시작했나.

“한국에 와서다. 초등학교 4학년 올라갈 때 시작했다. 어머니가 일 가시면서 할머니한테 저를 맡겼다. 할머니가 사시는 동네 학교에 마침 축구부가 있었는데 굴러오는 공을 차달라고 해서 찼더니 감독님이 그날 저녁에 바로 짜장면을 사주셨다. 축구하자고 하셔서 그 다음날부터 바로 시작했다.”

– 중학교 고등학교는 어디서 선수 생활했나.

“중고교를 다 인천에서 나왔다. 만수중, 운봉공고를 졸업했다.”

– 축구 선수가 되겠다고 결심한 때는.

“어릴 때는 그냥 축구가 좋았다. 다른 스포츠보다 훨씬 좋았다. 그래도 ‘축구 선수가 돼야겠다’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그냥 좋아서 했다.”

– 연세대에 갈 정도면 당시 고교 랭킹이 꽤 높았던 선수였다.

“지방 대회에서 최우수 선수상을 받을 정도는 했다. 연대 동기로는 서동원, 정상남, 이승엽 등이 있다. 3명이 프로 드래프트 1순위로 뽑혔다.”

– 고등학교 때까지는 최전방 공격수였는데 연대에 들어와서 수비수로 전향했다.

“아니다. 고등학교 때도 수비하다가 이기고 있으면 그대로 수비하고, 골이 필요하면 올라가서 공격하며 왔다 갔다 했다. 대학 들어와서는 1학년 때부터 전업 수비수로 뛰었다.”

– 김호곤 감독의 권유였나.

“고교 시절 연대와 연습 경기를 자주 했다. 감독님이 그 생각하고 데려오지 않았을까. 본인이 수비수였기 때문에 수비수 자질을 잘 알아보신 건지도 모르겠다. 저에게 그 얘기를 직접 하신 적은 없다.”

– 연대 94학번으로, 대학 때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켜서 97년 차범근호에 승선한다.

“차 감독님이 대학 경기도 자주 보러 오셨다. 제가 뛰는 경기도 몇 차례 보셨는데, 잘 봐주셨던 것 같다.”

– 대표팀에 뽑혔다는 얘기를 누구한테 처음 들었나.

“전해준 사람은 없고, 신문 기사 보고 알았다.”

– 기사를 본 느낌은 어땠나.

“솔직히 큰 감흥은 없었다. 올림픽 대표 때도 대표팀에 잠깐 합류했다 돌아오고 출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도 갔다가 바로 돌아오겠구나, 하는 정도로 좀 가볍게 생각했다.”

– 1996년 아틀란타 올림픽도 상비군에는 뽑혔는데 본선에는 못 갔다. 그래도 팬들 사이에서는 ‘홍명보의 후계자 장대일’이라는 타이틀로 유명했다.

“명보 형과 플레이스타일이 조금 비슷해서 그랬던 것 같다. 제 장점이 패스랑 킥이었다. 그것 때문에 제2의 홍명보라고 불렸다.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명보 형이 워낙에 패스와 킥이 정확하다. 감히 제가 넘볼 수준이 아니었다.”

– 1998 프랑스 월드컵 예선 한일전에 선발로 나갔다. 일본은 반드시 이겨야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도 바라볼 수 있고 한국은 남은 경기에서 1 무승부만 하면 월드컵 진출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일명 ‘져주기 한판’이라고도 불리는 잠실대첩이다.

“0-2로 졌는데 시작하자마자 골을 먹었다. 명보 형이 경고 누적으로 못 나와서 제가 그 자리에 섰다. 베스트 멤버들이 좀 빠지고 후보들이 많이 들어갔는데, 주전들의 피로회복 차원이었다.”

– 저주기까지는 아니어도 긴장감이 다소 풀려 있었나.

“한일전은 늘 부담스럽다. 그래도, 어차피 본선 진출을 거의 확정했으니 그동안 안 뛰었던 선수들한테 기회를 주자는 분위기는 있었다. 제가 의욕이 너무 앞서다 보니 실수가 많았다. 시작하자마자 2분 만에 실점했는데, 제가 한 번 헛발질한 것이 골로 이어졌다. 장대일의 평가가 급상승하다가 그날 한 게임으로 그냥 뚝 떨어졌다.”

– 그럼 그 직전에 있었던 도쿄 대첩 때는 선수단 분위기가 어땠나. 서정원 이민성의 연속골로 승리한 명 경기다.

“버스에서 내릴 때 일본 기자들이나 일본 관중들 분위기가 유쾌하지 않았다. 우리를 얕보고 낄낄대고 웃고 좀 그런 분위기였다. 경기 전에 우리의 길르 죽이려는 의도도 있었던 듯 하다. 막판에 두 골을 넣어 역전했으니 그때 분위기는 말로 얘기할 수 없다. 다들 정말 좋아했다.”

– 1998 프랑스 월드컵에 가서는 출전 못했다. 아쉬움은 건 없나.

“많다. 월드컵을 가면 분위기랑 잔디, 관중석의 열기 등 모든 것이 프로 경기나 A매치와는 차원이 다르다. 정말 다르다. 경기장이 진짜 딱 5m 앞에 있는데 여기를 못 밟은 것이 너무. 마지막 경기 준비하며 차 감독님이 저보고 준비하라고 했었는데, 현지에서 경질되면서 못 뛰었다. 김평석 감독대행께서 경기에 못 뛰었던 이임생, 이상헌 선수를 내보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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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일/ 장원재 전문기자


– 프로 선수 생활은 성남 일화에서 시작했다.

“2년 뛰고 부산으로 가서 3년을 지냈다. 대학시절 은사인 김호곤 감독님이 부산 아이파크로 가시면서 저를 불렀다.”

– 그런데 만 29세에 돌연 은퇴했다.

“계약 조건도 괜찮았는데, 뭔가 좀 다른 생각이 많았다. 축구만 하다 인생이 끝나는가, 왜 내가 인생 전무를 축구에 바쳐야 하나, 뭐 이런 허무한 생각이 들었다. 헛바람이 들어서 축구 이외의 다른 것도 좀 해보고 싶었다.”

– 그런데 갑자기 2008년에 3부리그 양평 FC로 복귀해서 한 시즌을 보냈다.

“주변에서 다시 하라고 해서 감독님께 인사드리고 선수 등록도 했는데 실제 출전은 안 했다. 축구를 포기했다.”

– 은퇴한 이후에는 이자카야도 운영했다.

“압구정동에서 2년 정도 했다. 장사도 잘되고 괜찮았다. 그런데 동업했던 사람이 가게 통장을 혼자 다 써버렸다. 빚을 떠넘기고 도망가는 바람에 가게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

– 그때 심정은 어땠나.

“그때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그러니까 통장 관리도 직접 해야 했는데 그런 것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을 안 썼다. 제 잘못도 있지만 진짜 허무했다.”

– 그때 연애도 했는데 결국 결실은 못 맺었다.

“제가 너무 어렸다. 약혼하고 부모님끼리 만나서 상견례도 했는데 결혼까지는 못 갔다. 제 책임이다.”

– 이런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나.

“한 1년은 집밖을 안 나가고 폐인처럼 살았다. 대학교 때부터 친했던 형님이 저를 구제해 줬다. 그분 아버님이 건설회사 회장님이신데 같이 일해보자고 하셨다. 그때부터 건설 쪽에 들어가서 한 10년을 일했다.”

– 지금도 하나.

“10년 일하고 한 1년 쉬다가 건설 현장에서 친해진 소장님, 조합장님과의 인연으로 지금 인테리어 안전 관리 일을 하고 있다.”

– 축구 관련 일도 한다고 들었다.

“주 3회, 화목토에 세종시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교실 이름은 ‘국대 스포츠’다. 농구, 축구, 리듬 체조, 펜싱 등이 있는데 국가대표 출신이어야만 감독을 할 수 있는 수준있는 곳이다. 하하.”

– 학생들은 몇 명이나 되나.

“취미반, 여성부까지 하면 한 150명 정도다. 코치도 두 분 계시다.”

– 선수반도 있나.

“있다. 취미반은 코치님들이 주로 가르치고 저는 선수반을 지도한다. 전문 선수로 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부터 6학년까지 있다.”

– 앞으로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국대스포츠 클럽 일을 2~3년은 더 계속할 생각이다. 자격증 취득을 너무 늦게 시작했는데 할 수 있는 만큼 상급 지도자 자격증에 도전할 생각이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른 레벨의 지도자 생활도 해보고 싶다.”

– 본인 축구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은 언제였나.

“1997년이다. 월드컵 예선 차범근 붐이 일어날 때 핵심으로 여러 경기를 뛰었으니까.”

– 그렇다면 가장 후회가 남는 순간은.

“너무 빨리 은퇴한 것이다.”

– 팬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은.

“얼마 전 어느 중년 여성 한 분이 세종시로 갑자기 찾아오셨다. 그러면서 ‘오빠 나 몰라?’라고 하시는 거다. 누구지? 했는데 에전 제 팬클럽 회장이셨다. 제 어린시절 유니폼도 들고 오셨다. 예전 영상도 다 보내주셨다. 저는 제 팬들이 다 없어진 줄 알았다. 제가 축구를 떠나면서 다 떠나신 줄 알았다. 그런데 아직도 저를 봐주시는 분들이 계셨다. 그분들한테 지금보다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책임감이 있다.”

▲ 장대일은…

인천 만수중, 운봉공고, 연세대를 나와 천안/성남 일화(1998~2000), 부산 아이콘스(2000~2003)에서 뛰었다. 국가대표로는 15경기에 출전했다. 한국 축구 최초의 다문화 가정 대표선수다. 현재 세종시 국대클럽에서 어린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아시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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