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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의 스포츠人] “히딩크에게 배운 것 펼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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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태 대전하나시티즌 전력강화실장/ 사진=전형찬 제공

김현태는 국민적 그리움의 원천이다. 한국 축구 영광의 순간에 늘 그가 있었기 때문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히딩크 사단이었고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이 사상 첫 원정 16강에 올랐을 당시에는 골키퍼 코치였다.

–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나.

“대전하나시티즌의 전력강화실장이다.”

– 대전하나시티즌 금년 성적은 상위권이 아니다.

“분발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9위가 목표다. 승강 플레이오프에 나가지 않고 잔류할 수 있기를 바란다.”

– 축구는 언제 시작했나.

“동신중 1학년 때다. 초등학교 때는 단거리 선수였다.”

– 골키퍼를 시작한 계기는.

“운동량이 적어서다(웃음). 사실은 중1 때 중3 주전 골키퍼형이 다쳐서, 키가 제일 크고 몸이 빠른 제가 대체 키퍼로 뽑혔다.”

– 영등포공고, 고려대를 거쳐 럭키 금성에서 프로 데뷔를 했다.

“맞다. 창단 멤버다. 조영증, 박항서, 이용수, 이상래, 강득수 등이 그때 동료다. 주전 골키퍼는 제가 아니고 건대 출신의 서석범이었다.”

– 프로 진출 전 두 사람이 외나무다리의 결투 같은 경기를 벌인 적이 있다. 대학축구연맹전 결승전이다.

“4학년 때다. 재경기까지 가서 우리가 1-2로 졌다. 서석범 키퍼가 신들린 선방을 했다. 둘이 대학 선발에도 같이 뽑혔다.”

– 두 분 사이는 좋은가.

“물론이다. 지금도 가끔 본다.”

– 대표팀은 왜 못 갔나.

“불운하게도 대표팀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넘버 2 골키퍼로는 몇 번 요청이 왔는데 대학 때는 정기전 때문에, 럭키금성 시절엔 팀의 후보 골키퍼가 다쳐서 갈 수 없었다. 그때는 대표팀이 합숙할 때 아닌가. 제가 대표팀에 가면 경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 선수 시절에 가장 기뻤던 일은.

“1985년 K리그 우승이다. 대학 시절 정기전 승리도 기억에 남는다.”

– 우승 당시의 기억이라면.

“시즌 내내 피아퐁(태국) 선수가 날아다녔다. 독보적이었다. 발목이 얇아 슈팅 타이밍이 빨라서 자체 연습 경기 때도 막기 힘들 정도였다. 알면서도 당했다.”

– 현역 시절의 박항서는 어떤 선수였나.

“근성이 있는 악발이였다. 투지가 넘치고 불리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공을 좇아가 경합하곤 했다.”

– 가장 후회가 남는 일은.

“없다. 이만하면 선수로, 지도자로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 인생의 절정은.

“아무래도 2002년 한·일월드컵이다.”

– 히딩크 감독은 어떤 분인가.

“저에게 지도자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게 해준 분이다. 축구 기술뿐 아니라, 선수단 통솔, 팀 전체의 심리적 측면, 경기 외적인 부분까지 섬세하고 정밀하게 챙기는 분이다.”

–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나.

“정말 많다. 하나만 소개하겠다. 월드컵 첫 경기 폴란드전 당일의 일이다. 해운대에서 버스 2대에 분승해 경기장으로 가고 있었다. 그 사이로 폴란드 팀 버스가 끼어들었는데 절보고 갑자기 차를 세우라고 했다. 한 5분 정도 정차했다가 다시 출발했다.”

– 왜 그랬나.

“나중에 게임 끝나고 물어봤다. ‘연도에 숱한 시민이 있고 경기장에 7만 관중이 있는데, 우리하고 폴란드가 같이 들어가면 관중들이 우리를 보고 환호할 거다. 그러면 오히려 상대 팀 사기가 오른다. 그 분위기는 우리만 간직해야 한다.’ 이것 말고도 우리가 생각 못하는 여러 가지 말씀들 많이 해줬다. ‘이분이 역시 명장이구나’라고 느낀 순간이 많았다.”

–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팀 성적에는 만족하나.

“만족한다. 사실 우리 목표는 월드컵 1승이었다. 그전까지 역대 성적은 4무 11패였다. 4강은 목표를 크게 넘어선 결과다.”

– 스페인전 이기고 나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결승 갈 수 있겠구나, 이런 생각이었다. 철저히 준비했고, 이겼으니까. 경기 전날 승부차기를 예상하고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히딩크 감독님이 유럽 네트워크를 동원, 스페인 선수들 킥 방향 정보를 모았다. 내가 신호를 주기로 했는데 이운재 키퍼가 자기에게 맡겨달라고 했다. 감독님이 바로 승낙했다. 다 다른 방향으로 뛰었는데 딱 한 번 방향을 잡았고 공을 막았다.”

– 히딩크 감독과는 지금도 연락하나.

“물론이다. 2014년 6개월간 네덜란드 연수 때 큰 도움을 주셨다. 박지성이 QPR에서 이적해 아인트호벤에서 마지막 시즌을 보내던 때다.”

– 그때 히딩크 감독님이 아인트호벤의 이사 아니었나.

“맞다. 아내와 동행했는데, 스타디움 라운지에서 식음료값을 안 받더라. 감독님이 ‘절대 돈 받지 말라’고 엄명을 내렸다고 했다. 제가 ‘히딩크의 코치’였다는 걸 구단 사람들이 다 알아서, 출입 금지 구역도 프리패스였다. 감독님이 꼭 봐야 할 경기라며 아약스 등 명문팀에게 연락, VVIP 대우를 받도록 주선해 주시기도 했다. 아내에게 크게 면이 섰다.”

– 앞으로의 꿈은.

“코치는 많이 했지만, 감독 경험은 없다. 언젠가 기회가 온다면, 히딩크 감독님께 배운 것들을 한번 펼쳐보고 싶다.”

▲ 김현태는…
영등포공고, 고려대를 거쳐 럭키금성 원클럽맨으로 은퇴했다. 통산 프로성적은 114경기 출전이다. 국가대표 코치(1998~2002/2007~2011), 베트남 대표팀 코치(2020~2021)를 역임했고, FC 서울, 제주, 인천에서 코치로 활동했다. FC 서울 스카우트 팀장(2014~2018), 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장(2019)을 거쳐 현재 대전하나시티즌의 전력강화실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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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태 대전하나시티즌 전력강화실장(오른쪽)과 장원재 전문기자/ 사진=전형찬 제공

아시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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