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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재의 까칠한 축구]김판곤 감독님, 홍명보는 ‘최고 레벨’ 지도자가 아닙니다…그들만의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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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곤-정몽규-홍명보/대한축구협회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가재는 게 편.

김판곤 울산 HD 감독이 작심 발언을 했다. 누가 봐도 엄청난 비판을 받고 있는 홍명보 감독을 두둔하는 발언이었다. 그의 발언에 헛웃음이 나온다. 한국 축구의 참담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파울루 벤투 감독을 선임할 때 모든 걸 검증했다는 건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중국과 브라질에서 실패를 했고, 그리스에서 의심이 있었다. 완전한 후보가 아니었기 때문에 검증을 했다. 우리가 국내든 외국이든 최고 레벨 지도자에게 PPT를 요구하는 건 우스운 일이다.”

그러면서 에베르 르나르 감독,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 키케 플로레스 감독을 예로 들었다. 만나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자신이 준비한 비디오를 보여줬다고 했다. 지구 끝에 있다면 끝까지 쫓아가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스카우트 개념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즉 면접을 패스한 홍명보에 대한 정당성을 강조한 것이다.

김 감독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이 끝난 후 대한축구협회(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으로 벤투 감독을 선임한 인물이다. 그의 과거 경험을 털어놓은 것이다.

김 감독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감독 선임은 일반 회사의 채용 과정과는 엄연히 다르다. 입사 지원서를 받는 경우도 있지만, 직접 찾아가 부탁을 하는 경우도 있다. 김 감독 말대로 최고 레벨 지도자에게 ‘당신이 어떤 지도자인지 입증하시오’라고 요구하는 건 우스운 일이다. PPT도 마찬가지다. 그런 요구를 할 수 없고, 요구를 한다고 해서 최고 레벨 감독이 할 리도 만무하다.

그런데 김 감독의 말이 공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전제’가 틀렸기 때문이다. 홍명보는 최고 레벨 지도자가 아니다.

진정 최고 레벨 지도자를 엎드려 절하며 모셔 왔다면, 이런 특혜 논란이 빚어졌을까. 아니다. 잘했다고 손뼉 쳤을 것이다. 최고 레벨 감독이 아닌 지도자를 최고 레벨 감독인 양 모셔 왔으니 축구 팬과 국민이 분노하는 것이다.

홍명보가 왜 최고 레벨 지도자인가. 가재는 게 편. 그들만의 착각이다.

게를 지지하는 가재들은 2012 런던 올림픽으로 모든 검증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한국 올림픽 역사상 최초의 동메달. 물론 대단한 업적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U-23 대회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출전하지 않는, 게다가 U-23 연령대 세계 최고의 선수들도 출전하지 않는 대회다.

연령별 대회 동메달에 대한 ‘검증 완료’는 성인팀 한 번 지도해보지 못한 홍명보를 2014 브라질 월드컵 감독 ‘직행’을 이끌었다. 얼마나 축구 후진국의 부끄러운 행태인가. 홍명보를 향한 그들만의 착각이 만든 재앙이었다. 1무 2패. 21세기 최초로 1승도 거두지 못했던 악몽. 한국 축구는 홍명보에 대한 맹신으로 한참 뒤로 후퇴할 수 밖에 없었다.

일각에서 대안이 없었고, 홍명보가 등 떠밀려 월드컵 대표팀을 맡았다며, 희생, 봉사, 헌신으로 포장한다. 몇 번이고 말하지만 아니다. 개인의 욕심이었다. 본인이 고사했으면 이런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또 몇 번이고 말하지만, 이런 희생, 봉사, 헌신으로 포장된 기회는 왜 홍명보에게만 향하는 것일까.

다시 본론으로. 그래서 홍명보는 ‘성인팀에서 검증이 된 감독인가’라는 질문을 해야 한다. 브라질 월드컵 참패 후 중국 항저우 뤼청 지휘봉을 잡았다. 1부리그 항저우는 2부리그로 강등됐다. 이 역시 엄청난 실패다.

이후 축구협회 전무이사로 선임하며 현장에서 멀어졌고, 2020년 12월 울산 감독으로 부임했다. 2022년, 2023년 K리그1 2연패를 달성했다. 성인팀 감독으로서 유일한 성과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바라본다. 전북 현대가 몰락하는 시점과 맞물려, K리그1 최강의 스쿼드를 꾸려, 경쟁자가 없는 상황에서 달성한 2연패.

김판곤/한국프로축구연맹

월드컵 대표팀과 중국에서 실패를 했다. 고로 완전한 후보가 아니다. 검증이 필요한 후보다. 월드컵에서 왜 실패를 했는지, 중국에서 왜 실패를 했는지, 축구협회는 검증하지 않았다.

특히 홍명보는 월드컵에서 처참한 실패를 한 인물이다. 월드컵은 한국이 도전자 입장이다. 월드컵 본선에서는 최약체라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약팀으로 강팀을 잡을 수 있는 전술, 전략이 가장 중요하다. 홍명보에게 이런 경험이 있는가. 이 역시 검증해야 한다. K리그1 최강의 스쿼드로 정상을 차지하는 것으로는 알 수 없는 부분이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스쿼드가 얇은 항저우에서 실패한 이유를 분석해야 하는 이유다. 스페인 대표팀, 아르헨티나 대표팀 감독 뽑는 게 아니다. 약한 전력으로 강한 전력을 잡는 경쟁력이 한국 대표팀 감독에게 가장 필요한 경쟁력이다.

그런데도 프리패스로 월드컵 대표팀 감독으로 앉혔다. 월드컵에 적합한 인물인지, 다른 어떤 지도자보다 더 철저하게 검증해야 하는 것 아닌가. K리그1 2연패로 묻어질 수 있는 실책이 아니다.

즉 김 감독이 평가한 최고 레벨의 정의는 K리그1 2연패다. 다시 묻고 싶다. K리그 2연패가 어떤 검증도 없이 프리패스할 수 있을 정도로 최고 레벨인가.

아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했나. 홍명보 하면 생각나는 강렬한 전술적 컬러, 정체성이 있나. 없다. 홍명보는 여러 한국 감독 중 하나의 대안일 뿐이다. 한국 대표팀 감독을 할 수 있는 국내 감독이 오직 단 한 명 홍명보라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인식부터 버려야 한다.

또 지금 한국 최고의 감독을 뽑는 게 아니지 않나. 세계 무대,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월드컵 무대 감독을 뽑는 것이다. 프리패스가 정당화될 수 있으려면, 세계적인 최고 레벨에 맞춰야 공감을 얻을 수 있다. 그런 감독이 아니라면, 철저한 검증을 거쳐야만 축구 팬과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세계 최고 레벨을 데리고 올 돈도, 능력도, 협상력도, 의지도 없다면 처음부터 국내 감독이었다고, 홍명보였다고 했다면, 이렇게 분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전력강화위원회가 꾸려지고 수개월 동안 세계적 레벨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해 놓고, 홍명보를 최고 레벨인 척 모셔 오니 분노하는 것이다.

2018년 김 감독, 그러니까 당시 김 위원장이 한국 대표팀 감독 선임 기준을 제시했다. 핵심은 ‘월드컵 본선 수준에 맞아야 한다’였다. 이게 바로 최고 레벨이다.

김 위원장은 ‘월드컵 지역예선 통과 경험·대륙컵 대회 우승 경험·세계적인 수준의 리그 우승 경험’이라는 세부 조건을 제시했다. 홍명보를 대입시켜 보자. 최고 레벨이 아니다. 그들만의 최고 레벨일 뿐이다.

제발 일본과 비교하지 마라.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국내파 감독이라 한국도 국내파로 따라 해야 한다고. 일본은 협회장을 중심으로 치밀한 계획을 세운 후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 오랜 기간 철저한 준비와 노력이 지금 먹히는 것이다. 한국이 홍명보를 앞세워 주먹구구식으로 급하게 따라갈 수 있는 길이 아니다. 일본을 따라가려면, 싹 갈아엎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오랜 시간을 들여서.

김 감독은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방향 설정이 잘못됐다고 했다. 설득 작업도 부족했다고 했다. 위원장의 권한도 빼앗겼다고 했다. 자신이 있을 때는 “시스템 속에 공정하고 객관적이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과정을 거쳤다”고 항변했다. 축구협회를 저격했다.

맞다. 그런데 잘못된 방향 설정, 부족한 설득 작업, 위원장의 권한도 없는 상황에서 선임된 것이 홍명보다. 시스템 속에서 불공정하고, 주관적이고, 모두가 공감할 수 없는 과정을 거쳤다. 그렇다면 방향 설정을 제대로 하고, 설득 작업을 거치며, 위원장의 권한 아래, 공정하고, 객관적이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다시 감독을 뽑아야 하는 것 아닐까.

홍명보/대한축구협회

김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잘못된 것을 지적했으면서도, 이미 벌어진 일이니 그대로 가자고 했다. 잘못을 고치는 것이 아닌 이왕 이렇게 됐으니, 응원을 하자는 것이다. 이는 도망치자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럴 수 없다. 첫 단추가 잘못 끼어졌다. 처음부터 다시 끼우는 거 말고는 방법이 없다. 이대로 밀고 나가면, 또 다른 불공정이 나오고, 또 다른 논란이 나오고, 또 다른 홍명보가 나온다.

김 감독은 “지금 지혜롭게 에너지를 어디에 써야 하느냐”고 물었다. 지혜롭게 정몽규 체제를 바꾸는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할 때다. 새로운 감독을 선임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지금 바꾸지 않으면 또 이런 사태는 벌어진다. 늦게 가더라도 제대로 가는 게 맞다.

김 감독은 “감독 면박을 준다”고 표현했다. 아니다. 잘못을 지적하는 것이다. 정당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정치하시는 분과 유튜브 하시는 분”이라고 했다. 비하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정몽규 회장이 그런 것처럼. 그렇지만 그들도 정당한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다. 그들도 축구 팬이고 국민이다. 그들이 축구 팬과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는 것은 느끼지 못하나. 지금 축구 팬과 국민은 냄비가 아니다. 진심이다.

“감독이 집중해야 할 때다. 나중에 평가할 수 있는 시기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중에 하면 늦다. 왜 지금 문제를 나중으로 미루나. 지금 문제는 지금 바로 잡고, 더 나은 미래를 기약하는 게 지혜로운 것이다.

“월드컵 못 나가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외쳤다. 월드컵을 인질로 삼지 마시라. 지금 월드컵 본선 진출 보다 중요한 것이 축구협회 개혁이다. 축구 팬들은 월드컵 예선 몇 경기 흔들린다고 해도 축구협회가 바뀐다면 기다려줄 용의가 있다.

그리고 월드컵 본선 48개국 시대다. 이런 혼란 속에서도 한국이 본선에 진출하지 못한 일은 없을 것이다. 감독을 교체하고 가는 게, 한 마음, 한뜻으로 지지하는 대표팀을 만들어 월드컵 본선으로 가는 게 지혜로운 것이다. 그래야 본선 진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선수 응원 따로, 감독 야유 따로, 이게 무슨 한국 대표팀인가.

마지막으로 “월드컵 못 나가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는 물음. 답을 하고 끝내야 겠다. 진정 모른단 말인가. 게 편인 가재들을 제외하고 모두 알고 있다. 정몽규 그리고 홍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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