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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재의 까칠한 축구]정씨 왕조 독재 31년 그리고 권력 홍위병 19년, 몰아내자…하나 된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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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회장과 홍명보/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과 홍명보/대한축구협회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정씨 왕조가 한국 축구를 지배한 지 31년째다.

1993년.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이 등장했다. 47대 회장이었다. 그는 48대, 49대, 50대 회장까지 4연임을 했다. 51대에 현대가 출신 조중연 회장이 잠시 자리에 앉은 후 2013년, 정씨 왕조가 다시 들어섰다. 정몽규 회장이 취임했다. 그는 52대, 53대, 54대 회장까지 3연임에 성공했다. 정몽규 회장은 정몽준 회장처럼 4연임에 사실상 도전장을 내밀었다.

정씨 가문이 너무나 잘해서 연임을 할 수 있었을까. 아니다. 견제 세력이 없었기 때문에 이토록 오랫동안 한국 축구 위에서 군림할 수 있었다. 맞다. ‘독재’다. 대한축구협회(축구협회)가 정씨 가문의 사조직이 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공과 과가 모두 있다. 정몽준 회장 당시 축구협회는 기틀을 잡아가는 시기였다. 정몽준 회장은 선구자 역할을 했다. 1993년부터 2009년까지 16년 동안 집권한 정몽준 회장은 한국 축구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안겼다. 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 및 4강 신화, 그리고 축구 외교 성장까지, 한국 축구 위상을 높이는데 공헌한 것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집권 기간이 길어질수록 잡음이 커졌다. 선구자는 독재자로 변했다. 역사는 말한다. 독재는 부패할 수 밖에 없다고. 정몽준 체제도 그랬다. 정몽준 회장은 절대적인 권력을 휘둘렀고, ‘주류’와 ‘비주류’, ‘여권’과 ‘야권’의 불화는 끊이지 않았다. 때문에 임기 말 정몽준 회장 독재에 대한 반감이 선구자로서의 존경보다 더욱 커졌다. 정몽준 회장도 물러나야 했다.

그리고 다시 정씨 왕조 정몽규 체제가 들어섰다. 틀을 만드는 시대는 지냈고, 새로운 변화를 추진해 세계로 뻗어나가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한국 축구는 다시 독재의 그늘에 들어와 버렸다. 한국 축구는 후퇴할 수 밖에 없었다.

정몽규 회장이 취임했을 때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현대가의 색깔’을 정리하는 것이었다. 정몽준 회장의 밝은 색깔은 계승하고, 어두운 색깔은 지우는 것이다. 정몽규 회장이 취임한 후 가장 먼저 강조한 것 역시 축구계의 화합과 통합이었다. 그런데 정몽규 회장은 어두운 색깔만 계승했다.

정몽규 회장 역시 공과 과가 있다. 그런데 과가 압독적으로 크다. 정몽규 회장이 수장으로 취임한 뒤 한국 축구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축구협회 행정 난맥상과 도덕성, 그리고 대표팀 부진까지 어느 하나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또 정씨 왕조 독재 시스템도 이어졌다.

일단 그는 취임 당시 했던 가장 중요한 공약을 지금까지 지키지 못하고 있다. 정몽규 회장은 “1000억원 수준의 축구협회 예산을 임기 기간 내 2000~3000억원으로 올려놓겠다”고 약속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음에도 당당하다. 약속을 지킬 생각도 없는 듯 하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축구협회 임직원 법인카드 사태를 비롯해 거스 히딩크 감독 복귀 논란, 승부조작범 사면 추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선임, 40년 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 등등. 정몽규 회장 체제에서 변화와 혁신을 약속하며 미안한 척 도돌이표를 찍은 것이 도대체 몇 번째인가.

불신의 정점을 찍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4연임 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4연임에 대해 정몽규 회장은 “거취 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대한민국 축구 발전을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고 심사숙고할 것이다. 내 미래에 대한 결정은 역사가 평가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정씨 왕조의 장기 독재는 정씨 가문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들은 한국 축구를 지배했다. 그렇다면 ‘축구인’의 역할도 필요했다. 정씨 왕가의 권력을 지켜줄, 또 자신들의 방식을 앞장서서 실행해줄 홍위병이 필요했다. 그들이 선택한 이가 바로 홍명보다.

선수로서 한국 축구 최고 레전드 중 하나다. 이런 그에게 정씨 왕조는 온갖 특혜를 몰아줬다.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은 채 대놓고 한국 축구인 그 누구도 받지 못한 엄청난 선물을 줬다.

2005년 자격증이 없는 상황에서 한국 대표팀 코치가 된 것부터, 연령별 대표팀 감독 탄탄대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경질되지 않았던 감독. 성인팀 지도 한 번 해보지 못했지만 월드컵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유일한 감독. 예견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실패에도 유임을 추진한 유일한 감독.

중국으로 가 팀을 강등시켜 갈 곳이 없었던 홍명보. 정씨 왕조는 행정 경험이 전무했던 이를 축구협회 행정의 수장인 전무이사로 선임했다. 그리고 월드컵 대표팀 감독을 2번 하는 유일한 감독까지 왔다.

받은 게 있으면 돌려줘야 하는 법. 이런 엄청난 특혜를 받은 홍명보는 홍위병이 돼 정씨 왕조 권력 유지에 앞장섰다. 정씨 가문 축구협회 사조직화에 가장 큰 공이 있는 절대 충신이다. 19년이다. 본격적인 특혜를 받기 시작한 지가. 정씨 왕조가 뒤에 있으니 무서울 것이 없는 홍명보. 그의 특권 의식은 세상과 한참 동떨어져 있다.

절대 권력이 자신을 밀어주니, 그 역시 정씨 왕조처럼 영웅 놀이에 심취해 있다. 자신이 아니면 안 된다는 착각 속에 빠져 살고 있다. 한국 축구를 위해 나를 버렸다. 한국 축구를 위해 봉사하겠다. 최고의 자리에서, 최고의 혜택을 누리며, 최고의 연봉을 받고 하는 일. 그는 이렇게 해석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 현안 질의에서 2006년 무자격 코치 특혜를 지적하자 홍명보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코치를 했다. 당시 나는 은퇴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고, 월드컵 대표팀 감독이 바뀌었다. 거스 히딩크와 함께 했던 코치 핌 베어벡이 한국인 코칭스태프가 필요하다며 나에게 활동해 달라고 했다. 나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할 수 밖에 없었다. 내 당시 상황을 알아 달라”고 말했다.

너무나 당당하다. 부끄러움이 없다. 왜 정씨 왕조의 모든 좋은 부탁은 홍명보에게만 몰리는 것인가. 이것이 특혜다. 그리고 자신이 자격이 안 되면 거절하는 건 상식이다. 그것이 공정이다. 무자격으로 그 자리를 차지하는 건 욕심이다. 욕심을 부려 놓고, 규칙을 깨 놓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 지금도 똑같다. 공정과 상식을 깨뜨리며 감독직을 꿰차 놓고 당당하고, 부끄러움이 없다.

정씨 왕조와 홍위병은 똑같은 길을 걷고 있다. 환상의 궁합이다. 특혜를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이 서로를 위해 할 일을 하는 것이다. 모두가 아니라고 해도, 그들에게는 맞다.

정몽규 회장/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과 홍명보. 처음에는 사퇴하라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들은 과거 진부한 전략을 또 들고 나왔다. 시간을 끄는 것. 시간이 지나면 여론이 잠잠해질 거라는 것. A대표팀 경기 결과가 좋으면 자신들을 응원할 거라는 것. 본인들은 절대 사퇴할 생각이 없다는 것.

시대가 지났다. 그런 전술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이는 국민과 축구 팬들을 무시하고 우롱하는 것이다. 시간을 끌수록 그들은 더욱 깊은 구덩이에 빠질 것이다. 지금은 분위기가 바뀌었다. 정몽규 회장과 홍명보의 사퇴가 아니다. ‘몰아내자’는 분위기다.

그토록 어렵다는 ‘여야 대통합’을 정몽규 회장과 홍명보가 해냈다. 싸우기 바빴던 여당과 야당은 한목소리로 두 사람을 질타했고, 몰아내는데 힘을 합치고 있다. 국회와 정부도 발을 맞추고 있다. 문체부는 감사를 진행했고, 곧 감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국회는 현안 질의에 끝내지 않고, 국정감사도 진행한다. 여기에 국민도 마음을 맞추고 있다. 정몽규 회장과 홍명보가 진정 ‘국민 대통합’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하나’가 됐다.

정씨 왕조 독재 31년. 권력의 홍위병 19년. 하나 된 대한민국은 이제 정말 이들과 이별할 때가 됐다. 역사는 말한다. 부패한 독재는 반드시 몰락한다고. 지금이 그 시기다. 지금 이 기회를 놓치면 정씨 왕조 독재 35년, 권력의 홍위병 23년을 참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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