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사람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나 싶다. 전반기와 후반기가 화장실에서 볼일 보고 나온 사람처럼 완전히 다르다.
블레이크 스넬(32,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은 23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카우프먼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2피안타 9탈삼진 1볼넷 무실점으로 시즌 5승(3패)을 따냈다.
스넬은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에서 뛴 2023시즌 32경기서 14승9패 평균자책점 2.25로 사이영상을 거머 쥐었다. 탬파베이 레이스 시절이던 2018년(21승5패 평균자책점 1.89)에 이어 5년만의 영예였다. 양 리그 사이영상을 석권하고 FA 시장에 나왔지만, 샌프란시스코와 2년 6200만달러(약 828억원) 계약에 만족해야 했다.
계약 자체를 시즌에 임박해 체결하면서, 시즌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가 흘러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전반기에 내전근, 사타구니 부상으로 두 차례나 부상자명단에 들어가 재활하면서 전반기를 망쳤다. 전반기 8경기서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6.31에 그치면서 근래 최악의 먹튀 후보에 올랐다.
그러나 후반기에 놀랍게도 12경기서 5승 평균자책점 1.45다. 단 1패도 당하지 않았다. 피안타율이 전반기 0.243서 후반기 0.133으로, WHIP가 전반기 1.43서 후반기 0.85로 뚝 떨어졌다. 8월3일 신시내티 레즈를 상대로 9이닝 11탈삼진 3볼넷 무실점으로 노히트게임을 하면서 완전히 상승세를 탔다.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고 거둔 첫 승이었다.
보통 노히트를 한 투수는 다음 경기서 흔들리는 경우가 많지만, 스넬은 예외였다. 꾸준히 좋은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시즌 마지막까지 달려왔다. 작년만 해도 점수는 적게 줬지만 유독 볼넷 등 공짜 출루를 많이 허용해 곡예 피칭을 한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올해는 그렇지도 않다.
특히 9월의 경우 4경기서 18이닝만 소화했지만, 탈삼진을 무려 31개나 잡아냈다. 좋은 구위, 좋은 탈삼진 능력, 적은 볼넷과 피안타, 6~7이닝을 꾸준히 소화할 수 있는 능력까지. 마지막 관건은 건강이다. 적은 나이가 아니고, 건강 이슈가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관리가 필요하다,
스넬은 올 시즌이 끝나면 옵트아웃을 할 권리가 있다. 다시 FA 시장에 나가서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다. 후반기 행보만 보면 지난 봄의 아쉬움을 털어내고 ‘진짜’ FA 대박을 맞이할 듯하다. 공교롭게도 김하성과 이정후를 잇따라 동료로 삼고 뛰었지만, 결별의 가능성이 생겼다. 샌프란시스코도 스넬이 필요하지만, 시장에서 스넬의 가치가 오르면 잔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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