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탁구의 레전드 ‘깎신’ 주세혁 감독이 여자탁구 명문 대한항공의 지휘봉을 잡았다. 대한항공은 주 감독과 이달 초 계약을 체결하였으며 그는 지난주부터 인천 서구 대한항공 탁구단 훈련장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올 초 강희찬 감독이 물러난 이후 젊고 중량감 있는 지도자를 찾고 있었고 만 44세인 주 감독이 최적의 선택지로 떠올랐다.
주 감독은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남자 대표팀을 이끌 예정이며 대한항공과는 올 상반기부터 교감을 나누었다. 선임 작업은 파리 올림픽이 끝난 뒤 빠르게 진행되었다. 대한항공은 1973년 창단 이후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탁구단으로 2007년부터 2013년까지 국내 최고 권위의 종합선수권대회 여자 단체전에서 7연패를 기록하며 최강팀으로 군림해왔다. 그러나 2010년대 중반부터 다른 팀들이 약진하면서 대한항공의 ‘최강팀’ 이미지가 다소 희석된 상황이다.
현재 대한항공 소속에는 파리 올림픽에서 혼합복식 동메달과 여자 단체전 동메달을 수확한 한국 탁구의 스타 신유빈이 있다. 신유빈 외에도 이은혜와 지난해 종합선수권 여자 단식 우승자인 김하영 등 뛰어난 선수들이 대한항공에서 활약하고 있다. 주 감독은 이 선수들을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 게임과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등 주요 국제대회에서 메달권 성적을 기대할 수 있는 선수로 성장시키는 중책을 맡게 된다.
신유빈과 이은혜는 그간 주 감독과 대표팀에서 함께 훈련해 왔기 때문에 적응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주 감독은 삼성생명 소속이던 2018년 유남규 삼성생명 여자팀 감독(현재 한국거래소 감독)을 보좌하며 여자 선수들을 지도한 경험이 있다. 그는 삼성생명 남자팀 선수로 뛰던 2017년에도 여자 선수들을 가르치는 역할을 맡은 바 있다. 주 감독은 이러한 경험을 통해 삼성생명 여자팀의 2017년 종합선수권 단체전과 2018년 종별대회 단체전에서 우승하는 데 기여했다.
주 감독은 “대한항공이라는 명문팀에서 나를 선택해줘 감개무량하고 그만큼 책임을 느낀다”며 “대한항공을 더 강하고 더 인기 있는 구단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또한 “국제무대에서 성적을 낼 선수를 키운다는 구단 목표에 따라 신유빈을 비롯한 선수들이 더 성장하도록 돕겠다”고 다짐했다.
주세혁 감독은 현역 시절 역대 최강의 수비 전형 선수로 활동하며 ‘깎신’이라는 별명으로 널리 알려졌다. 2003년 파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는 남자 단식 은메달을 획득했으며 이는 한국 선수가 세계선수권 단식 결승에 오른 최초이자 마지막 사례로 남아 있다. 한편 파리 올림픽에서 여자 대표팀을 지휘한 오광헌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나 실업팀 단장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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