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159km.
제이콥 디그롬(36, 텍사스 레인저스)이 마침내 메이저리그에 복귀했다. 14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T-모바일파크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3⅔이닝 4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했다. 투구수는 61개. 스트라이크는 41개.
디그롬은 2022-2023 FA 시장에서 텍사스와 5년 1억8500만달러(약 2464억원) 계약을 체결했다. 이미 뉴욕 메츠 시절 막바지부터 유리몸 기질이 다분했다. 아니나 다를까 텍사스에서 보낸 첫 시즌이던 2023년에 6경기서 2승 평균자책점 2.67을 찍고 사라졌다.
팔꿈치 통증으로 자리를 비우더니 결국 토미 존 수술을 확정했다. 텍사스로선 장기계약을 안긴 투수가 6경기만 뛰고 시즌을 접으니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디그롬의 부상을 계기로 한국계 미국인 대인 더닝이 선발진 한 자리를 꿰찼지만, 텍사스로선 손해가 막심했다. 그래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웃을 수 있었지만, 디그롬과의 계약 첫 시즌은 명백한 실패였다.
그런 디그롬의 마지막 실전은 2023년 4월29일 뉴욕 양키스전이었다. 1년5개월이 흘러 복귀전을 가졌다. 그 사이 텍사스는 작년과 달리 폭망한 시즌을 보냈다. 일찌감치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돼 2025시즌 준비 모드에 들어갔다. 디그롬이 전혀 힘을 보태지 못한 대가가 분명히 있었다.
토미 존 수술의 재활과 복귀가 통상적으로 1년 2개월에서 1년 5개월은 걸리니, 디그롬이 현 시점에서 복귀하는 건 이해할 수 있다. 결국 텍사스로선 5년 계약의 첫 2년을 수술 한번으로 날린 셈이다. 그래도 디그롬은 내년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올해 건재를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 마이너리그에서 재활 등판을 착실히 소화했다.
98.7마일(약 159km) 포심패스트볼을 두 개 던지면서, 건재를 과시했다. 96~97마일 포심과 90마일대 초반의 슬라이더를 섞었다. 빠른 공 위주의 투구로 전성기에 근접한 모습을 보여줬다. 3회에는 기습적으로 80.2마일 커브를 섞기도 했다. 4회 2사 1,3루 위기서 호세 폴랑코에게 슬라이더로 중견수 뜬공을 유도한 뒤 교체됐다.
텍사스로선 건강한 디그롬의 복귀가 반갑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탈락이 사실상 확정된 이후의 복귀라는 점에서, 뒷북의 향기를 진하게 느끼는 건 어쩔 수 없다. 역사에 가정은 필요 없지만, 텍사스로선 1억8500만달러를 지불한 투수가 2년간 단 7경기에 등판할 것이라고 예상이나 했을까.
문제는 내년부터다. 디그롬은 또 한살을 먹고 37세 시즌을 맞이한다. 39세 시즌까지 연봉을 지급해야 한다. 30대 초반부터 끊임없이 아팠던 디그롬이 내년부터 3년간 건강하게 마운드에 오른다는 보장이 있을까. 텍사스로선 살얼음을 걸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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