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기준을 모르겠어요.”
KIA 타이거즈 수비왕 박찬호(29)가 지난 1~2년 전부터 타격에 눈을 뜬 건 확실하다. 작년엔 생애 처음으로 규정타석 3할을 때렸고, 올해 타격성적은 작년보다 더 좋다. 124경기서 477타수 146안타 타율 0.306 4홈런 57타점 80득점 16도루 장타율 0.384 출루율 0.363 OPS 0.747 득점권타율 0.361.
KBO리그 유격수들 중 가장 공수밸런스가 좋다. 현 시점에선 골든글러브 1순위다. 후반기에 김주원(NC 다이노스)이 맹추격하지만, 박찬호에겐 팀 성적에 대한 프리미엄도 붙을 전망이다. 실제 KIA의 1위에 대한 기여도가 높다.
지난 12일 광주 롯데 자이언츠전 직후 박찬호에게 약간의 혼란함이 감지됐다. 자신이 지금처럼 야구를 해도 타격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지, 어떤 컨셉과 방향성을 지향해야 하는지. 당시 4안타를 쳤지만, 박찬호는 타격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현대야구는 확실히 OPS를 중시한다. 좀 더 현실적이고 정교한 2차 스탯이 많지만, 일단 타자가 OPS가 좋으면 팀과 개인에 두루 도움이 된다는 믿음이 있다. 대체적으로 0.8 이상이면 강타자로 분류된다. 단, OPS는 결국 장타력이 좋은 타자에게 유리한 건 사실이다. 홍창기(LG 트윈스)처럼 출루에 압도적인 역량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더더욱 그렇다.
박찬호는 “난 리그 평균(0.747이니)이 안 된다. 기준을 모르겠다. 난 OPS가 높게 나올 수 없는 유형의 타자다. OPS는 장타자들에게 유리하다. 출루율도 그렇게 나쁜 건 아닌데…”라고 했다. 그러면서 개인최다 146안타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앞으로 꾸준히 150안타 이상 쳐야죠”라고 했다.
박찬호가 3할2~3푼 이상, 매우 정교한 타격을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홈런을 15~20개씩 칠 수 있는 타자도 아니다. 때문에 OPS에서 불리할 순 있다. 그러나 박찬호에겐 기동력과 꾸준함이란 무기가 있다. 자신의 말대로 꾸준히 150안타 이상 치는 유격수는 아주 매력적이다.
박찬호는 “(타격을)그냥 흘러가는 데로 하고 싶은데, 성적을 보면 (3할) 욕심이 나기도 하고. 항상 오락가락한다. 일단 팀이 이기는 게 중요하니까. 또 이기려면 내가 잘 하는 것으로 도움을 줘야 하고”라고 했다.
결국 꾸준함이라는 걸 본인도 안다. 박찬호는 “진짜 꾸준히 나가야 한다. 누적으로 이겨내야 한다. 안타 많이 쌓고, 타점 많이 쌓고, 득점 많이 쌓고 그래야지, 비율로는 이길 수 없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비와 기동력, 건강 등을 어필하는 게 중요하다. 지금처럼 꾸준히 하면 리그 최고 공수겸장 유격수로 인정 받는다.
알고 보면 큰 부상 없이 꾸준히 출전하는 것도 박찬호의 큰 장점이다. 박찬호는 “그냥 집사람 챙겨주는대로 먹고 그런 것밖에 없다. 체력이 좋다기보다 잘 버틴다. 고비가 올 때마다 무너지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쓰러지지 않는 이상, 결국 멘탈이다. 그 부분은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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