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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규 대한배드민턴회장의) 횡령·배임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 조사 중간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문체부는 배드민턴협회를 상대로 크게 ▲제도 개선 ▲국가대표 관리 ▲보조사업 수행상황 ▲협회 운영실태 등 네 가지 측면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다.
제도 개선 측면에서 문체부가 주목해 살펴본 것은 협회 후원 계약 방식의 적절성이다. 문체부 조사 결과 협회는 유니폼뿐만 아니라 경기력과 직결되는 라켓, 신발까지 후원사의 용품만을 일괄적으로 사용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하지만 문체부는 “국내 올림픽, 아시안게임 44개 종목 중 이렇게까지 예외 없이 의무화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협회가 부당한 강요를 하고 있다고 봤다. 이어 문체부는 “조사 과정에서 인터뷰한 국가대표 선수단 대부분은 라켓, 신발 등 경기력에 민감한 영향을 미치는 용품은 본인이 원하는 용품 사용을 희망하고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한 개선 의지를 전했다.
또한 문체부는 후원사 후원금의 국가대표 선수단 배분도 제도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봤다. 문체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과거 협회는 후원금의 20%인 약 72만 불을 국가대표 선수단에게 배분했다. 협회가 2021년 6월 이 배분군 조항을 삭제하며 이후 후원금이 선수들에게 배분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당사자인 국가대표 선수단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문체부는 대다수의 선수들은 최근 문체부의 의견 청취 과정에서 이를 알게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문체부는 배드민턴 비(非) 국가대표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을 제한하는 대한배드민턴협회 규정의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파리 올림픽 당시 안세영은 “대표팀에서 나간다고 해서 올림픽을 못 뛰는 것은 선수에게 야박하지 않나 싶다”며 해당 규정이 부당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문체부는 “국내 올림픽·아시안게임 종목(44개) 중 배드민턴처럼 비국가대표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을 제한하는 경우는 없다. 국가대표 선수단 대다수는 국제대회 출전 제한의 폐지 또는 완화를 희망했다”고 전했다.
또한 문체부는 국가대표 운영 지침에서 ‘선수는 지도자의 지시에 복종해야 한다’는 취지의 항목을 폐지할 것을 권고했다. 문체부는 “선수 임무로 ‘촌내외 생활과 훈련 중 지도자의 지시와 명령에 복종’을, 선수 결격 사유로는 ‘협회의 정당한 지시에 불응하는 자’로 규정하고 위반 시 제재한다”면서 “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 후 체육계에서 공식 폐지됐음에도 잔존하는 규정이다. 즉각 폐지를 권고한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김 회장의 후원 물품 배임·유용 의혹에 대해선 횡령·배임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봤다. 문체부는 “2023년 회장과 공모사업추진위원장 주도로 물품을 구입하면서 협회 직원들 몰래 후원 물품 지급 계약을 구두로 체결해 셔틀콕, 라켓 등 1억 5000만 원 규모의 물품을 수령했다”면서 “올해는 회장과 협회 사무처가 주도해 후원사로부터 약 1억4천만원의 후원 물품을 받기로 서면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협회가 이렇게 받은 후원 물품을 공식 절차 없이 배부했다며 “지난해에는 공모사업추진위원장이 지역별 물량을 임의로 배정했고 위원장 소속인 태안군배드민턴협회로 4000만 원 상당의 용품이 배분됐다”고 지적했다.
문체부는 “횡령·배임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이미 회장에 대한 고발 사건이 수사기관에 접수된 만큼 추가적인 조사를 마치는 대로 수사 참고 자료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따낸 후 안세영(22·삼성생명)이 쏟아낸 ‘작심 발언’ 이후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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