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심혜진 기자] 8월 한 달간 한화 불펜을 이끌었던 박상원이 9월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박상원은 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경기서 구원 등판해 1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팀이 5-1로 앞선 7회 마운드에 오른 박상원은 첫 타자 강승호를 공 2개로 3루 땅볼 처리했다. 허경민에게 중전 안타를 맞긴 했지만 전민재를 유격수 병살타로 처리하며 깔끔하게 이닝을 끝냈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4.83으로 내려갔다.
올 시즌만 놓고 보면 완전히 전반기와 후반기가 다르다. 다른 사람 같을 정도다.
박상원은 전반기까지 31경기에서 26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3패 4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8.65에 그쳤는데, 후반기에서는 23경기 27이닝 2승 7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1.29로 대반전을 이뤘다.
특히 8월은 그야말로 완벽했던 한 달이었다. 14경기에 나와 15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단 1실점도 하지 않았다. ‘미스터 제로’였다. 8월 10이닝 이상 던진 투수들 가운데 평균자책점이 0인 투수는 박상원이 유일하다. 이러한 활약에 힘입어 박상원은 8월 MVP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확실히 불펜에서 믿고 맡길 수 있는 투수가 됐다.
시즌 전만 해도 박상원의 보직은 마무리였다. 지난해 55경기 5승 3패 16세이브 평균자책점 3.65을 마크하며 마무리로서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기 때문에 올해도 클로저 역할은 박상원이 맡을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불안함을 노출하며 개막 5경기 만에 보직을 내려놨다. 두 차례 2군에 다녀오기도 했지만 컨디션은 올라오지 않았다. 멘탈적인 영향도 있어 보였다.
지난 6월 5일 수원 KT 위즈젠엇 12-2로 앞선 8회 마운드에 올라 아웃카운트를 잡을 때마다 격한 세리머니를 펼쳐 논란이 된 적도 있다. 다시 자신감을 찾았다는 만족감에서 나온 표현이었으나 KT 선수단을 자극했고, 경기 후 벤치 클리어링으로 번졌다.
7월 13일 대전 LG전에서는 선발 김기중이 1이닝 만에 조기 강판당하자 2회 2사에서 등판해 3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프로에서 가장 긴 이닝을 소화하면서 자신감을 되찾아가는 모습이었다.
이렇게 다사다난한 전반기를 보낸 박상원은 후반기부터 제 모습을 찾아나가기 시작했다. 박상원을 짓누르는 무언가에서 해방된 모습이었다. 자신있게 공을 뿌렸다.
당연히 사령탑 눈에도 보였을 터. 김경문 감독은 “우리가 선발 투수가 무너졌을 때 일찍 등판해 팀이 다시 한번 싸울 수 있는 힘을 주는 그런 역할부터 시작해서 지금 6, 7회, 한 점차 승부 또는 마무리가 많이 던졌을 때까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투수다. 듬직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후반기 반등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묻는 질문에 박상원은 세리머니 논란이 있었던 KT전부터 이야기를 했다.
그는 “KT전이 크지 않았나 싶다. 멀티 이닝을 던지면서 이겨낸 뒤로 자신감이 붙었다. 당시 투구 밸런스가 이상하긴 했는데 결과가 좋다 보니 그런 부분들이 계기가 되어 잘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전반기에 못했던 것은 누구 핑계 대고 싶지 않다. 그냥 내가 잘 못한 것이다”고 짧게 답했다.
김경문 감독과 양상문 투수코치의 합류도 박상원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완전히 내 인생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감사하고 존경할 수 밖에 없는 분들인 것 같다. 이분들이 아니었다면 아직도 흔들리고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감독님과 코치님 덕분에 반등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고, 이제 남은 경기, 중요한 경기에서 임무를 맡기셨을 때 그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무엇보다 한화 투수진 사이에서는 양상문 코치의 손편지 감동이 여전한 듯 했다. 문동주, 박상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투수들마다 내용은 달랐지만 자신감을 심어주는 내용은 공통점인 듯 했다.
박상원은 “원정 경기였는데, 매니저님이 방으로 와서 직접 나눠주셨다. 방에서 저녁을 먹고 내일 경기 영상을 보면서 쉬고 있는데, 양상문 코치님께서 편지를 써 주셨다길래 처음에는 깜짝 놀라서 읽어봤다. 편지를 읽어보니 코치님이 내 마음도 이해해주고 계셨고, 힘들 때 언제든 SOS를 하면 기다리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읽고 나서) ‘다시 한 번 정신 차려서 해보자’고 마음을 다잡았던 계기가 됐다”면서 “편지를 쓴다는 게 쉬운 게 아니지 않나. 처음 보는 선수들한테도. 코치님은 밖에서 선수들을 보셨을 텐데 정확히 나의 마음까지도 알고 계셨던 것에 조금 놀랐고, 코치님께서 잘 할 수 있을거라는 믿음도 주셨다”고 이야기했다.
양 코치의 손편지는 큰 울림이 됐던 듯 했다. 박상원은 “며칠 동안 계속 읽어 봤던 것 같다.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왜 이런 말씀을 하셨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코치님의 마음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야구장에서 대화하면서 많이 물어봤던 것 같다. 대화를 하면 할수록 야구를 더 배운다는 느낌도 들었다. 내 생각이 맞았다고 생각했던 부분들도 수정하게 됐고, 정말 감사하다”고 거듭 고마움을 전했다.
박상원은 휘문고-연세대를 졸업하고 2017년 한화에 입단해 2018년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그리고 올해 다시 한 번 가을야구 무대를 밟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한화는 58승2무63패로 6위다. 5위 KT와는 2경기차. 아직 5강행 희망은 있다.
박상원은 “투수 쪽에서는 가을야구 경험이 나밖에 없을 것이다”면서 “그때는 내가 신인급이라 솔직히 그때는 ‘와’ 하다가 그냥 시즌이 끝났다. 어떻게 했는지 모를 정도였다. 눈 감고 일어난 것 같았다. 그때는 또 형들이 정말 잘해줬다. 송은범 선배, (이)태양이 형, (정)우람이 형, 야수 쪽에서는 제러드 호잉, (이)성열 선배, (이)용규 선배, (김)태균 선배, (송)광민 선배 등이 다 잘해 주셨다. 역전승도 많았다. 지금은 어떻게 보면 이기고 있으면 버텨서 이기는 경우가 많다면 그때는 그렇지 않았다. 중간 투수들이 벌떼 야구를 해서 형들이 고생해서 뒤집은 경기가 많았던 것 같다. 지금과는 다른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이어 “더 잘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올해는 다 같이 처음에 잘하다가 다 같이 조금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가고 있다. 형들 말이 맞는 것 같다. 다 같이 지금 공 하나, 경기를 나가든 안 나가든 다 진심으로 응원해 주고, 벤치에서 소리 질러주고 잘했으면 하는 마음들, 그 마음들이 하나로 뭉쳐서 더 잘 되고 있는 것 같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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