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은퇴할 때까지 고민이다.”
KIA 타이거즈 수비왕 박찬호(29)와 지난달 24일 창원 NC 다이노스전 직후 인터뷰를 했다. 2안타에 호수비까지 공수에서 펄펄 날고도 아무도 웃지 못했던 그날이다. 인터뷰의 절반 이상이 제임스 네일에 대한 걱정이었다.
그래도 그날 박찬호는 타격에 대한 얘기를 꺼내자 ‘불만족 인터뷰’에 시동을 걸었다. 질문이 끝나자마자 “아니오. 전혀…”라면서 “진짜 생각처럼 안 된다. 진짜 만족이 될만한 성적이 안 나온다. 출루든 뭐든. 그냥 모든 부분에서 모르겠다. 원하던, 생각하던 만큼의 퍼포먼스가 안 나온다. 타격은 은퇴할 때까지 영원한 고민일 것 같다”라고 했다.
박찬호는 오랫동안 수비형 유격수로 살았다. 그러나 2년 전부터 타격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이젠 공수겸장 유격수라고 해도 될 정도다. 작년엔 생애 첫 규정타석 3할 타율(0.301)을 찍었고, 올해도 8월까지 116경기서 타율 0.304에 3홈런 54타점 73득점 OPS 0.734다. 작년을 넘어 다시 한번 커리어하이로 갈 기세다.
특히 지난달 3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서 리드오프로 등장해 스리런포 포함 3안타 5타점으로 인생경기를 했다. 1위 수성을 위해 굉장히 중요한 경기서 펄펄 날았다. 이날만 우연치 않게 ‘바빕신의 가호’를 받은 게 아니다. 2안타를 치고도 죽상(?)으로 일관하던 24일 경기를 포함해, 최근 10경기서 타율 0.395 1홈런 12타점 9득점으로 상당히 좋은 페이스다.
박찬호는 여전히 타격 페이스의 등락 폭이 큰 선수다. 기복이 있는 편이다. 감이 좋은데 애버리지가 팍팍 오르지 못한다는 평가도 있었다. 본인이 말한 출루율도 작년보다 2리 높은 0.358. 리드오프로 가장 많이 나가지만, 볼삼비가 확연히 좋은 스타일은 아니다. 그래서 최근 10경기 6볼넷 1삼진이 눈에 띈다. 심지어 최근 9경기 연속 단 한 차례도 삼진을 당하지 않았다. 알고 보면 데뷔 후 삼진이 가장 적은 페이스다.
이런 좋은 경험을 통해 타격이 한 단계 진화한다. 이범호 감독은 뚝심있는 지도자다. 개막 전부터 박찬호는 주전 리드오프로 찍었다. 실제로는 박찬호와 상성이 안 맞거나, 컨디션이 안 좋을 때 9번 타순으로 내리면서 틈 날때마다 1번으로 내세운다. 1번 타자로 타율 0.289 3홈런 33타점 28삼진 21사사구.
소크라테스 브리토를 리드오프로 써서 재미를 본 기간이 있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결국 외국인타자로서 클러치능력을 더 발휘해줘야 하는 임무가 있다. 2번이나 5~6번이 적당하다. 이범호 감독은 최원준도 리드오프로 적합한 스타일이 아니라고 본다. 어쨌든 KIA 타선은 박찬호=리드오프 공식을 이어가야 최상의 생산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는다. 현 시점에서 박찬호는 대체불가능한 공수겸장 유격수다.
아울러 유격수 수비이닝 2위(971⅓이닝)다. 18실책으로 최다실책 3위지만, 올 시즌 리그에서 박찬호 이상의 안정감, 공수밸런스를 가진 유격수를 찾기 어렵다. 박성한(SSG 랜더스)이 좋은 시즌을 보내지만, 박찬호보다 타격 볼륨이 좋다고 보긴 어렵다.
타격을 향한 박찬호의 끝없는 불만족은 긍정적이다. 그 불만족이 발전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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