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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축구 엿보기] ① 메소포타미아 사자들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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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 5일 대한민국 대 팔레스타인의 경기를 시작으로 2026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의 막이 오른다. 우리나라는 팔레스타인, 오만, 요르단, 이라크, 쿠웨이트와 한 조로 묶였다. 중동 팀 사이로 홀로 진격한 모양새다. 이에 중동 축구의 특징을 살피고 중동 각 나라와 한국축구의 인연을 추억하는 칼럼을 연재한다. 첫 대상국은 이라크로 3회에 걸쳐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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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조별리그 F조 5차전 이라크와 인도네시아의 경기/ 연합뉴스

이라크 축구 국가대표팀은 ‘메소포타미아의 사자들’로 불린다. 메소포타미아라면 서아시아의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사이의 중심 지역이다. 세계 최초의 문명인 수메르 문명, 세계 최초의 문자, 도시국가를 만든 사람들이 이라크인의 조상이다. 아시리아, 바빌로니아 등 수많은 왕조들이 흥망성쇠를 거듭한 인류문화의 보고다. 저 유명한 ‘비옥한 초승달 지대’가 바로 여기다.

하나만 더 짚고 넘어가면 동화 ‘신드바드의 모험’의 배경이 바로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다. 바그다드는 고대 세계 최고의 메트로폴리스였다. 수많은 민족과 사람들이 오가는 국제도시이자 문명의 교차로였다. 그래서 신드바드도 주저하지 않고 세계를 향해 길을 나선 것이다. 바그다드에선 그것이 일상이었다.

근현대사에선 대한민국과 직접적 연결점도 있다. 2003년 4월 30일에 서희부대와 제마부대, 2004년 2월 23일 8000명의 병력으로 구성된 사단급 자이툰부대, 수송지원을 담당하기 위해 C-130 수송기 4대로 구성된 공군소속 다이만부대가 유엔 평화유지군 깃발을 달고 파병되었던 곳도 이라크다.

이라크 축구는 이란, 사우디아라비아와 더불어 중동의 3강이다. 이란-이라크 전쟁과 걸프 전쟁으로 인한 인력 유출 및 경제 제재, 후세인 시절 정치 권력의 협회 간섭 등으로 잠재력만큼의 실력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은 꾸준히 내고 있다.

월드컵 출전은 단 한 차례.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이다. 이라크 축구 사상 가장 빛나는 순간이다. 당시 24장의 출전권 중 아시아/오세아니아에 배당된 티켓은 단 두 장. 27개국이 참가했으니 13.5대 1의 경쟁률이었다.

이번 2026년 대회는 예선 참가 46개국에 출전권은 8.5장. 1986년 당시, 아시아축구연맹(AFC)은 동아시아, 서아시아를 갈라 별도의 지역 예선을 치르고 각각 한 장의 출전권을 배당했다. 이라크는 카타르, 요르단과의 1차 예선을 3승 1패로 통과했다. 상대적 불리함을 극복한 결과여서 더 값졌다.

이란-이라크 전쟁(1980-1988)으로 이라크 대표팀은 홈경기를 자국에서 치르지 못했다. AFC와 국제축구연맹(FIFA)이 선수단 안전 문제를 이유로 이라크의 홈경기 개최를 불허했기 때문이다. 요르단과의 홈 경기는 쿠웨이트에서 치렀고(2-0승), 카타르와의 홈 경기는 인도 캘커타까지 날아가서 싸워야 했다(2-1승). 3승 1패지만 편안한 경기는 단 한 경기도 없었다. 4경기 총합 7득점 6실점, 거의 매 경기가 치열한 공방전이었다. 1985년 5월 5일 카타르와의 최종전을 비기거나 졌다면 탈락하는 상황이었다.

2차 예선 상대는 사우디아라비아를 0-0, 1-0으로 잡고 올라온 UAE. 1985년 9월 20일 두바이에서 열린 경기를 난타전 끝에 3-2로 승리하고 일주일 뒤 홈경기를 가졌다. 메카에서 남동쪽으로 100km 정도 떨어진 사우디아라비아의 여름 수도 타이프가 결전장이었다. 이라크는 1-2로 졌지만 어웨이골 다득점 승 원칙에 따라 간발의 차이로 UAE를 제치고 최종 라운드에 오른다.

누가 나가든 사상 최초의 월드컵 본선행인 이라크와 시리아 간의 역사적인 대결. 11월 15일 다마스쿠스에서 열린 어웨이 경기를 이라크는 0-0으로 잘 버텼다. 공격을 거의 하지 않고 상대의 공세를 잘 견뎠다. 시리아는 90분 내내 이라크를 위협했지만, 결정적인 장면은 거의 만들지 못했다. 2주 후인 11월 29일에 열린 타이프에서의 홈 경기. 이라크는 3-1로 승리하며 꿈의 무대를 향해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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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조별리그 F조 5차전 이라크와 인도네시아의 경기/ 연합뉴스

1986년 6월 4일, 멕시코 톨루카 봄보네라 스타디움에서 맞이한 이라크의 월드컵 본선 데뷔전 상대는 파라과이. 1985년 남미 최우수선수이자 브라질 리그에서 대활약 중이던 줄리오 세자르 로메로가 건재한 강팀이었다.

로메로는 100미터를 10초 대에 주파하는 엄청난 스피드의 보유자로, 1979년 일본에서 열렸던 제2회 U-20 월드컵 때 한국에게 골도 넣고 3-0 승리를 이끌었던 바로 그 선수다. 로메로는 35분 골키퍼의 머리 위를 넘기는 지능적인 칩샷으로 득점했다. 1-0. 전반 종료 직전 코너킥에서 날아온 공을 암메드 아메쉬 라디가 헤드업으로 득점했지만, 모리셔스인 주심은 코너킥을 찬 직후 종료 휘슬을 불었다며 타임아웃을 선언하고 이라크의 득점을 인정하지 않았다.

1978년 월드컵 대 스웨덴 전 당시 브라질이 당했던 ‘피해’의 데자뷔였다. 전반 종료 휘슬만 아니었다면, 아무런 하자가 없는 명백한 골이었다. 이라크 선수단은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지금도 이라크 올드팬들이 두고두고 아쉬워하는 순간이다. 이 ‘득점’이 이 경기의 분수령이다. 후반들어 이라크는 집중력, 체력 등이 급 하락했고, 45분 내내 수세에 몰렸다. 파라과이는 자발라, 멘도사 등이 골대를 때리는 등 많은 찬스를 만들었지만 추가 득점을 올리지는 못했다. 1-0 파라과이의 승리.

이라크의 월드컵 두 번째 경기는 6월 8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벨기에와의 일전. 첫 경기를 멕시코에게 1-2로 내준 벨기에와 이라크는 지면 탈락이라는 절대절명이 상황에서 서로 만났다. 전반 15분 이탈리아 부모를 두었지만 벨기에 태생이라 벨기에 대표팀을 선택한 엔조 시포가 득점자였다. 5분 후 페널티킥 득점으로 벨기에의 2-0 리드. 하지만 벨기에는 이라크의 격렬한 도전에 백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6장의 경고와 1장의 레드카드를 받으면서도 이라크는 물러서지 않았다. 벨기에 골키퍼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이라크는 더 많은 득점을 할 수 있었다. 58분 아메쉬 라디의 득점 후 이라크는 우세한 경기를 펼쳤지만, 동점골은 터뜨리지 못했다. 1-2 이라크 패.

6월 11일 멕시코시티의 아즈테카 스타디움으로 옮겨 치른 홈팀 멕시코와의 마지막 경기. 6개조 3위 팀 중 4팀이 16강에 갈 수 있는 시스템이었기에 이라크는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 경고 누적과 부상으로 이라크는 지난 두 경기에서 벤치를 지켰던 새 얼굴을 대거 기용했다. 전반은 멕시코가 시종 공세를 취했지만 0-0으로 종료. 좀처럼 골을 얻지 못하던 멕시코는 54분 프리킥을 얻었다. 수비벽을 넘었지만 골문을 벗어나 누구나 골킥을 예상할 즈음, 퀴란테가 달려들며 사각에서 머리에 공을 맞추었다. 이 경기 유일한 득점이었다. 3전 전패, 1득점 4실점이 이라크의 월드컵 첫 출전 성적표다.

아시아투데이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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