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파리(프랑스) 심혜진 기자] ‘강심장’ 고진영(29·솔레어)에게도 태극마크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국가대표라는 마음가짐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고진영은 7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르 골프 내셔널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골프 여자 개인전 1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3개, 더블보기 1개 1오버파 73타를 쳤다.
고진영은
고진영은 이날 11번홀까지 버디 없이 보기 2개와 더블 보기 한 개로 4오버파를 기록했다. 이후 반등했다. 11, 12번홀 연속 버디를 낚으며 분위기 반전을 이뤘다. 그리고 14번홀(파5)에서도 한 타를 더 줄여 기세를 올렸다. 16번홀(파3)에서 4번째 버디를 잡으며 잃었던 타수를 다 만회했다. 아쉽게 17번홀(파5)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 위에 올리지 못했고, 파 퍼팅을 놓치면서 다시 1타를 잃었다. 마지막 18번홀(파5) 파로 마무리하며 1라운드를 마쳤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고진영은 “초반보다는 후반이 좋아서 다행이다. 경기를 잘 마무리할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초반에 실수를 많이 하고 나서는 ‘내가 뭐하고 있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11번홀 버디를 시작으로 스코어를 많이 줄였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착잡한 심경이었다”고 솔직한 감정을 이야기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고진영은 장비를 바꿨다. 아이언은 무게를 가볍게 했고, 퍼터는 예전에 썼던 퍼터를 가져왔다.
고진영은 “아이언 샤프트를 바꿨다. 어느날 시합을 하닥 아버지가 갤러리를 하셨는데 아이언 드는 게 힘겨워 보인다고 하시더라. 다시 (무게를) 재보니 조금 무겁더라. 그때보다 나이가 들었고, 힘도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가벼운 걸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퍼터 변화도 있다. 고진영은 “퍼터도 바꿨는데, 톡톡히 할 일을 한 것 같다”고 웃은 뒤 “17살, 고등학교부터 프로 초반, 21살 때까지 쓰던 퍼터다. 국가대표 시절 퍼팅을 가장 잘할 때 쓰던 건데 눈에 딱 들어오더라. 다시 쳐보니 옛날 감이 나왔다. 그래서 들고 왔다”고 밝혔다.
일반 LPGA 투어보다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경기인만큼 책임감은 더 커졌다.
고진영은 “첫 홀을 앞두고 눈물을 참기가 너무 힘들었다. 많은 후원사 옷을 입고 경기할 때와 태극기가 달린 옷을 입고 하는 것은 다르다. 선수 소개할 때도 일반 대회에서는 몇 승을 했고, 여러 가지가 많은데, 여기서는 어느 나라 대표인 것만 소개하니깐 울었던 것 같다. 눈물 참기가 힘들었다”며 “LPGA 대회는 오롯이 나만 그 책임감을 안으면 되는데 국가대표로 나와서 하는 경기는 조금 더 잘해야 되겠다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고 느끼는 감정을 전했다.
사실 앞서 남자 골프 김주형의 오열 때문에 고진영의 눈물 이야기도 나왔다. 김주형은 대회를 마친 후 펑펑 울었다. 눈물의 의미는 나라를 대표하는 부담감이었다. 김주형과 친하게 지내는 고진영은 이미 한 차례 겪었던 바. 그는 “마지막 날 멀리서 보는데 (김)주형이가 우는 것 같았다. 그 마음이 뭔지 아니깐 달래주고 싶었다”면서 “그날 저녁 남자부 선수들과 식사를 같이 했다. 내 앞에서는 울지 않더라. 오히려 씩씩하게 밥을 잘 먹었다. 패기가 좋더라”라고 웃었다.
3년 전 열린 도쿄 올림픽에선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무관중으로 치러졌다. 이번 대회는 다르다. 많은 관중이 모여들었고, 선수가 소개될 때 국가를 부르는 등 흥겨운 분위기가 연출됐다.
고진영은 “너무 재미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갤러리가 많았다. 점점 더 많아질 거라 생각한다”고 활짝 웃었다.
첫 올림픽 무대였던 도쿄에서는 공동 9위를 기록했던 고진영은 이번 대회에서 메달 획득을 노린다. 고진영은 “골프는 1등도, 꼴등도 할 수 있는 스포츠”라면서 “좋은 흐름으로 끝났기 때문에 다시 현재에 맞춰 잘 경기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페어웨이를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린 또한 정교함을 요구하는 홀이 많기 때문에 영리하게 해야한다”고 남은 경기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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