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일주일 15안타? 나는 쳐본 적이 없다”
두산 베어스 양의지는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와 팀 간 시즌 12차전 ‘잠실 라이벌’ 맞대결에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1홈런) 3타점 1득점으로 활약했다.
이날 경기의 주인공이 될 때까지 단 한 방이면 충분했다. 양의지는 0-1로 뒤진 1회말 2사 3루의 득점권 찬스에서 LG 선발 디트릭 엔스의 2구째 149km 직구를 힘껏 잡아당겼다. 이 타구가 유격수 왼쪽 방면의 깊숙한 타구로 이어졌는데, LG 유격수 오지환의 그물망 수비에 걸려들며 유격수 땅볼로 경기를 출발했다.
하지만 두 번째 타석에서의 결과는 달랐다. 양의지는 3회말 2사 1, 3루 찬스에서 다시 한번 엔스와 격돌했고, 이번에는 2구째 139km 커터에 방망이를 내밀었다. 양의지가 친 타구는 방망이를 떠남과 동시에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을 정도로 잘 맞았고, 무려 174.6km 속도로 뻗어나간 타구는 133.9m를 비행한 뒤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스리런홈런으로 연결됐다.
이후 양의지는 5회말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고, 7회말에는 무사 1, 2루 찬스에서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두산을 승리로 이끌기에는 충분한 한 방이었다. 그 결과 두산은 LG를 4연패의 수렁으로 빠드림과 동시에 3위로 끌어내렸고, 두산은 ‘잠실라이벌’ LG와 주중 3연전의 위닝시리즈를 확보하게 됐다.
왼쪽 발등 부상 등으로 인해 지난달 28일 SSG 랜더스전 이후로 좀처럼 선발 라인업에 복귀하지 못했고, 전날(6일) 오랜만의 선발 출전에도 불구하고 무안타로 침묵했던 양의지는 그동안의 답답함을 털어낸 것에 활짝 웃었다.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양의지는 “오늘 구종을 노리고 타석에 들어서진 않았다. 그동안 계속 어려운 공을 치다 보니 결과가 좋지 않았다. 게다가 오랜만에 경기에 나가다 보니 타이밍도 안 잡히면서 조금 급했었다”고 말 문을 열었다.
이어 양의지는 “경기를 조금 빠지다 보면 조급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감을 잡는데 조금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하지만 오늘은 발라조빅이 힘낼 수 있게 홈런을 쳐줘서 그나마 다행”이라며 타구속도 174.6km, 비거리 133.9m의 홈런에 대한 질문에 “정말 오랜만에 너무 잘 맞아서, 나도 치고 깜짝 놀랐다. 장외 홈런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홈런만 되기를 바랐다”고 미소를 지었다. 특히 전날 무안타로 침묵한 뒤 이영수 코치의 조언 속에서 타격폼에 조정을 한 것도 좋은 결과를 낳는데 큰 힘이 됐다.
첫 번째 타석에서 오지환 방면으로 향했던 타구를 내야 안타로 연결시키지 못한 아쉬움은 없었을까. 양의지는 “오지환은 우리나라 최고 유격수가 아닌가. 인정했다”며 “(오)지환이와 대표팀에서 함께 뛰어보기도 했다. 수비에는 슬럼프가 없다. 오지환과 박해민에게만 공을 안 치면 되는데, 이번에는 지환이가 잘 잡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날 양의지는 홈런에 대한 기쁨보다 ‘진흥고’ 후배 김기연에 대한 칭찬을 쏟아냈다. 2016년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 전체 34순위로 LG의 선택을 받았던 김기연은 올 시즌에 앞서 두산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양의지가 부상으로 빠진 기간을 훌륭하게 메워주며 두산의 제2 포수로 거듭나는 중이다. 특히 지난달 30일 KIA 타이거즈와 맞대결부터 전날(6일)까지 김기연은 무려 17안타를 폭발시켰다. 해당 기간 타율은 무려 0.607를 기록했다.
이승엽 감독도 경기에 앞서 김기연에 대한 질문에 “(김)기연이가 지난주에 15안타를 쳤다. 5경기에서 15안타를 친 것은 경기당 3개다. 3연전에서 9개를 친 것도 믿을 수 없을 정도인데, 5경기에서 15안타는 어마어마하다. 이런 선수를 벤치에 두는 것이 아깝다. 어제(6일)도 좋은 장면에서 안타를 쳤고, 마지막 타석에서는 호수비에 걸렸지만, 좋은 타구였다. 지금은 컨디션이 좋기 때문에 라인업에 들어가는 것이 우리 팀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평소 김기연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직속 후배’를 끔찍하게 챙기던 양의지는 이날도 “후배가 너무 잘해서 좋다. 같이 잘하고, 팀도 잘나가면 팀에게도 (김)기연에게도 좋지 않나”라며 ‘조언도 해줄 것 같다’는 말에 “너무 잘하고 있다. 나는 야구를 하면서 일주일에 15안타를 친 적이 없다. 솔직히 너무 부러웠다. 우리 학교(진흥고) 후배들이 너무 착해서 항상 인사를 하러 온다. 기연이도 LG 시절부터 알았기 때문에 방망이도 챙겨주고 했는데, 우리 팀으로 오게 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진흥고 출신에 포수라는 포지션까지 겹치는 만큼 김기연을 향한 양의지의 후배 사랑은 진심이다. 그는 ‘같은 포지션이라 더 끈끈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맞다. 그래서 회식도 많이 한다”며 “정말 기특하다. 지금 충분히 너무 잘해주고 있다. 이제는 이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올라왔다. 이제 조금 더 잘해서 우리나라는 대표하는 포수가 진흥고에서 나왔으면 좋겠다”고 극찬을 쏟아냈다.
부상 복귀 이틀 만에 홈런포를 쏘아올린 기쁨보다 후배 김기연의 불방망이를 더 기쁘게 생각하는 양의지의 후배 사랑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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