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꼴찌가 꼴찌답지 않다. 승률이 무려 0.441이다. KBO리그 23년만의 진기록이 동료들에 의해 엎어질 판이다.
키움 왼손 에이스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28)는 지난 3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서 6이닝 7피안타(1피홈런) 6탈삼진 2사사구 1실점하며 시즌 11승(7패)을 따냈다. 카일 하트(NC 다이노스), 곽빈(두산), 원태인(삼성 라이온즈)을 제치고 다승 부문 단독선두에 올랐다.
헤이수스는 10승도 리그에서 맨 먼저 달성했다. 2001년 손민한(당시 롯데 자이언츠, 15승) 이후 23년만에 ‘꼴찌팀 다승왕’에 도전한다. 성적이 가장 처지는 팀은 당연히 승수가 가장 적다. 선발투수들의 승수가 적은 건 너무나도 자연스럽다.
그럼에도 헤이수스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우선 키움이 꼴찌치고 전력이 나쁘지 않다. 45승57패, 승률 0.441이다. 로니 도슨이 사실상 시즌아웃이 유력하지만, 이주형~김혜성~송성문~최주환으로 이어지는 상위타선은 무게감이 있다. 마무리 조상우까지 돌아오면 뒷문이 강하지는 않아도 최악의 상황서 벗어날 수 있다.
결정적으로 헤이수스 자체에 경쟁력이 있다. 팀 성적이 시즌 내내 안 좋은데 시즌 내내 각종 개인 순위 상위권이다. 평균자책점 3.28로 3위, 최다이닝 126⅓이닝으로 7위, 탈삼진 127개로 2위, 피안타율 0.247로 7위, WHIP 1.20으로 7위다.
디셉션 좋은 좌완이 150km에 육박하는 패스트볼을 뿌린다. 결정적으로 KBO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패스트볼 분당회전수가 3064.9회로 리그 1위, 변화구를 더한 모든 구종의 분당회전수도 2385.3회로 리그 1위다.
피출루가 적은 편은 아니다. 실투가 적은 편은 아니고, 커맨드가 매우 정교한 스타일이 아니다. 그러나 폼 자체의 이점과 강력한 구위, 빼어난 탈삼진 능력으로 타자들을 압도한다. 타 구단들이 키움을 무시하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가 헤이수스의 존재감이다. 실제 성사되지 않았으나 상위권 팀들의 트레이드 후보에 올랐던 이유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건 헤이수스와 키움이 같이 승수를 쌓을수록 역설적으로 ‘꼴찌팀 다승왕’ 배출 가능성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키음은 최하위치고 승률이 아주 높다. 결정적으로 탈꼴찌 가능성이 있다. 8위 한화 이글스(45승54패2무, 승률 0.455), 9위 롯데 자이언츠(43승54패3무, 승률 0.443)에 각각 1.5경기, 0.5경기 뒤졌다.
당장 키움이 6일 고척 SSG 랜더스전을 이기고 9위 롯데가 부산 NC 다이노스전서 지면 꼴찌가 키움에서 롯데로 바뀐다. 키움은 한화까지 제치고 8위까지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사실 5위 SSG와도 5.5경기 차라서 5강 진입을 포기해야 할 시점도 아니다. 이번 SSG와의 홈 3연전에 따라 8월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헤이수스가 다승왕을 못 차지할 수도 있다. 하트, 원태인, 곽빈으로 이어지는 10승 그룹의 경쟁력도 만만치 않다. 9승 투수도 무려 6명(LG 트윈스 디트릭 엔스, KT 위즈 엄상백, KIA 타이거즈 제임스 네일, 삼성 라이온즈 대니 레예스, 삼성 라이온즈 코너 시볼드, 키움 히어로즈 아리엘 후라도)이나 있다. 이 투수들도 다승왕을 차지할 자격이 충분하다.
그러나 헤이수스가 다승왕을 차지해도 키움이 점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흥미롭다. 타이틀(꼴찌팀 다승왕) 자체는 희귀하지만, 사실 해당 팀으로선 씁쓸한 일이다. 키움도 헤이수스도 굳이 원하지 않을 듯하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