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어설프게 죽지 말자.”
KIA 타이거즈 왼손 외야수 박정우(26)는 자신을 1군 레귤러 멤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틀린 말은 아니다. KBO에 따르면 5일 기준 올 시즌 1군 등록 일수(54일)가 1군 말소 일수(82일)보다 적다. 그래서인지 지난 4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을 앞두고 만난 그는 “내가 1군 선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러나 박정우의 잠재력과 가능성, 역할, 팀 사정과 환경 등을 종합하면 이젠 1군 외야 붙박이 백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자신이 가장 리스펙트 하는 김호령(32)과 갑자기 배턴터치를 할 수는 있다. 그렇다고 해도 박정우의 실링은 변하지 않는다. 제대로 기회만 주면 공수주를 갖춘 주전 외야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박정우는 기본적으로 수비에 집중한다. 퓨처스리그 도루왕 출신이지만 1군 대주자로 나가도 무리하게 도루를 시도하지 않고 철저히 팀의 상황에 맞춰서 움직인다. 수비와 주루부터 착실하게 하려고 한다. 백업의 이상적인 자세다.
그래서 1군 한 타석이 너무나도 소중하다. 박정우는 “많이 나가봤자 한~두 번이다. 그 한 번이 너무 소중하다. 출루를 하는 걸 가장 좋아한다. 어설프게 죽지 말자고만 생각한다. 1군은 언제든 못하면 (2군으로)내려갈 수 있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한 타석을 어떻게 소중하게 보내고 싶을까. 박정우는 “보여줄 게 많다. 번트안타도 쳐보고 싶고 안타도 많이 치고 싶다. 진짜 끈질기게 하는 타자가 되고 싶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정우는 “항상 사직에서의 실수를 생각한다. 대주자로 나가도 그런 실수를 하지 말자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사직 실수’는 5월22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 2-4로 뒤진 9회초 1사 만루에서의 결정적인 주루사를 의미한다. 박정우는 당시 대주자로 투입돼 3루에 들어갔다. 그러나 김선빈의 우익수 라인드라이브에 판단미스를 했다.
타구 속도가 빨랐고, 롯데 야수진의 대응이 좋았다. 박정우의 발이 아무리 빨라도 태그업 후 득점 시도는 무리였다. 더구나 1점차가 아닌 2점차라서 모험할 이유도 없었다. 당시 박정우는 태그업 후 멈칫하다 3루로 돌아가지 않고 홈으로 파고 들다 아웃됐다.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
이후 박정우는 그 순간을 매우 자책했다는 후문이다. 나아가 자신을 채찍질하는 계기로 삼았다. 그는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이젠 모든 순간 생각을 하면서 임한다. 그날을 계기로 이 정도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박정우는 올해 포스트시즌 출전을 두고 웃으며 “감독님이 한번은 생각해주시지 않겠어요”라고 헸다.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로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 그러면서 올해 1월 김선빈, 박찬호와의 제주도 훈련을 떠올리며 “형들은 3~4월부터 시즌이 시작되지만 나는 12월, 1월부터 시즌 시작”이라고 했다.
박정우는 당시 형들과 함께 훈련하며 실력이 늘었다고 자평했다. 당연히 내년에 그런 기회가 있으면 무조건 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나는 그렇게(12월~1월부터) 해야 한다. 백업이기도 하고 스프링캠프부터 보여줘야 한다. 제주도 간 게 진짜 좋았다. 나도 나중에 돈 많이 벌면 그렇게 후배들을 이끌고 개인훈련을 가보고 싶다”라고 했다.
이범호 감독은 “정우가 가지고 있는 야구가 그런 것 같다. 중견수를 보면서 파인 플레이 해 주고 외야에서 수비만큼은 내가 봤을 때는 뭐 우리나라에서 탑 수준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 어깨도 걸맞게 보유하고 있고 뭐 타격 자체도 본인이 짧게 칠 때는 짧게 치고, 번트도 잘 대고 우중간 좌중간으로 좋은 타구를 날렸을 때는 발야구도 할 수 있고. 이게 정우가 가진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들을 퓨처스에 있으면서 봤기 때문에 1군에서 같이 경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젊은 선수고 또 좋은 생각이 많은 선수니까 잘해줬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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